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에 대해서는 문외한 나
지금까지 여자친구들에게 향수 한 병도... 아! 한번 사준 적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향수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몇 년 전에
향수를 너무 좋아하는 어느 후배 한 명과 같이 뉴욕에 갔다가
향수 쇼핑을 몇 시간 하고 난 후 기억하는 몇 개의 브랜드 이름뿐.
내게서 나는 냄새는
아침 - After Shave(니베아)와 Deodorant(니베아 뽀송뽀송) 냄새
점심 - 약간의 After Shave의 냄새와 약간의 땀냄새의 조화
저녁 - 술 냄새~
이제 나이도 있고, 곧 장가도 가야하고
장가를 가려면 처자들의 관심도 끌어야 하고
몇 년 동안 사용한 니베아의 뽀송뽀송한 냄새는 별 효과가 없었으니
보다 자극적인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주변의 아는 모든 리소스를 총 동원하여... 솔직히 그 처자들 중에도 괜찮은 사람들 많은데... 이름만 들어도 뻑가는 D모 브랜드의 향수를 한 병 샀다.
하늘색 상자 안에 들어있는 이 깔끔한 병, 뚜껑을 열고 스프레이를 살짝 누르는 순간 쉬~익 하면서 나오는 이 지중해의 향기. 캬~
은은하게 코끝을 자극하는, 어디선가 한번 맡아본 듯한 이 향기는 정말 맘에 들었다.
향수를 사면서 P모 브랜드로 살까 D모 브랜드로 살까 한참 고민을 했었다. P모 향수가 약간 더 자극적이었고 나도 좀 더 적극적이고 자극적으로 변신을 해야 한다고 늘 생각을 해 왔었기 때문에 더욱 고민을 했었지만, 아릿다운 면세점 아가씨 왈, 'P향수는 냄새가 강해서 남자들이 애용하긴 하지만 손님같이 차분하게 생기신 분에게는 이 향수가 더 잘 어울려요~♡ ' 한 마디에 내 모든 리소스를 뒤로하고 사버렸다.
어디선가 맡아본 듯한 이 편안한 냄새... 너무 좋았다. 아침에 영양제 먹는 것은 일부로라도 잊으면서 향수 뿌리는 건 잊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주변에서도 의식을 했다. '오~ 냄새 좋은데요. 오늘 향수 뿌렸나봐요?', '아니, 부끄~^^'
잠깐! 여기서 한가지 의심을 해야 할 것. 지금까지 저 얘기를 한 사람들은 남자들이다!
하지만 난 이 편안한 냄새가 아직도 좋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 가던 길에 화장실이 급해 지하철 안국역 화장실에 잠시 들렸다. 소변기 앞에 서서 지퍼를 내리고... 시원하게 일을 보는데... 소변기 물이 한번 흐르고 칙칙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 화장실의 자동 소변기는 두 번 물이 흐른다.
흐르는 물과 같이 흐르는 이 냄새. 화장실에서 느끼는 이 편안한 지중해 향기.. 엥?
그래. 이 은은하게 코끝을 자극하는, 어디선가 한번 맡아본 듯한 이 편안한 지중해 향기는 지하철 남자 화장실 자동 소변기 앞에서 나오는 방향제 향기였다.
그래서 'eau de toilette' 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