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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신스팝의 귀환!


 

“저기 부르짖는 자는 누구인가/그는 선지자 요한/그가 이제껏 준 것이라고는 고통뿐/저기

소리치는 자는 누구인가/그는 선지자 요한/그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여야 할 것이다”

(“John The Revelator") 같은 ‘반 기독교적’ 가사를 묵직하게 흥청거리는 댄스 비트와 세련

된 멜로디에 실어 부르짖는 저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디페시 모드(Depeche Mode)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신서 팝 밴드이자 컬트적인 숭배자들을 몰고 다니는 암흑의 교주

말이다. 

디페시 모드(Depech Mode)의 음악이 궁금한 사람은 [Songs Of Faith And Devotion]

(1993) 발매 당시 그들의 마케팅 담당자가 뿌리고 다닌 명언을 곱씹어 볼 만 하다. ‘차가운

세련미, 칠흑 같은 아름다움.’ 어둡지만 음침하지 않고 빠르지만 경솔하지 않으며 느리지만

처지지 않는다. 신성모독과 변태성욕, 자살충동으로 점철된 가사와 거부할 수 없는 팝 멜로

디가 뒤섞인다. 이런 음악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신서사이저뿐만 아니라 록 기타, 가스펠

합창, 힙합 비트, 심지어는 인더스트리얼과 1970년대 구닥다리 전자음악까지 동원했다.  

 

[Some Great Reward](1984)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그들의 노력이 가장 성공적인

열매를 맺은 음반은 1990년에 발표한 [Violator]와 [Songs Of Faith And Devotion]이다. 

이 성공은 [Ultra](1997)까지 이어졌고, 근작이었던 [Exciter](2001)는 ‘좋긴 한데 맛이 가기

시작했다’는 미묘한 평을 얻었다. 하지만 이들의 신보 [Playing The Angel]은 이런 평을

자신 있게 비웃는다. 

[Playing The Angel]은 디지털 방식으로 연출하는 아날로그 전자음의 쾌감을 살리려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지녔던 [Violator]를 언급한다). 특히 초반부와 중반부

의 곡들은 탁월하다. 귀를 찢는 듯한 사이렌 효과음과 더불어 스멀거리듯 기어 나오면서

놀라운 매력을 뿜어내는 “A Pain That I'm Used To", 보컬인 데이빗 게이언(David Gahan)

의 표현력이 빛을 발하는 ”John The Revelator", 황량한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로 곡을 밀고

나가는 “The Sinner In Me"를 들어 보라. 또한 이 음반에는 게이언이 처음으로 작곡에 참여

했는데(이전까지 밴드의 작사와 작곡은 모두 마틴 고어(Martin L. Gore)가 담당했다) 그 중

”Suffer Well"은 탄력적인 베이스 라인이 인상적인 곡이다. 

중, 후반부의 곡들이 초반에서 보여주었던 긴장감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극도로 음울하면서도 청명한 “The Darkest

 Star"로 음반을 마무리 지은 것은 훌륭한 선택이다. 관록과 열정이

황금분할에 근접한 비율을 이뤘을 때 나올 수 있는, 황무지처럼

거칠고 면사포처럼 매끈한 일렉트로닉 팝 음반이다. 귀환을 환영한다.

 최민우 | eidos4@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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