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거울, 말
며칠 전 어느 모임에서 일면식만 있는 한 사람과 나란히 자리를
한 적이 있다. 유쾌한 사람이었는데 유독 강조하고 반복해서 하는 소리가 있었다.
“나는 참 친구가 많아요.”
그 말이 거듭될수록 그가 친구가 많은 사람이기보다는 나에게 우정을 '구매'하고 있다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말 잘 하는 사람도 많고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더 많은 요즘. 특히 말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서 드러나는 ‘반복되는 말’을 보면 그 사람의 속내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말은 콤플렉스를 드러내고 스스로 만든 감옥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데, 자식이 모든 것의 일순위라고 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일수록 자식을 짐스러워하고, 배우자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깊게 패인 불만의 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적인 농담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활에서는 실속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타인의 불륜에 대해 침을 튀기면서 분노하는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불륜에 대한 동경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얼마나 검소하며 성실한지, 윤리적이며 이타적이고 도덕적인지에 대하여 누누이 강조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볼 수가 있다. 그들은 평소에는 완벽한 ‘역할 놀이’를 하다가도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무절제하고 냉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장자'는 지인(至人)은 무위(無爲)하며 무심(無心)하다고 했다. 무위한다는 것은 작위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무심하다는 것은 얽매인 마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언어들 속에서 상처받고 있는 영혼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이다.
이경화/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