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짝 답답한 맘에 술이 아닌 술자리가 그립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열람실구석에 자리를 잡고 들어오지도
않는 영어책이랑 입만 뻥긋.거리는 대화를 나눈다.
난 뭐라고 연신 주절되는데 이익훈씨는 쫑긋.서있는 귀와
커다란 안경너머로 미소만 짓고 있다.
(20日이면 끝난다고 했는데 두달째 씨름한다.)
반쯤 감긴 눈으로 책을 응시하는데 032로 시작하는
발신자 번호가 핸드폰 외부액정에 뜨더니 몸을 떤다.
" 안녕하세요? 차성근씨 되십니까? "
"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
" 네! ****입니다. 이력서 합격하셨네요. 내일 오전 10시까지
면접보러 와주실 수 있나요? "
" 아... 네. 알겠습니다. "
잠깐씩 시간이 나면 무작위로 넣는 이력서라 기억도 안난다.
그래도 요즘에는 세상이 좋아져서 온라인.접수라 하루에도
몇개씩 별다른 수고 없이 지원할 수 있어서 좋다.
아직은 불편한 발과 먼거리를 이유로 하루를 고민 하다가
경험을 위해서 아무 준비 없이 정장을 꺼내 입었다.
재밌는건 다른 면접자들이 나와 같은 학교 졸업생이였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얼굴은 참 눈에 익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갔지만 타고난 붙임성과 재밌는 입담으로
면접을 그런대로 만족스럽게 끝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안...
조금 떨어져(?)보이는 사내가 전철끝에 서서 백번은 들었을
듯한 스토리를 부정확한 발음으로 외친다.
다들 들어봤을... 어느 고아원에 있는데 사정이 좋지 않아서
모두들 밥도 먹지 못하고 낮에는 이렇게 구걸을 하고 밤에는
고시공부를 하고 있다는 전혀 미덥지 않은 스토리.
역시나 맞춤법이 엉망인 사연있는 쪽지를 불편한 걸음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내 무릎 위에도 한장 놓였다.
간만에 풍족한 지갑을 확인하고 싶어서 였을까?
아님 착한 동정심으로 가장한 과시욕 때문일까?
평소와 다르게 지갑을 꺼냈고 천원짜리를 한장 꺼내 응당
믿지 않는 스토리 쪽지와 지폐를 포개어 접어 돌려줬다.
성의 없이 쪽지를 차례로 걷던 그 사내는 지폐를 확인하고는
상당히 듣기 거북한 칭찬과 고마움을 고개 숙여 표했다.
절대로 믿음 따위라곤 코딱지.만큼도 없는 나이지만 답답한
일이 있을 때면 종종 찾는 하늘의 절대자에게 말을 건냈다.
' 봤죠? 착한 일 했으니깐 당신도 뭔가를 보여줘!! '
(이익훈씨와 마찬가지로 대답은 듣지 못했다....ㅜ_ㅠ)
집으로 돌아와서 영화보면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근데 정말 약발이 먹혀서 그런가?
건성으로 임한 면접에서 한명 모집에 당당히 뽑혔다.
와우!!
허나 거리가 멀고 연봉이 희망하는 금액에 못미친다는
생각으로 곧장 거절했다.
면접 끝난지 몇시간이나 됐다고 거절하는 내가 황당한지
조금은 당황한 기색이다.
(경리직원 이뻤는데 미안하네... 쩝...)
하여간 처음 합격한 이력서에 면접도 한번에 붙고...
한번에 착착- 붙으니깐 다른 이력서에 미련이 많다.
그렇게 시작이 좋은 봄이다.^^
그냥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라는 햄토리.의 충고도 있지만
아직은 조금만 더 튕겨 볼 생각이다.
이 땅의 모든 졸업생을 위하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