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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기봉씨 집지어줍시다

이원광 |2006.05.26 08:28
조회 132 |추천 1

맨발의 기봉씨...

 

집을 지어 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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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기봉씨, 사는 집에 갔더니...

영화는 유명세, 주거환경은 열악... 방 안에 쥐구멍이 수십 개 윤태(poem7600) 기자   

▲ 엄기봉씨 집 전경. ⓒ 윤태 요즘 KBS 인간극장에 소개된 내용을 소재로 한 라는 영화가 뜨고 있다. 여덟살 때 열병으로 지능이 멈춰, 어린 마음 그대로를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올해 43세의 엄기봉씨. 자식의 도리나 의무가 아닌, 아니 '도리'·'의무'라는 뜻도 정확히 모르는 그지만 본능적으로(?) 노모에게 효도 하면서 달음박질(마라톤)을 멈추지 않는 특이한 사람이 바로 엄씨다.

엄씨의 실화를 다룬 영화 가 22일 현재 22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그런가 하면 영화 개봉 당시 청와대에 초청돼 대통령도 만났고 오는 25일에는 한국계 혼혈스타 하인스워드가 그의 어머니와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할 계획이란다. 또한 중국 톱스타로 잘 알려진 장쯔이와 장이모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권수경 감독의 모교인 북경영화학교에서 특별시사회도 열 계획이다.

▲ 천진난만하게 웃는 기봉씨. 거짓과 꾸밈, 계산과 꾀가 없는 그다. ⓒ 윤태뿐만 아니라 라는 에세이집도 나왔고 한 포털사이트 책 코너에는 '네티즌 리뷰'가 250건이나 올라와 있다. 출판사 황금나침반의 최가영 과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한달 동안 3판 인쇄에 들어가 7천부 정도가 팔렸는데 반응이 꽤 좋다"고 말했다. 이밖에 각 방송·신문·잡지 등의 매체에서 기봉씨를 잠시도 놔두지 않을 정도이다.

패륜 등 입에 담기조차 거북할 정도로 부모 자식간, 가족간 반인륜적인 범죄와 현상이 뉴스머리를 장식하는 일이 빈번한 요즘, 기봉씨의 '효 정신'은 더 높이, 더 많이 떠도 좋지 싶다.

그런데 뜨는 영화와는 반대로 실존 인물인 기봉씨의 생활이 무척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충남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 집을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 19일 기봉씨의 법정 대리인인 정자리 이장 엄기양씨(65·영화에서는 백 이장으로 나옴)에게 사전 연락을 하고 어제 21일 오후 그의 집을 찾았다.

흙집 한쪽은 무너져내리고, 부엌엔 쥐똥이...

엄 이장이 들에서 일하던 복장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나왔다. 엄 이장은 기봉씨 명의의 예금통장을 만들어 파출소에 맡기고 이를 관리해주고 수시로 보살피는 등 기봉씨가 가장 믿고 따르는 사람이다. 언론사들의 취재 또한 엄 이장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 기봉씨의 뒷일을 봐주는 엄기양 정자리 이장님. ⓒ 윤태관광차를 빌려 단체로 영화 관람도 했지만 촬영지가 서산이 아니다 보니 별로 감흥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또 실제 생활과는 너무 달라 실망도 했지만 좀 더 재밌고 감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각색했다는 영화사 측의 설명에 이해하면서도 못내 서운했다는 엄 이장.

오토바이를 탄 이장을 따라 기봉씨 집으로 향했다. 언덕 아래 외딴 곳에 영화에서 본 것처럼 이동식 간이 화장실과 벽에 못을 박아 빨래를 널어놓은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집 한쪽이 무너져 내려 방이 있던 자리에는 풀이 움푹 자라 있었다. 마치 흉가를 방불케 했다. 앞마당에 자리잡고 있던 화장실, 창고 등도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모두 지난 2004년 장마 때 벌어진 일이란다.

앞마당 마루 앞에는 포장막을 쳐 비바람을 막고 있었다. 70년대 흙으로 네모난 모양을 만들어 담장을 쌓고 지푸라기를 섞어 시멘트 반죽처럼 만들어 벽을 바른 한 마디로 흙집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집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머니 김동순(81)씨의 귀는 거의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조금 들리지만 목청높여 대화를 나눠야 하고 차라리 '바디랭귀지'가 편했다. 거동도 거의 못하고 종일 누워만 있었다. 영화에서는 틀니가 없어 불편한 것으로 설정했지만 실상은 허리가 심하게 굽어 거동이 불편한 것 빼고는 대체로 건강한 편이라고 엄 이장은 전했다.

▲ 무너진 집 일부. ⓒ 윤태기자가 가장 놀란 것은 집안 환경이었다. 방안에 수십 개의 쥐구멍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엌 창틀 위에는 쥐똥이 수북하게 쌓였다. 바로 아래에는 밥그릇과 아침에 먹다 남은 된장찌개가 놓여 있었다.

쥐가 이 정도로 많다 보니 자다가 쥐에게 물리는 일도 있다고 기봉씨는 말했다. 여덟살 짜리 지능의 기봉씨는 거짓이나 과장이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계산'이나 '꾀'도 없이 천진스럽게 웃는 모습만이 가득했다.

"마을에서 돈 모아 조그만 집 한채 지어주려 한다"

정말 위험해 보였다. 이 정도 유명인사면 모 프로그램의 '러브하우스' 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립식 집 한 채 정도 지어줘도 좋지 않을까. 하지만 마음처럼 되는 일은 아니다.

고북면사무소 이응수 부면장은 전화인터뷰에서 "기봉씨 집터가 야산개발지구로 시유지여서 이 곳에 건축을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집을 짓는다 해도 심의를 거쳐 조례 통과해야 하는 등 절차가 있다"고 설명하고 "또 그 곳을 소중한 삶터로 생각하는 기봉씨와 노모가 집 환경이 바뀌면 심리적으로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면장이 밝힌 콘테이너집 비용은 약 1천만원.

그러나 새 집 문제는 섣불리 추진할 사안은 아니며 최근에 면에서 우선 지붕을 함석으로 교체해줬다고 말했다. 다만 위험요소나 위생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만큼 모자가 살 수 있는 아담한 컨테이너 집 건축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 빨래를 널고 있는 엄기봉씨. ⓒ 윤태이에 대해 엄기양 이장도 "협회 관계자와 동네 반장, 개발위원 등과 함께 기봉씨 집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이 얼마씩 내서라도 조그만 집을 지어주려고 논의하고 있다"며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땅인데, 이 문제는 면과 계속 얘기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가 거의 끝날 무렵 한 가족이 기봉씨 집을 찾아왔다. 서산 경찰서에서 이 마을 위치를 묻고 마을에 들어와서도 두 시간 헤매 기봉씨 집을 찾았다는 충남 천안의 신길식(48)씨는 "나도 7년 정도 노모를 모셨는데, 기봉씨 보니 우리 어머니 생각나고 또 나올 때부터 동해(아들·13)가 기봉씨를 보고 싶어해 천안에서 왔다"며 "격려해주고 또 어떤 지원책이 있나 직접 알아보려고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 집안 곳곳에 나 있는 쥐구멍. ⓒ 윤태이들 가족은 기봉씨에게 뭐가 가장 먹고 싶으냐며 다음에 올 때 꼭 사오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또 가장 갖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묻자 기봉씨는 "카메라"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신씨의 아내는 "카메라는 이미 몇 대 정도 들어온 줄 알았다, 그래서 전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도 기봉씨는 카메라를 달라고 했다.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사진찍기가 취미인 그에겐 있어 기자의 디지털카메라는 그의 열정을 자극하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영화와 실제 인물, 각자 길이 다르지만

▲ 부엌 창문 위에는 쥐똥이 가득 쌓여 있었다. 바로 아래는 밥그릇과 된장국이 놓여 있다. 위생문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 윤태스타의 화려함 속에 가려진 초라하고 외로운 진짜 주인공 엄기봉씨. 물론 영화는 영화고 현실 속 주인공은 주인공일 뿐이다. 영화가 아무리 흥행해 수백억원을 벌어들인다 해도 실제 주인공의 생계를 책임질 일은 아니다. 또 마을이나 지자체에서도 법적·제도적으로 혹은 의무감으로 도와줄 일도 아니다. 각자 삶이 있고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엄기봉씨 같은 경우는 영화에서 사적인 문제를 부각하기보다는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꿈을 향해 달리는 정신과 또한 퇴색해가는 '효 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어느 정도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엄기봉씨의 거주 문제 등 지자체에서 나서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천안에서 기봉씨를 위로하기 위해 내려온 신길식 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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