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대로다.
같이 봤던 애들하고 "우리는 13대 11로 싸우는 거야" 라면서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보긴 했는데, 막상 경기 종료 휘슬 소리가 울리고 난 후 저런 편파판정에 16강을 '도둑'맞은 상황이 되고 보니 씁쓸한 마음을 지우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약간 냉정함을 되찾고 생각을 해 보니까, 가장 불쌍한 건 심판인 것 같다. 첫째로는 자기 양심을 팔아가면서까지 '블 모' FIFA 회장의 눈치를 보아야 했을 그 속내를 생각해 보니 그렇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저 심판은 나름 시인이라고 들었는데, 그의 시적 감수성이 오늘의 저 부조리한 상황을 어떻게 그려내게 될지 궁금하면서도 안쓰럽다. 보나마나 썩어문드러졌을 그 마음으로 저 시인은 더 이상 펜대를 놀릴 수 있을까.
둘째로는 대단히 실질적인 면에서다. 블 모 회장은 자기가 안 시켰다고 잡아떼면 장땡이다. 실제로도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심판 배정 등에서 소외되면서 불이익을 보게 될까 지레 겁 먹은 심판들이 스위스 경기만 되면 그 쪽 편을 들어줬던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 두 번째 '골'로 인정된 프라이의 오프사이드의 경우엔 너무도 명확한 오심인지라, 오늘 저 심판이 향후에 다시 그라운드에 나와서 심판 인생을 더 지속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만큼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는 거다.
양심은 있는 대로 다 팔아치우고, 정작 앞으로 심판 인생 종 치게 생겼으니, 가장 불쌍한 건 심판이요, 최대의 피해자도 심판이다. 물론 그나마도, 원칙대로, 소신대대로, 양심대로 행동했더라면 피해갈 수 있었던 일이라는 점에서 동정심을 약간 거둘만 하다. 어떤 압박스러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선택은 자신 몫이니까...
사실 오늘 오심으로 가장 크게 득 본 건 아드보카트다. 전략 미스와 그릇된 선수 기용 등으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을 뻔 한 게 한 두번이 아닌데, 정말 용케 잘 피해간다. 토고전에서는 이천수-안정환 덕분에, 프랑스전에서는 박지성 덕분에, 그리고 이번 스위스전에서는 심판 덕분에... 한국 국민들 동정표에 세계 여론의 동정을 받으면서 감독으로서의 역량 미달치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킬 수 있게 되었다. 운도 억세게 좋다. 아동복.
아시아용 바지저고리 부회장인 정몽키를 회장으로 당선시키게 되거나 혹은 2022년 쯤에 한국에서 다시 월드컵을 하거나 하면 이런 억울함을 또 다른 팀에게 전가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으나, 1차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런 개 구린 오심으로 초를 쳐 버린 독일월드컵의 전철을 밟을 필요는 없는 것 같고. 골 못 넣은 우리 선수들 잘못도 있고. 억울하면 실력을 기르라는 것이고... 뭐 그런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