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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칸나꽃 -최정례

홍예진 |2006.06.30 12:45
조회 36 |추천 0


너는 칼자루를 쥐었고

그래 나는 재빨리 목을 들이민다.

칼자루를 쥔 것은 내가 아닌 너이므로

휘두르는 칼날을 자라봐야 하는 것은

네가 아닌 나이므로


너와 나 이야기의 끝장에 마침

막 지고 있는 칸나꽃이 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슬퍼하자 실컷

첫날은 슬프고

둘재 날도 슬프고

셋째 날 또한 슬플 테지만

슬픔의 첫째 날이 슬픔의 둘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둘째 날이 슬픔의 셋째 날에게 가 무너지고

슬픔의 셋째 날이 다시 쓰러지는 걸

슬픔의 넷째 날이 되어 바라보자


상가집의 국숫발은 불어터지고

화투장의 사슴은 뛴다

울던 사람은 울음을 멈추고

국숫발을 빤다


오래가지 못하는 슬픔을 위하여

끝까지 쓰러지자

슬픔이 칸나꽃에게로 가

무너지는 걸 바라보자

 

                                       칼과 칸나꽃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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