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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백진호 |2006.07.02 08:15
조회 29 |추천 0


전설적인 인물 파우스트 박사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는 많다.그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가 바로 괴테의 작품이다.산문체 이야기가 아닌 희곡체로 씌여져 있기에, 읽어나가는데 있어서는 간간히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있다.그렇지만, 극에 열중하다보면 어느 덧 파우스트의 다양한 삶의 여행에 빠져들게 된다. 파우스트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르네상스적 인물 유형이다.광범위한 지식에 대한 욕구, 그리고 직접 경험하고 싶어하는 의욕 등이야말로 르네상스 시대의 산물로 보여진다.오직 연구실 안에 틀어박혀 자신의 모든 인생을 지식의 확대에 쏟아부었던 이 박학다식한 인물은, 노년에 이르러 회의에 빠진다.그리고 그 순간, 시기적절하게 나타난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를 유혹하는데 성공한다. 세상과 격리된 지식인을 세상 속으로 합류시켜, 직접 경험하고 행동하게끔 이끈 메피스토펠레스.그는 그동안 책더미에 파묻혀 있던 파우스트를 좀 더 본질적인 인식의 세계로 이끌어냈다.이렇게 볼때, 악마는 인간에게 내재한 인식과 경험에 대한 강렬한 욕구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이브를 유혹한 뱀이나 파우스트를 유혹한 메피스토텔레스 모두,인간을 '행동'으로 이끌었다. 경험에 의한 인식을 낳는 행동...메피스토텔레스에 의해 파우스트는 지식의 세계에서 경험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다.지식의 본질은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경험에 의한 깨달음이다.즉, 파우스트의 지상편력은 지식인의 현실참여, 행동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빠뜨려서는 안될 특징은, 여성에 의한 유혹과 구원이라는 지극히 고전적인 틀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파우스트를 유혹한 건 메피스토텔레스이지만, 그 유혹에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든 원인은 그레트헨 그리고 헬레나다.이들에 의해 파우스트는 최고의 행복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삶의 본질인 허상을 깨닫고 결국 영혼의 구원에까지 이르게 된다. 처음 그가 발을 들여놓은 현실은 그레트헨과의 사랑이다.그레트헨이라는 순수한 소녀와의 사랑이 기독교적 색채를 띠고 있다면, 2부에서의 고대 그리스 미인 헬레나와의 사랑은 이교도적 성격이 강하다. 이는 사랑의 결말에도 영향을 끼친다. 헬레나와의 행복했던 사랑은 허상처럼 사라지고 말지만, 비록 비극으로 끝나버린 그레트헨과의 사랑은 파우스트의 영혼을 구원으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헬레나와의 사랑에 있어서 의미심장한 점은,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들 오이포리온에 있지 않나 싶다.트로이 전쟁을 일으킬만큼 지상 최고의 미를 지녔던 헬레나와 지상 최고의 지식을 자랑하는 파우스트의 결합에서 태어난 아들 오이포리온은 완벽한 생명체를 의미할런지도 모른다.그러나 인간의 완벽이 신으로의 도달은 아니다.오히려 인간의 완벽은 자만한 행동력으로 분출될 뿐이다. 오이포리온의 죽음은 이카루스의 죽음과도 같다.하늘을 날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이 인간을 뛰어넘고자 하는 욕구이기도 하다.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와 최고의 지성이 결합을 이루어 낸,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욕구는 결국 형체없는 소멸로 마무리 되지만,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신과 인간의 확실한 영역 구분이다. 어떻게 보면 파우스트를 구원으로 이끈 건, 이러한 깨달음일지도 모른다.아무리 인간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려 할지라도, 인간이 신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으면 파멸에 이르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는 순간 구원받게 된다. 이러한, 파우스트의 경험으로의 여행은 끊임없이 회의하면서 살아가는 인간 정신의 방황을 상징한 것이 아닐까 한다.파우스트의 다양한 지상편력은 삶에 대한 인간의 집착, 인생에 대한 인간의 영원한 정신적 방황, 죽음과 구원에 대해 깊은 고뇌를 지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정신적 굴레의 알레고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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