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현재 중국에 아버지의 사정으로 거주하고 있는 중학교 2학년생입니다.
음, 이름 보면 아시겠지면 여자구요.
중학교 2학년... 만으로 따지지 않아도 고작 15살밖에 되지 않는 청소년인 제가,
상당히 진지한 문제인 부모자녀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놓고자 합니다.
제 소중한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녀석은 정말 순진하고, 착하고 귀여운 아이입니다.
공부도 잘 하고, 그야말로 착한 아이지요.
그런 애가 오늘 죽고 싶다는 둥의 엄청난 소리를 늘어놓길래 사정을 좀 들었습니다.
이 녀석이 말이죠, 굉장히 유능한 녀석입니다.
어릴 때 부터 반내 3등 안에 못 든 적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오늘 말고도 몇 주 전에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제게 한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은 '보상' 같은 건- 노력에 대한 보상 같은 건 생각도 못 해봤다고.
90점을 받으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주겠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친구를 보며,
배 부른 투정 하고 있네,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고 하더군요.
100점을 받아서 어머니께 그 시험지를 보여줘도, '잘했다'는 한 마디 뿐.
어머니께서는 마치 그게 당연한 것처럼 아무 감흥 보이시지를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랑 뛰어다니며 논 적이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집 안에서 피아노를 치며, 과외를 하며, 공부를 하며 여가 시간을 보냈다네요.
그야말로- 부모님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어내는, '착한 딸'이었습니다.
물론, 이 아이도 부모님께 물어본 적이 있었지요.
'엄마, 난 밖에서 애들이랑 놀면 안 돼?'
돌아오는 대답은 한 가지였다네요.
'안 돼. 넌 너무 어려서 위험하단다.'
저 대답은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계속 되었다고 합니다.
저와 그 아이는 동갑입니다. 즉 중학교 2학년생이지요.
서두에 적어놨듯, 아주 우수한 아이입니다. 친우들도 많고,
그 아이를 흠모하는 남학생들도 꽤 된답니다.
중학생들은, 이 나이대의 청소년들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노래방이라거나
가는 것을 좋아하잖습니까?
물론,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노래는 못하지만요.
당연히 이 아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친구끼리 밤 늦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침에 나가서 저녁까지 신나게 놀고 오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요? 게다가 혼자 나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여럿이서 모여 다니는 것이 그리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었습니다.
'엄마, 나 애들이랑 나가서 놀아도 돼요?'
'다 큰 애가 무슨! 집에 얌전히 있어!'
이젠 대답이 이렇게 돌아온다고 하네요.
어찌어찌해서 허락을 받았을 때도 오후 5시 전에는 거의 귀가했으며, 그 시간을 넘는 시간대까지 남을 경우에는 꼭 부모님께 연락을 했다고, 아니 해야 했다고 하는군요. 남학생이 끼어 있을 경우에는 같이 나가는 것 조차 힘들었고, 얼마 전엔 먼저 온 문자 때문에 부모님께서 하신 부재중 전화를 보지 못한 것 때문에 한달동안 외출금지를 당했다고 하더군요. '부모님의 전화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게다가 아버지께서는 '대학교 졸업 때까지 남자친구는 꿈도 꾸지 마라'라고 하신다는 군요.
이것뿐일까요?
오늘, 이 아이가 강한 자살충동과 가출 충동을 느낀 이유는 저런 이유도 있지만, 결정타가 있었습니다.
'잔뜩 자만하고 있는 네가 밖에서 대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메신저를 할 거면 전화를 하고, 친구 집에 갈 거면 그 친구를 집에 부르고, 놀 거면 공부를 해라.'
후에 들었지만, 아이의 부모님께서는 제 친구에게 큰 소리로 외치셨답니다. 조용히 읊조리는 것도 아니고 엄격하게 말하는 것도 아니고 소리치셨다고 하네요.
부모님들의 시야에는 어떻게 보일 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 저건 가혹함을 넘어서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저 말은 밖에 나가지도 말고 집에서만 열심히 공부하라는 소리잖아요? 놀 거면 공부를 해라, 라니. 게다가 '밖에서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궁금'이란 대목은 자녀의 프라이버시를 완전히 무시하다 못해 깨 부수는군요.
중학생 때 할 수 있는 일을 20대에 누릴 수 있을까요?
고등학생 때 할 수 있는 일을 직장인이 되어 할 수 있을까요?
초등학생 때 가능한 일이 대학생 때 가능합니까?
미래를 준비하는건 절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좋은 방침이죠.
하지만 그 '미래'를, 몇 년- 어쩌면 십 몇년이나 남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버리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과외와 학원과 숙제와 학습지에 파묻힌 아이의 유년기.
과외와 학원과 숙제와 학습지에 파묻힌 아이의 청소년기.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 취업준비를 하겠죠?
좋은 직업을 얻을 수도 있을테죠.
그 직업을 얻었을 땐 당연히 20대 초중반일 겁니다.
그들에게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 때 특별한 추억이라도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건 대체 몇 건이나 될까요?
수학여행? 단체로 간 여행, 전혀 특별하지 않겠죠.
수련회? 역시 학교에서 단체로 간 것일 겁니다.
뭐, 상장이라도 탄 것을 얘기할까요?
제대로 된 연애(짝사랑이 아닌 연.애)를 해보긴 했을까요?
자살하면 이런 소리 안 들어도 될까?
이런 집 구석에 있느니, 차라리 가출하겠어.
저런 사람들이 어떻게 부모라고 할 수 있지?
...자녀들이, 웃으며 행복하게 보내야 할 청소년기에.
저런 말을 중얼거리길 원하시나요...?
저는 말이죠, 굉장히 좋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신 아버지와 요리 솜씨 좋고 미인이신 어머니.
그리고 위로 조..좋은 오빠도 한 명 있습니다.
화목한 가정이죠, 무척.
그리고 어머니께서는 저희를 그렇게 마구 조이시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전 천운을 타고 난 건지, 아버지도 온화하신 성격이시구요.
꽤 행복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 소중한 친구인, 이 아이가 너무 안쓰럽습니다.
굉장히, 굉장히 여린 아이인데도 보살핌을 받아야 할 부모님으로부터 상처를 받아버렸습니다.
싸이월드의 부모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이들이 공부에 쫓기고, 학업에 치중하여 여가시간마저 제대로 갖지 못하고,
부모님의 과잉보호에 둘러쌓인 채로 그 보호에 눌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과 가출충동을 느껴버리는 것을 원하십니까?
부모님의 과잉보호가 자녀들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는거죠.
부모자녀간의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런 비극이 일어나기도 하는거죠.
제가 주절거린 이 말들이 전부 맞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계신 분들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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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서 추천수 100이 넘은 것에 경악, 스크랩 40에 경악했습니다...
이런 반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제 친구의 이야기 때문이었지만,
올린 이유는 한국 혹은 싸이월드에 계신 분들 역시 이런 일에 고통받고 계시지는 않을까,
여기 있는 부모님처럼 자식을 몰아붙이면서도 깨닫고 계시지 못했던 부모님들이 계시지는 않을까 해서 올린 것입니다. 그래서 글 중 '아이'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거였죠. 물론 광장에 올리는 것에 대한 허락은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무척이나 강하시고 강하신 분이시고, 제 친구는 굉장히 약한 아이입니다. '그 정도'에 상처받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이성적으로 미래만을 본다면 왜 아이겠습니까.
여러분들의 코멘트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진지하게 읽어주시고, 또 코멘트 달아주시는 분이 많이 계셔서 행복했어요 TT♥ 역시 생각했던대로 제 친구와 같이 살아오신 분들도 계셨고, 부모님도 몇 분 이 글을 보셨네요. 이 글이, 이 글을 본 여러분들이 현재 제 친구처럼 힘들어 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줬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과찬 감사드립니다...; 저 중 2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