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따른 소주잔을
하나 둘씩 털어넣다보니
어느새 눈 앞이 아른해지고
또 혼자 바보처럼 웃고 있다..
찬바람 좀 쐴까 싶어서
몰래 계단을 올라
담배 하나를 꼬나물고는
어수룩한 불빛 잦아드는
가로등에 몸을 기대어 있는데
눈 앞에 그때의 너처럼
긴 생머리를 한 여자가 지나간다..
눈에서 사라질때까지
멍하니 쳐다보다..
그냥 피식하고 한번 웃음이 나더라..
그때의 너는 이제 없고..
그때의 나도 이제 없는데..
익숙한 거리에서
익숙한 시간에
익숙한 술에 취하니까..
술 좀 그만 마시라던..
집엔 일찍 좀 들어가라던..
그리고 집에 가선 꼭 전화하라던..
익숙했던
너의 핀잔이
그리웠나봐..
이렇게 적당히 술에 올라
친구들 몰래 밖에 나와있으면
꼭 네게서 문자가 오곤 했었는데..
' .. 너 또 애들이랑 술마시고 있지?
얼른 집에가서 나한테 전화좀 해주지.."
........
그때는 언제든 할 수 있었는데..
고민할 것도 없이
그저 '0'번 하나만 꾸욱 누르고 있으면
할 수 있었던 거였는데..
그랬던 그때가
참 좋았던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