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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쓴 수필

전경민 |2006.05.31 13:39
조회 296 |추천 1

사람들이 날 참 바보같다고 한다

물론 그런말을 내게 하는 사람들은 날 잘 아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선뜻 내게 그런말을 할 정도면 곁에서 지켜보게 되는 내가.

그 사람들에겐 독하지도 못하고 제것하나 마냥 챙기지 못하는

'덜 떨어진'놈 정도로 비쳐지는 모양이다.

 

8월에 군에 가게되는 아들녀석이 휴학계를 내고

남은 기간동안이라도

딴엔. 고생하는 제아빠를 돕겠다고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다가 교차로에서 무면허의

여고 삼학년생이타고 뛰쳐나온 신호위반 스쿠터와 충돌해서 어깨가

부서지는 사고를 당했다.

 

참 알 수 없는 게...

제일바쁜 시간이라서 주문은 너무 많이 밀려있었고

다른곳에 배달을 갔던 나는 정신없이. 가게로 돌아가는 그사거리 근처를 지나가려던 순간이었는데 그앞에 누군가가 쓰러져있었고

나는 설마하는 불안한 생각에 서행을 하고있었는데....

 

내 아들이었다,

차를 세우고 아들의 곁으로 달려가던 그 영겁같던 찰나의 순간이란...내눈동자는 신비하게도 카메라의 '아웃포커싱' 상태가 되어

녀석을 제외한 모든사물이 보이지 않았다.

엠뷸런스가 윙윙거리는 소리도

긴급구난차의 요란한 경광등 빛도.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아들은 아스팔트위에 입을 꼭 다문채 누워있었다.

아주 편안한 얼굴로 누워있는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깐이지만 나는 혹시 아들이 죽은 건 아닐까 겁이 덜컥 났다.

아마 아들은 순간적인 충격으로 기절해있었던 것같다.

 

"경민아! 경민아 정신차려봐!"

그때 왜. 목소리마저 모기소리 같아 내 귀에조차 들리지 않던지

이런 작은 목소리를 과연 녀석이 들을 수 있을까를 걱정하며

얼마나 원망스러워했던지...

 

나는 사거리에 우두커니 서있었고

아들은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 태워져 병원으로 갔다.

덩그러니 나만 남겨두고

 

순간 나는 내안에 모든 감각기관과 사고의 기능들이

초등학생때 실수로 깨뜨린 간장항아리에서

속수무책으로 쏟아져 나오던 새까만 국물처럼

거리에 흩어지는 걸 다시 느껴야했다.

 

웅성거림이 계속 이어지고 나는 천천히 처참하게  부서진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랬어도 과연 내가할일이 무엇인지

나는 전혀 생각해내질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손에 쥐어주는 하얀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상처입은 아스팔트 위에 뿌리면서도

지금 내가 그리고있는것이 꽃인지 산인지 아니면 바다인지...

그저 허허로울 뿐이었다.

 

깊스를 할 수 있는 부위가 아니라서 팔걸이로 오른 쪽 팔을 고정한 채 병실에 누어있는 아들은, 심한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

그래도 나를 바라보며 다소 위안이 되었던지

억지 웃음을 만들어보였다.

 

"아빠 . 내가 쓰러지고나서 엄마한테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꺼내려는데 팔이 움직이지 않고 너무 아픈거야.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어.

아마 십여 초 지났을 때 였던거같아."

 

아들의 팔을 들여다 본 나는, 차마 아이의 고통을 바라볼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아들의 팔은 촬영결과 뼈가 여러조각으로

부서진 상태였지만 그것 말고도 겉으로 온통 시꺼멓게 멍이 들어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잘난 식당하나 한다고 멀쩡한 아들놈까지 이지경으로 만들어야한단 말인가.

나는 한동안 저열한 패배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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