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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사랑이라는 것을...

김은규 |2006.06.13 08:04
조회 27 |추천 0


<어차피 사랑이라는 것을...>

 

사랑은 때론 재앙처럼

어김없이 상처를 입히고는

기억 안에서

겨우 추억이라는 미명 아래

서서히 잠식해 들어간다

알지 않는가

심장의 미칠듯한 연주가

생명력을 잃어버린 채로

뇌리 속에서 빛을 잃어버림을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던가

사랑하는 이와 밤을 지새는 흥겨움보다는

사랑하는 이를 그리며 밤을 지새는 괴로움이

더 크다는 것을

그 앎이 다하여 젊은날의 놀이감처럼

지나가버린 과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간절히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얻기를 위하여도

일방적 소통의 무게는 머리가 아닌

마음을 짓누른다는 것 또한

퍼져나가는 화산재만큼 막기 힘겹다는 것을

나의 살아있는 두 눈동자가 박힌 등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린다 하여도

결국은 나에게만 허용되는 피흘리는 울부짖음임을

세어보아도 알 수 없는

견디기 어려운 고독이라는 것이

가슴 한 복판에 뱀처럼 기어들어와서

잠들지 않고 깨어있더라도

어차피 사랑이라는 것은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한줌의 재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버릴지라도

다름박질치는 것은

어차피 사랑이라는 것은

재앙처럼 마음의 아픔을

더듬거리는 거미줄

하나 둘 단서들이 걸려드는

가느다란 선의 떨림은

어쩌면 밤을 지샌 눈의 핏줄

어차피 사랑이라는 것은

눈물샘을 마르게 하는 습자지

세월을 서로 달리한

백포도주에 떨어진 적포도주 한방울처럼

핏줄을 타고 온 몸으로 퍼져

전부를 마비시키는

마취제라는 것을

아파도 아파서 시름에 젖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때에 이르러도

어차피 사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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