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지금 사랑하지 않는

박경현 |2006.06.04 14:36
조회 44 |추천 0


 

 

 

 

나는 한 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
사랑을 할 때면 더 더욱이 그랬다 .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
가볍게 하자 ,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 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 안녕 .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
그런데 ,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 .
너 , 그리 살어 정말 행복하느냐 ?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하지 않았고
그래서 ,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 잔과 같았다 .

내가 아는 한 여자 ,
그 여잔 매번 사랑 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 미래를 ,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

그런데 ,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