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붉은 악마는 의미심장한 카드섹션으로 태극전사들에게 큰 힘을 북돋았다. 터키와 3~4위전이 열리던 대구경기장에서의 카드섹션을 기억 하는가? 붉은 악마가 그날 내걸었던 'CU@K-리그'라는 카드섹션의 의미는 월드컵의 열기를 K-리그로 이어 가자는 의미심장한 메세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반짝이었을뿐, 방송사에서는 K-리그 중계방송을 외면하였으며 시즌 말 월드컵 주축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그열기도 가라 앉았고, 또한 히딩크와 재계약을 하지못한(?) 대표팀은 감독선임에 있어서 좋지못한 이미지를 풍기며 2004 아시안컵에서는 8강전에서 이란과 난타전 끝에 3-4로 패하며 탈락이라는 쓴맛을 보게 된다.
K-리그가 관중동원에 실패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축구팬일 뿐,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펼치는 플레이와 내가 좋아하는 팀를 응원하면서 즐기면 그만이다. 물론 프로스포츠에서 관중이라는 요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팬이라면 팬답게 즐길줄 아는 여유도 플러스 요인이라 생각한다. 관중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선수들의 플레이는, 관중석을 채운 팬들과 함께 할 때 나타나는 정비례 관계일 것이다.
얼마전 '한국에는 축구팬은 없고, 애국자만 있다'라는 영국기자의 기사를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100% 공감하는 말이다. 월드컵 4강국에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K-리그의 관중석은 텅빈 반면, A매치의 경기에서는 붉은악마를 비록한 광팬들이 관중석을 꽉 채운 모습은, 축구가 생활화 되어있는 유럽인들의 눈에는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 아마도 한국이 4강에 진출하자 전대미문의 월드컵 이변이라는 세계 각국의 반응을 뒷받침하는 현실이었을 것이다.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하자, 이번에도 당연히 16강 이상을 기대하는 국민들 또한 상당히 많았을 것이다. 오로지 기대만.......
우리가 언제부터 4강국이었나? 98프랑스 월드컵까지 우리의 성적은 4무 10패였다. 단 1승조차 올리지 못했던 우리나라 대표팀은 2002년 홈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대비하여 과거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합숙기간을 가졌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프로팀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년 내내 한솥밥을 먹으며 경기를 하는 프로팀과 단 며칠,몇주동안 호흡을 맞추게 되는 국가대표팀의 조직력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게다가 세계최고의 응원을 자랑하는 붉은 악마와 홈구장이라는 어드벤테이지, 거스 히딩크라는 명장이 더해져 그간 1승도 거두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단숨에 준결승까지 진출하자 우리나라의 축구실력이 그 돌풍만큼이나 함께 수직상승했다고 착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 착각과 함께 돈밝히는 쓰레기같은 언론사와 기업체들에 놀아난 여러분들의 개념을 확실히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진한 대표팀과 특정 선수에게 독설을 퍼붓는 주위 사람들이나 누리꾼들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나는 당연히 대표선수'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경기장에서 걸어다니는 선수들은 당연히 욕을 먹어야 마땅하지만, 과연 어느 선수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고 최선을 다하지 않겠나. 이번 월드컵은 히딩크도 없고, 홈경기도 아니다. 홍명보 같은 리더도 없었다. 하지만 98우승국 프랑스와, 본선진출국 중 조직력이 최고이며 2002년 3위팀 터키를 꺾고 올라온 스위스가 속한조에서 승점 4점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너무나도 소중한 결과물이다. 한국이 2002년과 마찬가지로 승승장구해 8강,4강 진출을 원한다면 끝난 경기에 대한 아쉬움을 피땀흘린 선수들에게 토해내지 말고 당장 축구장으로 가라. 스위전에 안정환이 전과 같은 플레이를 못했다고, 박지성 이영표는 EPL선수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수비라인은 왜 그모양이냐고 불평불만 하려거든 4년에 한번씩 축구를 보며 자신을 축구팬이라 생각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진건 진것이다. 스위스와 재경기를 한다면 이길 수 있을까? 스위스보다 우리의 전력이 앞서는데 심판때문에 졌다는 논리의 쓸데없는 애국심에서 번진 이번 해프닝을 보면서 한숨만 나온다. 아직도 땅바닥에서 빠따 맞아가면서 축구하는 중고등학교 선수들, 등록선수가 2만여명 밖에 안되는 얇은 선수층, 제대로된 유소년팀이 몇 안되는 현실에서 우리 선수들은 분명 잘한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심판의 오심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 또한 실력이며, 박지성 선수가 말한대로 오심 또한 경기의 한부분이다. 실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실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면 오심이든 어떤 것이든 구설수에 오를 수 없다. 브라질을 보면 세계최고인 팀인만큼 그 치열한 예선리그에서 35개의 최소반칙만(경고5개)을 범했을 뿐이다.
스위스전. 분명한 오심인것은 100%공감하지만,
패배를 인정하고 피땀 흘린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다음을 준비하는 자세는 어떨까?
그리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되어서야 축구를 다시 볼 사람들.....
아무말 말고 그냥 보기만 해야 한다. 아무말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