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자랑 좀 할께요^^
공수부대 특전사 장교셨던 우리 아빠, 굉장히 남성미가 물씬~ 넘치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25살에 결혼하셔서 곧 아들인 저희 오빠를 낳고, 3년 뒤 저를 낳고...
곧 제대를 하셨고 사업을 하셨지만 잘 안풀리자 -
밖에서 술 마시고 들어오셔선 엄마에게 손찌검도 자주 하시곤 하셨습니다.
집안 사정으로 아빠는 인천에, 저희는 부산에 따로 살고 있었는데 -
아빠가 너무 외롭다며, 제가 인천에서 학교를 다녔으면 한다며 저를 인천으로 부르셨습니다.
중학교 1학년 3월에 인천으로 전학와 학교생활에 점점 적응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갑자기 교회를 다니신다는 겁니다. 술, 담배 모두 끊으신다고..
처음엔 뭐, 그냥 그러려니...아빠는 허풍쟁이니까.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얼마 뒤 - 점점 아빠에게 풍기던 술, 담배 냄새가 안나게 되었고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중학교 들어간 딸이 방황할까 걱정스러워 술, 담배 끊으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당신의 건강보다 오로지 딸을 위해서 술, 담배를 끊으신겁니다..
고등학교,
이젠 엄마, 오빠도 인천에 와 있고 어느정도 살림이 잡혀가는가 싶더니
또 한번 곤두박질..
고등학교 시절 장학금도 받아가며 살림에 좀 보탬이 될까 했지만,
늘어가는 빚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려워졌습니다.
곧 대학에 진학하려 했지만, 형편이 너무 힘들어 대학진학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극에달은 아빠에 대한 미움.
' 우리아빠? 무능해. 아빠로서의 자질이 없다고나 할까? '
' 엄마는 왜 아빠같은 남자 만나서,? '
이런마음에 몇달을 아빠 얼굴도 안 보고, 찬바람 쌩쌩- 불며 아빠를 대했습니다.
빚만 불린채, 사업을 접으시고 40대 후반의 나이에 회사에 취업을 하셨습니다.
한달에 200만원의 월급. 우리 네식구와 외조부모님이 살기에는 터무니 없이 작은 돈입니다.
하지만 이젠 좀 먹고살만 합니다.
빚도 점점 갚아가고, 오빤 군대에, 그리고 저와 엄마가 돈을 벌고 있거든요.
( 여섯식구가 살기에 200만원은 분명 작은 크지도 작은돈도 아닙니다. 다만,
외조부모님이 연로하셔서 매일 쓰시는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힘이듭니다.
할아버진 뇌졸증을 앓으셨던지라 수술비도 저희가 감당해야 했었고, 요도에 문제가 있어
소변을 못 누시고, 호스를 연결해 항상 오줌통을 차고 다니십니다.
정신도 온전치 못하셔서 가출도 잦으시고, 한겨울에도 속옷바람으로 집밖을 다니시곤 합니다.
할머닌 당뇨가 있으셔서 백내장등 할머니 역시 병원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아빠가 버는 200만원은 고스란히 은행에 빚 갚은데 쓰이고,
엄마가 버는 고작 몇십만원은 모든 생활비에 쓰입니다. 분명히 저희에겐 빠듯합니다...
이런 자세한 이야기까지 하긴 싫었지만, 분명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요즘같은 핵가족 사회에서 -
자기 부모님도 아닌, 연로하신 장인장모 모시고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빤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건강한 우리 네 식구 뿐이었다면 이런 투정도 없었을 텐데,
집에 아픈사람이 둘 씩이나 있다면 - 그 200만원도 정말 작게 느껴집니다. )
점점 철이 들면서 아빠를 이해하게 되었고,
아직까지 아빠를 용서하지 못하는 엄마가 되려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노력하는데.
매일 우리가족을 위해 새벽마다 교회에 나가 울며 기도하시는데.
매일 딸에게 사랑한다며 문자하시는 아버지가 몇이나 있을까요.
사랑한다. 늘 미안하다. 힘내라. 아빠가 너무 창피하구나.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빠가 세상에 또 어디있을까요.
새벽에 알바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 너무 무서워 흘리듯이 아빠에게 말한적이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포르투갈 귀신 동영상 봤는데~ 무서워서 막 뛰어왔어~!!!!!!!"
그리고 알바 끝난 후,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새벽 4시에 집에 들어갔는데..
집 근처에 누군가 서성거리고 있더군요. (변탠줄 알았습니다-_-;;;)
밤길 무섭다고 흘려서 한 이야기를, 행여 그게 무서워서 더디게 오나 싶어서
마중나와 계셨던겁니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왜 안오냐고 문자가 여러개 와 있었던걸.. 차마 몰랐던겁니다.
이불속에서 엉엉 울었던거 아빤 모를겁니다.
생신을 맞으신 아버지가 교회에서 선물 받으러 나가실 때
사람들 앞에서 꽃다발을 준비해서 드렸더니 종일 교회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니시는 우리아빠.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는 딸의 문자에 엉엉 목놓아 우시는 우리아빠.
밤길 무서워 하는 딸을 위해 새벽에 집근처에서 딸을 기다리시던 우리아빠.
하루에 한번 꼭 사랑한다고 문자로 고백하는 우리아빠.
딸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솔선수범해서 술, 담배 끊으신 우리아빠.
매일 새벽기도 가셔서 당신보다 가족을 위해 기도하시는 우리아빠.
가끔은 흰머리 안 뽑아준다고 딸에게 투정부리는 우리아빠.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딸이 안쓰러워 잠든사이 발맛사지 해주는 우리아빠.
15년전 자연농원 갔을 때, 키가작아 놀이기구 못 타 울었던 딸이 항상 마음에 걸려
다 커버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에버랜드 가자고 하시던 우리아빠.
그 놀이기구 타시면서 마냥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던 우리아빠.
장인, 장모님 모시고 살면서 싫은내색 한 번 안하는 우리아빠.
오히려 외할아버지 모시고 찜질방이니, 이발소니 다니시는 동네 소문난 효자인 우리아빠.
이런 아빠를 제가 사랑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밉지만, 아빠가 너무 밉지만, 또 너무 사랑스럽고 미안합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아빠를 미워하고, 무능하다 욕했던 제가 너무 밉습니다.
이런 아빠를 감히, 조심스럽게 자랑해봅니다.
이제 22살의 저에게 아빠는 최고의, 여전히 군복입은 모습이 멋있는 아빠입니다.
아빠..
전 다시 태어나도 아빠의 딸로 태어날께요. 감사하고, 사랑해요...^^
(수정)
의외로 너무 많은 분들이 힘내라고 용기 주셔서 놀랬어요 ^^ ;;
사실 전, 그렇게 효녀도 아니고, 다른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
지금 아빠는, 할아버지 모시고 욕실에 계시답니다 !
타지에서 일하시다가 주말에만 집에 오시는데,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목욕시켜 드린다고 지금 욕실에서 같이 씻고 계시네요^^
아빠한테는 장인어른인데...
보통 남자들 자기 아버지한테도 그렇게 하기 힘들텐데 - 참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버지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죠.
해드린거라곤 아무것도 없고 매일 응석만 부리는데..
항상 엄마에게 조금 밀려있었던 아빠들.
오늘 저녁엔 아빠 사랑한다고 문자 한통이라도 보내드려보세요 !
자식의 낯설은 문자에 당황하시다가도 기뻐서 어쩔줄 모르실꺼에요^^
대한민국 아빠들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