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글자글 주름이 잡힌 스커트와 레깅스(아무렇게나 둘둘 만 머플러), 얼굴을 거의 가리는 커다란 선글라스. 멋쟁이와는 동떨어진 패션일 것 같은 아이템들이 올봄 패션리더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발원지는 패션의 메카, 할리우드. 키얼스틴 던스트, 애슐리·메리 케이트 올슨 자매 등 유명 배우들이 착용한 커다란 원색 구슬목걸이, 납작한 모카신에 발목까지 오는 스커트, 찢어진 청바지가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이 보여준 독특한 패션은 뉴욕타임스에 의해 ‘노숙자(homeless) 패션’이란 이름까지 얻었다. 이처럼 단정하지 않지만 자유롭고, 깔끔하지 않지만 세련된 스타일의 중심에는 바로 ‘빈티지’가 있다.
#자연스러운 멋, 빈티지
1990년대 후반부터 패션에 바람을 일으킨 ‘복고’는 빈티지 룩(vintage look)이라는 거대한 흐름으로 성장했다.
빈티지는 원래 ‘수확기의 포도’ 또는 ‘포도주 숙성’ 등을 의미하는 와인 용어였다. 패션으로 넘어와서는 숙성된 포도주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옷이라는 의미로 통한다.
빈티지 전문 쇼핑몰 ‘보헤미안 빈티지(www.bsvintage.com)’의 조현정 대표는 “빈티지는 더 이상 구제품, 중고물품 등 오래된 물건만을 뜻하지 않는다”며 “고급 소재에 손바느질의 느낌은 물론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이었을 사연, 손때가 묻어가며 낡아 세월에서 묻어나는 독특한 개성이 빈티지에 녹아 있다”고 설명한다. 희귀한 물건이 오래될수록 비싼 값에 팔리듯 오랜 전통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패션이

멋스럽다고 제안한다. 커다란 명품 브랜드 로고 대신 엄마가 만들어준 것 같은 주름 스커트, 손뜨개 니트가 주목받는 이유다.
최근에는 여러 브랜드에서도 빈티지의 느낌이 나는 옷들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통 빈티지 제품을 원한다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판매자가 엄선한 미국, 유럽, 일본 등지의 빈티지 제품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빈티지 즐기기
빈티지를 초보들이 마구 따라하다간 ‘촌스럽다’는 말을 듣기 쉽다. 예쁘다고 해서 무턱대고 특이한 드레스를 선택해도 입기가 쉽지 않은 법. 튀지 않게, 부담스럽지 않게, 적당히 멋스럽게 빈티지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작은 소품부터 챙기는 게 좋다. 조대표는 “셔츠나 구두, 목걸이·벨트 등 액세서리가 청바지와 매치됐을 때 잘 어울릴지를 생각해보면 선택이 쉬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 보온효과도 주는 스카프는 가장 편하게 매치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화려한 컬러에 반짝이는 시퀸(스팽글처럼 의복에 다는 작은 금속조각) 장식의 스카프는 다양한 코디에 응용할 수 있다. 벨트처럼 허리에 두르거나 얇은 스카프를 두 장 겹쳐 두르면 독특한 매력을 뽐낼 수 있다.
또 하나의 팁은 겹쳐입기. 톱과 셔츠를 여러 겹 겹치더라도 색감을 통일시키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원피스나 레깅스, 스커트와 팬츠 등 다양한 아이템을 응용해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