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가능
정효웅 칼럼 2006-05-18 11:25
우리와 상대할 토고, 프랑스 그리고 스위스는 각 팀마다 개성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티에리 앙리(아스날/잉글랜드)와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스페인), 클로드 마켈렐레(첼시/잉글랜드) 등이 출전하는 프랑스는 개개인의 수준이 세계최강의 수준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이번 월드컵 참가국들 가운데 평균연령이 가장 높은 노쇠한 팀이라는 점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위스는 이와 반대로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모든 포지션에 걸쳐 고른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보유하였고 특히 젊은 선수 위주로 탄탄한 조직력에 승부수를 걸고 있으며, 토고는 엠마뉴엘 아데바요르(아스날/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한 공격력과 아프리카 특유의 힘과 유연성으로 돌풍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 첫 경기 토고전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5월 14일 토고는 주전 공격수 아데바요르가 빠진 가운데 이번 월드컵 진출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평가전을 치뤘다. 토고의 조직력뿐만 아니라 중원지역부터 시작되는 압박이 돋보였던 경기로 아프리카 특유의 힘과 유연성을 가진 팀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의 첫 상대인 토고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의 중요성은 지난 칼럼에서도 기술했지만 만약 첫 경기인 토고전에서 승점 3점을 얻지 못한다면 남은 강호 프랑스와 스위스를 무조건 이겨야 승점을 확보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토고전에서 승점을 얻지 못하고 남은 프랑스와 스위스 전에서 1승1무를 해서 16강을 바라본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1998년과 2000년의 명예회복을 준비하는 프랑스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하다고 여길 것이고, 우리나라를 16강 진출의 최대 걸림돌로 생각하는 스위스는 홈이나 다를 바 없는 독일에서 우리에게 호락호락하게 무너질 상대가 아니다.
첫 경기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이는 승점 확보의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과 정신력의 결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토고와의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대한민국 대표팀 특유의 집중력과 투지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토고전을 이기고 다음경기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토고전은 박주영 안정환, 이천수를 중심으로 하는 공격과, 박지성, 이을용, 김남일을 조합한 미드필더진, 이영표, 김진규, 최진철, 조원희를 기본으로 하는 수비간의 전진 빠른 패스와 역습을 바탕으로 공략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데바요르를 최진철의 맨투맨 수비와 김진규의 협력 수비로 묶은 다음 빠른 역습과 전진패스 한방에 의한 토고 수비진용을 흔드는 것이 중요한 변수라고 하겠다.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것과 같이 비록 토고가 경기를 지배했지만 후반 말미에 기습적인 침투 패스 한방에 승패에서는 결국 사우디 아라비아에게 무너졌다.
이번 사우디 아라비아전에서 비록 간판스트라이커 아데바요르가 불참하기는 했지만 투톱으로 나온 압델 카데르 쿠바자(깅강/프랑스)와 로베르트 맘(브레스트/프랑스) 그리고 아데캄비 올루파데(알 실리야/카타르), 주니어 세나야(YF유벤투스/스위스)의 미드필더진 등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공격루트를 선보였으며, 중앙수비라인의 데어 니봄베(몽스/벨기에)와 마사메소 창가이(베네벤토/이탈리아)는 우수한 신장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안정감을 보여줬다. 특히 공격 차단 후 오른쪽 풀백인 18세의 신예 뚜레 아시미우(바이엘 레버쿠젠/독일)의 오버래핑은 날카롭게 느껴졌다.
토고 역시 점점 전력이 향상되고는 있지만 이 경기를 통하여 우리에게 승리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는 전후반 동안 고집스럽게 중앙돌파를 시도함으로써 토고의 압박축구에 막힌 상황이나, 우리 대표팀은 좌우 측면 돌파를 통한 크로스 연결을 통해 득점을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이며, 또한 뚜레의 오버래핑시 좌측 배후 공간을 노려 볼만하다. 중앙수비수인 니봄베와 창가이 역시 느린 스피드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 사우디 아라비아의 득점도 그 틈새를 노린 결과물이었다.
토고전에서 승리를 한다는 가정하에서 프랑스를 만나게 된다.
▶ 두렵긴 하지만 무섭지 않은 프랑스
프랑스 전은 우리 대표팀의 젊은 신예들과 발 빠른 공격수들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특히 김남일과 이호의 조합을 통해 중앙에서 노쇠한 프랑스의 미드필더진인 지단과 마켈렐레, 파트릭 비에이라(유벤투스/이탈리아)를 강한 압박으로 봉쇄하고 발 빠른 정경호와 이천수의 측면 돌파를 통한 안정환 또는 조재진의 한방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들이라 할만한 앙리와 다비 트레제게(유벤투스/이탈리아)가 포진하고 있지만 세대교체의 큰 틀에서 아직 성공적이지 못한 프랑스의 경우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 커다란 요인 중 하나는 ‘체력’이다.
또한 앙리와 지단이 모두 왼쪽 공격을 선호하기 때문에 왼쪽 포지션에서 중복 문제를 일으키는 게 프랑스의 약점이다. 앙리가 프랑스 대표팀에서는 별 활약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공격에서의 혼선을 우리 수비진이 잘 통제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물론 프랑스가 세계적인 강호이긴 하지만, 토고전을 통해 승점 3점을 확보한 대한민국이 프랑스를 상대로 승점을 수확하게 된다면, 16강 진출이 상당히 유력한 위치에 올라선다고 볼 수 있다.
▶ 16강이냐 아니냐는 하노버에서
16강 진출은 결국 스위스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력과 젊은 선수들로 무장한 톱니바퀴 조직력으로 한국을 압박해 올 것이 분명하다.
스위스는 프랑스와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두 번 겨루어 모두 비길 정도로 탄탄한 전력과 터키에게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패하기 전까지 14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PSV아인트호벤을 거쳐 현재 AC밀란 소속인 요한 보겔이 미드필더의 중심에 있으며, 이미 유럽의 우수한 선수 반열에 올라선 신예 트랑킬로 바르네타(바이엘 레버쿠젠/독일)는 득점력이 뛰어난 미드필더이고, 알렉산드르 프라이(렌/프랑스), 요한 폰란텐(NAC브레다/네덜란드), 마르고 슈트렐러(쾰른/독일) 등의 공격진도 준수하며, 평균신장이 186cm 이상인 스위스의 포백 수비라인은 힘과 높이를 앞세우고 적절한 연령분포와 뛰어난 공격가담능력 등을 보유한 철벽 수비를 자랑하고 있어 우리에게는 오히려 프랑스나 토고 보다 버거운 상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6강이 1차 목표, 그 이후는 모른다!
5월 14일부터 훈련을 시작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여러 면에서 볼 때 2002년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 선수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결국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조직력을 극대화 하느냐에 대한민국의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성적표가 달려 있다고 하겠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첫 경기인 토고에게 반드시 승리를 거두고, 다음 프랑스 전에서 승점 수확의 선전을 하면, 자연스럽게 스위스와 16강에 동반 진출하지 않을까 필자는 생각해본다.
그리고 16강에 진출하게 된다면, H조의 스페인, 우크라이나, 튀니지 3팀 가운데 한 국가와 상대를 하게 되겠는데, 충분히 해볼만한 매치 업이 성사되는 것이다.
월드컵의 2차관문인 16강 토너먼트부터 시작되는 외나무다리 단판승부(showdown)에서는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1차 목표는 16강 진출’이라고 말한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1차 목표가 달성되면, 그 이후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