Scene #.1 - Jubliee 2000
주빌리(jubilee)란 원래 구약성서에 나오는 50년제(祭)를 뜻하는 말로, 50년마다 있는 안식년을 가리킨다. 이 해에는 노예해방, 부채탕감 등 은혜가 베풀어진다. 그 후 1300년에 가톨릭에서 회개와 면죄를 위한 성년(聖年)으로서 주빌리 년(年)을 제정하여 25년마다 이를 실시하고 있다.
2000년은 이 성년과 새로운 천년의 시작이 겹치는 대성년(大聖年)이었다. 경제의 세계화, 시장경제화가 촉진되면서 빈곤국의 처지가 더욱 악화되고, 세계경제의 분열화가 심화되는 것을 우려하여, 10년 이상 중(重)채무국의 채무를 삭감해 주자는 캠페인을 벌여 온 유럽과 미국 등의 NGO는 이를 계기로 주빌리 2000이라는 이름으로 연합하여 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추진 방법의 하나로 세계 160개국에서 받은 1,700만 명 이상의 서명을 1999년 6월 18일 독일 케른에서 개최된 제25회 선진 8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에게 전달하고, 남북문제와 빈곤국의 채무문제에 관한 심포지엄 등을 개최하였다. 이들의 활동은 케른정상회담의 폐회 성명에서 중채무국의 채무총액 1,300억 달러를 반 이하로 감소시킬 것을 제안한, 이른바 케른채무이니셔티브를 채택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Scene #.2 – Drop the Debt
Drop the Debt 운동은 Jubilee 2000의 일환으로, 전 세계 유명 대중음악가와 유명인사들의 전폭적인 지지 가운데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부채 탕감을 호소하는 서명운동이었다. 록 밴드 U2의 보컬 Bono와 Radiohead, REM, David Bowie, Lauryn Hill, Madonna 등 쟁쟁한 서구 밴드, 음악가들이 이 운동에 동참했으며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Drop the Debt와 Jubilee 2000의 홈페이지를 링크시켜 놓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팬들의 “지구 공동체를 위한 연대”를 호소하였다. 게다가 제 3세계 음악가들은 부채탕감운동에 참여하는 NGO들을 지원하기 위해 『Drop The Debt』이라는 이름의 음반을 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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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론의 ‘전지구적 연대’, 문화의 참여를 기반한 NGO의 활동
국제정치에서 NGO가 주요 행위자로 간주되는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의견들이 있지만, 이렇게 지구촌 시민들이 하나로 단결하여 정치적인 영향력의 일부를 구성하는 사례는 엄연히 존재한다. 통신 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공감대적 가치, 또는 전지구적 NGO형성의 용이함은, 기존의 국제정치학의 주류인 신현실주의•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문제해결이론(Problem-solving Theory)에 대항한 비판이론(Critics Theory)의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Robert Cox등의 비판이론적 국제정치이론가들은 기존 이론들이 가정하는 ‘불변의 가정’ 속에 내재하는 ‘기존 패권국 중심의 이데올로기의 고착화 의도’를 꼬집으며, ‘변화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한 ‘전 지구적 연대’를 주장한다. 그리고 연대의 방법론으로서, 근대화가 가져온 개인주의적 합리성(rationality)의 절대화로 말미암은 ‘인간사이의 진지한 대화의 단절’을 치유하기 위한 ‘국경을 초월한 소통의 장 형성’을 추구한다.
특히 90년대 이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지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대한 전지구적 반세계화를 위한 국제 NGO들의 연대는 이들의 논의를 더욱 지지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NGO 자체가 정부에 의해 조직되지 않은 민간의 움직임이므로, 그것에의 참여를 위한 개인의 ‘자발적인 관심’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들이 정부기구에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수적으로 경쟁력 있는 ‘거대한 시민 참여’의 정치력 형성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대중 음악가들과 NGO의 협조는 고무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정치는 제쳐두고 다른 사람에 일 자체에 관심을 가지기 힘든 젊은 세대들이 ‘내가 있는 곳 너머’의 문제에 주체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하는 ‘촉매’로서 그들의 음악이 쓰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팬을 확보하고 있어서, 그들 팬들의 일부만 참여한다고 해도 실로 엄청난 숫자를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팬들의 정치적 캠페인과 NGO 참여는 다른 곳에 살고 있는, 단지 공통점이라고는 ‘같은 음악가의 팬’이라는 것 밖에 없는 타인들과의 간접적인 의사 소통의 회복의 기제가 되는 점에서 뜻 깊은 현상이라고 평가될 수 있다.
NGO들의 정치력 형성을 위해, 다분히 사람들이 동의하기 쉬운 문화적 상징체계를 공통으로 하는 집단을 대상으로 정치적 지지를 호소하는 전략을 짤 수 있다. 한 개인이 아무 유인 없이 독자적으로 NGO가 가진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미 형성되어 있는 문화 집단의 ‘의식이 깨어있는’ 문화 주동 인사들이 협조하여 집단 내 구성원들에게 의미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한 모티브를 효과적으로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이슈가 국제적일수록, NGO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반영하기 보다 전지구적 가치를 부각시키고 국제사회에 더불어 잘사는 소통의 장을 형성한다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전략을 짜 나갈 필요가 있다. 덧붙여 기존의 국제기구를 단순히 ‘패권의 전초기지’로 파악하기 보다 긍정적인 ‘이슈의 소통 기제’로 파악, 국제기구에 대한 ‘전략적인 협조’를 제공하여 최대의 이익을 확보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