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아이가 ‘테돌이’ ‘테순이’ 아닐까. 공중파는 물론이고 케이블 채널들까지 하루
종일 어린이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요즘, 텔레비전 앞을 못 떠나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사람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운동부족으로 비만을 초래하며 나아가 대인기피증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TV 중독의 해악을 듣긴 들었지만 이미 길들여진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는 것이 엄마들의 하소연.
텔레비전을 없애면 될까? 중1과 초등학교 5학년, 두 딸을 둔 YMCA 어린이영상문화연구회 이정
주 회장은 “텔레비전 보는 것을 하나의 이벤트로 만들고 가족간의 우애를 다지는 기회로 삼
고 있다”면서 “텔레비전은 평생을 같이가야 할 친구”라고 말한다. 대신 강조하는 점은 부
모가 부지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로부터 바보상자를 똑똑하게 이용하는 합리
적인 텔레비전 시청법을 알아본다.
▲습관이 아닌 선택=
가장 중요한 것은 TV 시청을 ‘습관’이 아닌 ’선택’으로 만드는 것. 아침에 일어나서 맨처
음 TV를 켜고 가족이 밥먹을 때나 얘기를 나눌 때도 TV를 보는 등 TV 시청을 습관적으로 하
는 것이 바로 중독의 시초. 우선 부모 스스로가 정해진 시간에 TV를 보고, 끄는 선택적인 TV
시청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이들이 꼭 보고싶은 프로그램, 부모가 같이 봤으면 하는 프로
그램 등을 상의해 아이들이 일상적인 생활에서 지킬 수 있는 간단한 시청규칙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약속한 프로그램이 끝났을 경우엔 반드시 제손으로 끄는 연습을 시켜줘야 한다.
▲부모의 관심과 대화가 필수=
매체와 프로그램 수준이 다양하고 아이들과 어른의 눈높이도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어떤 내용
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대화를 통해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에 대한 프로그램을
한다는데 같이 볼까? 한번 보고 얘기해 줄래?” 하는 식으로 부모님이 좋은 프로그램을 미리
찾아보고 적절히 자극을 주도록 한다. 아이들이 아는 부분이나 관심이 있는 부분에선 딱딱한
다큐멘터리도 잘 본다. 자꾸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재미를 느끼게끔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 “재미있니? 재미없니?”가 아니라 아이가 생각하며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시간보다는 바른 시청습관=
유치원생의 경우 하루 시청시간이 2시간을 넘기면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권고이지만 단순
한 시간제한보다는 휴식이나 재미, 정보제공 등 다양한 텔레비전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찾
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텔레비전 시청만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가 관심있어 하
는 부분에 텔레비전을 활용할 수도 있고 또한 텔레비전을 통해 알게된 지식을 책이나 다양한
전시회 등으로 확장해 볼 수도 있다. 텔레비전 시청과 독서사이의 균형을 어느정도는 강제할
필요가 있다.
▲비판적 시각을 키워주기=
정의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해서 가치관의 혼란을 주는 경우나 상업성 등 TV의 건강하지 못
한 부분을 가끔 지적해 준다. 한두번만 그런사례를 명확하게 제시하면 아이들은 흘려듣는 것
같아도 확실히 기억한다. 단, 너무 자주하면 오히려 무감각해지는 역효과를 부른다. “너도
그런적 있니?” 등 아이의 생활 습관을 물어보는 것도 좋다.
▲바른 자세도 중요=
바른 자세란 소파나 방바닥에 앉아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자세를 말한다. TV와의 시청거리는
수상기 크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소한 3m 이상은 떨어져서 보는 것이 좋고 조명도 어두운
곳보다는 밝은 곳에서 시청해야 한다. 또 TV 수상기는 올려다보는 것보다는 약간 아래로 내려
보는 듯하게 보는 것이 목의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만화영화도 선별=
현재 공중파에선 만화는 어린이시간대에 배치하는데 내용이나 소재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 좋은 만화는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표현방
법이 과장돼 창의력을 뺏기 쉽다. 그러므로 부모는 어떤 소재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아이
들이 뭘 받아들이는지 파악해 지도해야 한다.
〈도움말: YMCA 어린이영상문화연구회 이정주 회장, 미디어교육 전문가 김병록씨>〈송현숙기
자 song@kyunghyang.com〉
TV 중독 이렇게 대처하자
◇다양한 TV중독증세
1. 밖에 나갔다 집에 오면 무의식적으로 리모컨을 찾는다.
2.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만사를 제쳐놓고서라도 본다.
3. 평소에는 순한 사람이 TV만 보면 흥분한다.
4. 주말에는 TV 앞을 떠나지 않는다.
5. 3~5분에 한번씩 다른 채널로 돌린다.
6.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니까 무작정 본다.
7. 급하게 할 일이 있음에도 TV를 끄지 못한다.
8. TV를 끄면 불안하다가 TV를 보면 안정을 되찾는다.
9. 하루 일상생활이 TV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10. TV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보고 나서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11. TV를 그만 보려 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자신에 대해 화를 낸다.
◇TV중독 가정 치료법
1. TV 시청 대신 다양한 가족 이벤트를 만들자.
2.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정하여 함께 보고, 보고 난 후에는 꼭 TV를 끄
자.
3. 아이들이 자유롭게 TV를 보는 것을 금지하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정해 보게 한다.
4. TV를 볼 때, 보고 나서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가족들이 대화를 가져본다.
5. TV 프로그램에 대해서 왜 그렇게 방송했는지 의문을 갖자.
6. 방송이 잘못되었을 경우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해 방송국에 항의를 하자.
7. 부모 스스로 TV가 없어도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자녀에게 보여주자.
내용출처 : 경향신문[속보, 생활/문화] 2004년 03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