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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조각(단편)

김봉섭 |2006.06.30 17:54
조회 61 |추천 0

필명:르노아르

르노아르=김봉섭

 

 

그는 목적지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을 걷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여 걷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계속 앞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걸어 나갈 뿐이었다 
그는 이 어두운 곳을 벗어나 밝은 빛이 보이는 공간으로 걸어 가는 것일지도 몰랐지만 그렇지 않음을 금방 알아챘다
"난 도대체.. 가고 있는거지?"
자문자답을 하지만 그는 자신의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계속 걷기만 할뿐....
계속 걸어가면서 자신의 마음에 두려움이 커져 가는 것을 금방 느끼지는 못했지만, 지금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1초, 1초 흐를때마다 그것이 계속 커져 나가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이래선 안돼. 난 이 두려움도 이길수 있는 남자다. 그게 바로 나란 말이다!"
그는 자기 타인에게 말하듯 크게 외쳤지만, 정작 그것을 말하고 듣는 사람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됐다  그 말 한마디로 그는 약간의 두려움이 사그라 드는 것을 느꼈고 만일에 대비해서 허리 오른쪽에 비치된 권총을 양손에 움켜지고는 다시금 걸어나갔다
그러던중...
누군가의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다
"조형준.."
낯이 익은 남자의 목소리.... 그는 그리웠던 목소리였는지 살며기 고개를 내렸다가 한숨만을 내쉰채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들었고, 그의 몸은 살며시 떨리고 있었다 "희민.. 희민인가?"
"그 잘난 조형준이란 친구에 의해 배신 당하여 죽어버린 나 곽희민을 기억하나 보군."
"도대체! 도대체 내가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기에 지금까지.. 벌써 몇년이 흘러버린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는거냐!"
"넌 네 자신이 잘못 한것을 알지도 느끼지도 못한다는 거냐?"
희민의 목소리가 메아리 치듯 어둠속에서 울렸다
"네 자신을 위해.. 너 혼자만을 위해 친구의 목숨까지 팔아치운 사내가 바로 너였다는 것을 왜 알지 못하는거지? 왜!!!"
"아냐! 그건 오해야. 난 네가 그 테러에 가담 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어."
형준의 몸은 아까보다 더욱더 떨리고 있었다
"난 그 테러에 전혀 참견하지 않았다. 분명히! 난 같은 조직의 일원들이 마지막이라는 이유만으로 날 데려 갔을뿐이야. 전혀 그 일을 저지르지 않았어."
"알고 있다.. 그건..."
"알고 있으면서 왜!! 날 죽인거지?"
"알고 있으면서도.. 알면서도.. 난 그걸 막지 못했을 뿐이야  널 죽일 생각은 없었어."
형준의 눈에선 약간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막지 못했다고? 내가 잡혀 갔을때 더럽고 오만한 웃음을 짓고 있는 너를 난 분명 지켜보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있으면서도 난 분명 너를 믿었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어.. 난 너에게 배신 당한채로 죽어버릴수 밖에 없었지."
"아니야! 아니라고!!"
"왜 변명이라도 짓껄일 말이 남았나? 후후.. 난 그 잘난 FBI 소위를 친구로 둔 내가 잘못인가?"
희민은 형준을 보며 비웃고 있었다.
"아...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서 였나? 나의 약혼자인 양희 때문에?"
"......"
형준은 희민의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고, 숨만 거칠게 쉬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재판으로 인해 죽고 나니, 혼자가 되어버린 양희를 위로 해주는 척 하며 그녀를 소유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나?"
그때.. 희민이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희.. 희민."
형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듯 불렀다
"왜? 못볼 것을 봤나보지?"
"....."
"넌 나를 죽이고, 양희를 빼앗아간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 더이상 친구란 그 소중한 말을 배신이라는 추억한 것에 의해 빼앗긴 이상 지금에서는 더이상 쓸수 없겠지. 그리고 나를 죽인 너를 이 곳에서 죽이는 수밖에.."
그 말과 함께 희민의 손에서는 총구의 형상이 나타나더니, 그 형상을 희민은 잡았고 그 형상은 어느샌가 한자루의 총구로 변해 있었다
"난 진작부터 니가 테러범인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소중한 친구인 너를 상부에 보고 할수는 없었어. 그리고 니가 잡혔던 그 마지막 테러사건. 그 사건을 고발했던 자들이 누구인줄 아나? 그 테러범일원중 한명이었어. 자기들이 살기 위해 너를 쓰레기 취급한거였지. 그 잘난 동료라는 인간들 덕분에 너라는 인간이 희생된거다. 아니 그들에게는 어미 쓸모 없어진 쓰레기에 불과했을지 모르겠지만.."
".... 후후. 그럴듯하게 말을 하는군. 하지만 더이상 너를 믿지는 못하겠는걸."
그 말과 동시에 형준은 희민의 심장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지만 그에 대한 죄책감에 그 총구를 떨어뜨릴수 밖에 없었지만, 희민은 달랐다  형준을 향해 끝없는 분노가 있었기에 형준을 향해 총구를 들고 있었다 그 것을 본 형준은 눈을 질끈 감을수 밖에 없었다
그때 총을 겨누고 있던 희민의 오른손이 방향을 바꾸어 자신의 가슴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고, 커다란 총 소리가 커다란 어둠의 공간을 뒤흔들어 놓았지만 진작에 그 총탄에 맞아야 할 형준은 쓰러지지 않았고, 형준은 살며시 눈을 떴다 그의 눈 앞에 보이는 건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희민이 보였던 것이다
"희민아!!!!!"
형준은 오열을 토했다
희민의 가슴부위는 이미 피에 물들어 버린 상태였고, 그의 숨소리를 갈수록 미약해져 갔다
"희.. 희민."
"형준. 다가오지 마라. 이 상처는 내 자신이 입힌 상처다. 너를 의심한 내가 잘못이겠지. 그렇게 나를 이해해주었던 너를 믿지 못했던.. 나 대신 양희를 지켜주기 바란다. 나의 마지막 부탁이니 들어줄 수 있겠지?"
형준은 희민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고, 그것이 희민에게 향한 약속에 대한 맹세였다  그와 동시에 희민의 몸은 새하얀 모래로 변하였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희민..."
형준은 어둠밖에 보이지 않지만 위를 바라보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그의 눈앞에 있던 어둠은 사라졌고, 따스한 아침햇살만에 창문을 통해 그의 눈앞에 눈부시게 펼쳐졌다  눈가에는 약간의 눈물이 맺혀져 있었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긋 맺혀 있었다 지금까지 꾸던 꿈을 되새기고 있을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칼에 하얀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한 여자가 형준의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형준씨. 왜 그렇게 멍하게 있어요?"
"아.. 양희."
양희는 형준의 목을 가느다란 손목으로 감싸 안았다
"또 그 꿈을 꿨나 보군요. 하지만 두려움에 떨지 마세요. 그 기억들은 소중한 기억의 단편으로만 남겨두시면 될거예요. 그가 당신께 남긴 이 모습을."
형준은 어느 한 공원의 풀밭에서 누운채 눈을 감고 있었다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 나는군... 이렇게 시간이 흘렀건만."
그는 조용히 풀밭에서 일어나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서 담배 한개비를 꺼배 조용히 입에 물고는 라이터로 불을 붙혔다  한모금 크게 들이키고는 내뱉었다
"후우...."
그때....
'탕'
총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형준의 주위에서 모이를 먹고 있던 비둘기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또 사건인가..."
그렇게 말하고선 담배 연기를 한모금 더 들이 마시고 내뱉고는 총소리가 들린 그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5년전의 FBI 켈리포니아 지부 조형준 중위의 작은 기억의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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