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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에 세겼던 그 말.

박길성 |2006.06.23 15:57
조회 33 |추천 2

이별의 순간.

 

그녀와 이별하던 날 비가 내렸습니다.

버스에서 듣게된 그녀의 이별선고에 난 아무말 없이

듣고만 있었죠.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그녀의 미안하단 말은

차창에 낀 서리에 따라 써 봅니다.

" 미 안 해 요. "

내 곁에 앉아있던 목적지가 분명한 행인은 그 단어가 나의 모든 것을

알아버린 듯 위로 아닌 위로의 모습으로 고개돌려 못 본척 합니다.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도 그녀의 답은 미안하단 말뿐

더 이상의 말은 나올 것이 없는 듯 했습니다.

 

수화기 저편에서는 정적만이 흐르고 내가 탄 버스에서는

다음 정거장을 알리는 시끄러운 안내방송이 울립니다.

" 알 았 어 요. "

붙잡고는 싶었지만 붙잡을 수 있는 이유와 방법은

더이상 내게는 없는 듯 느껴졌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불과 몇시간 전만해도 그녀와 웃으며 이야기를 했었는데

몇시간동안 변하는 그날의 날씨처럼

그녀의 마음은 변해버린 것을 알았습니다.

 

가슴속으로 보낼 수 없다 수없이 소리치며 있는 내 자신을

괜찮다는 스스로의 주문으로 위로하며

어쩌면 이미 알고는 있었으나 두려움에 멈춰있던

나의 이성이 그제서야 고개들 듭니다.

 

" 사 랑 해 요. "

 

이 한마디로 그녀와 사랑을 했고

 

" 미 안 해 요. "

 

이 한마디로 그녀와 이별했습니다.

 

차창에 적었던 그 단어는

 

비가 내리는 저녁 버스를 탈때마다

 

내눈에 비춰진 차창에 아직도 보이는 이유는

 

나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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