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UE2
최진홍
|2006.06.23 00:31
조회 34 |추천 0
아침의 바다는 쌀쌀하다.
해는 이미 수편선에서 천천히 고개를 내밀었지만 그 따스함은 이곳가지 미치지 못하는듯 하다....준은 조용히 모래사장을 살펴보던 고개를 들어 다시 바위를 바라보았다.
[.........]
[여기서 뭐하시요? 바람도 찬데....]
[아. 연구중입니다 아저씨...]
준은 빙그레 웃으며 목점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그 아저씨는 커다란 용달차에다 짐을 꾸리는 중이었다.
[이사 가시나봐요?]
준이 묻자 그 아저씨는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열었다.
[가야지....나뿐만 아니라 여기에있던 사람들도 다 나갔어....여기에 뭐냐...서울에서 온 사람이 큰 횟집을 짓는다 했거든..]
[회타운이요..?..에이...그래도 여기처럼 바다가 보이는 호젓한 곳에는 조그만 횟집에서 편하게 먹는게 좋은데...아쉽게 되었네요.]
[세상이 변하니깐.....모두들 변하는거지...만덕이처럼 말이야..]
[몇일전에 아저씨하고 말다툼하던 그 청년을 말하는거에요?]
준이 묻자 아저씨는 '그런걸 어떻게 알지'라는 표정을 지은뒤에 회한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려....그 착한 만덕이가 그렇게 될지 어떻게 알았겠어...다 우리 죄지...우리 죄야...]
[무슨일이 있었나 보죠?]
준이 묻자 순간 아저씨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지나갔으나 이내 담배 하나를 꺼내 물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덕이 아버지가 예전에 여기서 우리랑 같이 횟집을 했었거든...]
[.......]
[그런데 서울에서 온 어떤 돈많은 사람이 우리한테 돈을 선뜻 빌려준다고 하더라고...우리는 좋다고 받았지...모두들 형편이 어려웠거든.....그런데 갚으라는 날짜에 돈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이핑계, 저핑계 대고 피하더니만 기한을 넘기자 갑자기 계약위반으로 우리 모두를 고소한거야...그 사장놈이.]
[저런....]
[그래서 모두들 이곳에서 쫒겨났지....그 사장놈이 바로 이곳을 노리고 그랬다는걸 모르고 말야.....]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안했습니까?..그건 엄연히 법률위반일텐데...]
[했지...아암...했어...우리도 이대로 쫒겨날수 없다고 생각하고 공동으로 서명운동도 하고 시위도 했어....그 중심에 만덕이 아버지가 있었고.]
[....그런데요?]
[죽었어...]
[예?]
준이 다시 되묻자 아저씨는 착찹한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죽었다고.....밤에 술먹고 실족사 했다는데....우리는 안믿어...필시 귀찮아지니까 그 서울에서 온 놈이 손을 쓴게지....]
[그건 범죄입니다!!..그래서요!]
[.....법보다 무서운게 주먹인데 우리같은 어부들이 뭘하겠어....그냥 버티다가 하나,둘씩 떠났고....이젠 내 차레인가 보구만.]
[........]
준이 조용히 바라보자 아저씨는 담배를 다시 깊게 빨아들이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만덕이 그놈이 그 서울사장 옆에붙어 우리를 몰아내는데 일조하다니...제 아비를 죽인 놈한테 말야....]
[......]
[내가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군....그럼....잘 연구하고 가게나...]
그렇게 아저씨가 담배를 비벼끄고 다시 용달차로 돌아가려는 찰라였다.
[뚫린 입이라 말도 잘 하는군...]
어디선가 비야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며 만덕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해머가 들려있었다.
[아버지를 죽인게 우리 사장님이라고? 제기랄놈들....웃기지마..이 추악한 자식들...내가 모를줄 알아?]
[이보게 만덕이.]
[우리 아버지를 죽인건 바로 너희들 이잖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만덕의 해머가 아저씨의 집문을 그대로 부수어버렸다.
그러자 준이 재빨리 달려들어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내가 모를줄알고!!! 이 개자식들!!! 우리 아버지를 죽인건 바로 이놈들이야!!!...처음 사장이 회타운을 짓기위해 이곳을 매입하려하자 이자식들은 그 돈에 눈이 어두워 찬성했었다구!!! 우리 아버지만 반대했었고!!!...그러자 이놈들은 우리 아버지를....!!!]
[만덕이!!! 그건 오해야!]
[개소리마!!!!]
만덕의 해머가 다시 문을 찧어버리자 목재로 만든 문은 이내 힘없이 허물어졌다.
그러자 준이 재빨리 그의 손에서 해머를 뺏으며 소리쳤다.
[일단 진정하세요!! 만덕씨!!]
[제기랄.....퉷.]
만덕은 그자리에서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는 아저씨에게 침을 뱉고는 돌아서며 말했다.
[기한이 앞당겨졌어.....바로 내일...내일 그대로 철거해 버릴테니까.]
바람이 불어왔다.
만덕은 옷깃을 추켜세웠지만 바다바람은 얇은 정장외투로 막아질 정도가 아니다.
[옛날에....]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왜구들이 이곳에 쳐들어 온적이 있었지요...]
[.......]
만덕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당하기만 했어요...이런 오지에는 관군이란 없었고....가난한 어부들을 지켜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
[하지만...이 지방의 유지인 호장이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
[그는 마을 사람들을 설득했어요...우리를 지켜줄 사람은 없다. 우리가 직접 싸워야 한다......하지만 사람들은 왜구의 흉포함에 겁을 먹고는 그 호장의 의견을 무시했습니다.]
[마음대로 씨부려...안들을 테니까.]
[그리고 다시 왜구가 쳐들어왔고...주민들은 아예 그놈들이 사람을 죽이기전에 재물이나 자기 집안 여자들을 바치기 시작했죠...구차한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
[하지만 호장만큼은 분연히 싸웠어요...정말 용감히 싸웠지요....결국, 흉포한 왜구들에게 목숨을 잃었지만.]
[.........그만.]
[그걸 본 주민들은 부끄러움과 동시에 분노를 느꼈지요...모두의 가슴에 복수의 불꽃이 치밀기 시작했어요...그리고 다음날. 약탈과 살육의 만찬에 취한 왜구들에게 제안을 하나 합니다....이 바다근처에 문어가 끊임없이 잡히는 바다가 있다고......왜구들은 좋아합니다...문어는 예날 쿠슈왕국에서 왕실음식으로 쓰이던 귀한것이었으니까요...사람들은 왜구들에게 문어를 마음껏 잡게 해 주겠다고 다른곳에 비해 물결이 센 해역으로 그들을 유인합니다...그리고 스스로 배를 뒤짚어 버리죠.]
[.......]
[지금 까막바위가 있는 이곳...예전에는 바다 한중간 이었을 확률이 높습니다...요 며칠간 바위주변의 흔적과 퇴적물을 살펴보았거든요.]
[......]
[그리고 현재의 지형으로 추정해볼때, 까막바위가 있는이곳은 작은 '만' 형태입니다...거대한 물살이 작은 '만'으로 들어올때 물결은 거세어지죠...]
[무슨말을 하고 싶은거야..]
만덕이 으르렁 거리며 입을열자 준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주민들은 맨처음 왜구들에게 순종했지만...나중에 호장의 용기를 보고 맞서싸울 각오를 합니다...바로....이들처럼요.]
강사장은 연락을 받고 급히 지방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무언가 큰일이 일어났다는 연락을 받은 그였다.
[제기랄....깡촌 나부렁이들이 감히...!]
이미 출발할때 그 지방의 경찰관계자와 시청에 전화를 넣어둔 상태였다..하지만 그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돈은 돈대로 처 먹은 놈들이...제기랄...!!!'
이윽고 강사장의 차가 동해시에 구상중이던 거대 회타운부지에 당도했을 때였다.
[...이런...제기랄.....]
그의 시선이 거대한 피켓의 문구에 닿음과 동시에 비음이 새어나왔다.
이미 여러곳의 방송 기자들과 신문 기자들이 무수한 셔터를 누르고있는..바로 그 문구.
(살인자 강사장은 불법적으로 우리에게 돈을 주었다. 증거도 가지고 있다.)
[...이건....]
만덕이 주춤거리자 수많은 군중들 사이로 머리에 붉은띠를 두른 포목 아저씨가 그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만덕이...우리는 다시 싸우기로 했네.]
[.........]
[자네는 잘못 알고있어....당신 아버지는 우리가 죽인게 아니야...바로 강사장에게 죽은거지.]
[또 무슨 소리를 씨부리려는 거요.]
[물론....우리가 돈을 받은게 맞네...그리고 자네 아버지만 반대했었고.....그렇게 투쟁을 하던 자네 아버지는 그날 밤. 강사장을 찾아가려했지.]
[.........]
[그리고 강사장이 죽인거야....하지만 우리는 무서워서 아무도 대들지 못했네...자네 아버지가 죽었는데도...우리는 무기력하게 보고만 있었어...무서웠고...돈이 탐나서....입을 닫아버렸지.]
[제기랄....그만해요...]
[내말 끝가지 듣게....만덕이.]
아저씨는 뒤돌아서려는 만덕의 어깨를 붙잡고 천천히 쉼호흡을 했다.
[.....어쩔수없었어....어떤 뉴스도...기자도 우리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지 않았어....승산없는 전쟁이라 생각한거야...미안하네.....]
[쳇. 웃기고 있네!!!!]
순간 만덕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연신 셔터를 누르는 기자들을 보고 소리쳤다.
[그럼...이 기자들은 다 뭐요!!! 예!?...그때는 부르지도 못했는데....지금은 어떻게 다 온거유?!..예!!??]
[그건 제가 설명하죠...]
순간 옆에있던 준이 빙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그의 손에는 종이한장이 들려있었다.
[...그건 뭐야?]
[진술서입니다....]
준은 그 종이를 들어보이고는 만덕에게 건네주었다.
[....여기게신 포목 아저씨와 많은 사람들....살인 방조죄와 금품수수죄를 다 시인한 진술서입니다...이걸 모든 방송사에 뿌렸지요....]
[....그..그럼..!]
[여기계신 아저씨와 시위를 하고계신 모든 아저씨들....잠시후에 구속예정입니다.]
[다 각오한 일이네....미안하네 만덕이....죄값을 받겠어.]
포목 아저씨는 그대로 고개를 꺾었다.
그런 그의 눈에서 한방울. 두방울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호장이 죽고나자 사람들은 왜구들을 위험한 바다에 유인하고...같이 죽어버렸지요...그건 어쩌면....]
준은 천천히 버스터미널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뉴스에는 시위자와 시위 대상자가 모두 감옥에 간 사건이 떠들석하게 나오고있었다.
[....어쩌면.....]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