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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경영

서동민 |2006.07.05 20:59
조회 54 |추천 3

유머 한 마디로 분위기를 완전 제압하는 경우가 있다. 화를 내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진정한 승리자가 아니다. 누구나 화를 내기는 쉽지만 웃음으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은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에게도 ‘유머’는 오아시스 같은 귀중한 자산이다. 유머경영을 통해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출한 사례를 알아본다.

 

사우스웨스트와 시스코시스템즈

 

 

"흡연하실 분은 비행기 문을 열고 나가세요.” ‘유머경영’하면 사우스웨스트(Southwest)항공사가 원조격이다.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 회장부터 ‘웃기는 직원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늘 웃음꽃이 만발한 것으로 유명해, 유머경영으로 분위기를 일신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단연 벤치마킹 1순위다.

 


켈러허 회장은 유머경영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토끼 복장 등 탈권위의 우스운 차림으로 사내를 유유히 걸어다니면서 직원들과 농담을 주고받는다. 또 직원을 뽑을 때도 유머감각을 지닌 응시자를 우선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그러니 ‘웃기는 CEO에 더 웃기는 직원’이란 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사우스웨스트의 직원들은 고객의 짐을 손수 나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고객들에게 항상 즐겁고 재미있는 멘트를 건넨다. 특히 기발한 기내 방송은 이 회사 유머경영의 상징으로 통한다. 가령 “본 비행기는 ○○까지 가는 비행편입니다.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흡연하실 분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셔서 날개 위에 앉아 마음껏 흡연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흡연하시면서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라는 기내방송은 고객을 사로잡은 히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웃기는 기업문화’는 정시 이착률과 낮은 짐 분실률, 그리고 높은 고객만족도를 낳는 원동력이 되었다.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Cisco) 시스템즈 역시 신명나는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CEO와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야외파티에서는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가면서 자연스런 웃음이 생성된다. 이뿐만 아니라 회사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만들어 활기 넘치고 생산적인 대화가 풍성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스코의 CEO인 존 챔버스는 “시스코가 뛰어난 인재를 붙잡아둘 수 있는 비결은 직원들에게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단기간에 급성장한 시스코의 조직문화가 탄탄하게 자리잡은 데에 유머경영이 토대가 됐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딱딱하고 경직된 금융회사란 공식을 깨뜨렸다. 창구업무를 보는 직원들은 느닷없이 흘러나오는 리듬에 맞춰 자리를 박차고 춤을 추기 시작한다. 리조트의 유쾌한 마인드가 도입돼야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온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으로 유머경영 도입 이후 순이익 향상을 가져왔다고.

 

춤과 노래는 기본…개인기까지

 

 

외국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유머경영은 최고경영자의 실천에서부터 비롯된다. CEO가 인상을 쓰고 늘 근엄한 자세로 직원들을 대하는데 거기에 대고 유머를 건넬 간 큰 직원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보안회사인 시큐아이닷컴의 오경수 대표는 스스로를 ‘Chief Entertainment Officer’라고 강조한다. 미팅 때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회식 때는 머리에 넥타이를 매고 마이크를 잡는 것도 오 대표의 몫이다.

 

 

유머경영은 ‘펀(fun)경영’과 사촌지간이다. LG전자의 경우 CEO가 직접 나서 댄스게임 DDR을 하거나 직원들에게는 사내 인트라넷에 재미난 글을 많이 올리도록 권유한다. 또 입사자가 출근하기 1주일 전부터 그의 이력사항을 전직원이 공유해 입사했을 때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이밖에 매달 1회 추첨을 통해 휴가와 상품권을 주는 ‘Fun데이’, 1년에 한번 ‘가족의 날’을 정해 행사를 갖는 등 다양한 ‘Fun 경영’을 실시, 직원간의 유대감을 증진시키고 있다. 직접적인 유머는 아니지만 직원들을 항상 기분 좋게 만들어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재미나고 신명나는 기업 만들기’를 모토로 내걸고 있는 벤처기업 넥서스커뮤니티는 양재현 사장이 직접 나서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웃음을 나눈다. ‘CEO와 수요클럽’이란 제도는 매주 수요일 양재현 사장과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나누도록 하는 것으로, 평소에 어렵게만 느낄 수 있는 사장과의 대화를 통해 벽을 허무는 계기를 만든다고. 이 자리에서 카리스마보다는 친근함을 최고경영자의 미덕으로 중시하는 양 사장의 감각 있는 유머가 직원들의 사기진작에 한몫 한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인터넷신문 딴지일보는 유머경영의 진원지로 톡톡한 역할을 했다. 딴지일보는 엽기와 패러디 등을 키워드로 내세웠지만 근저에는 독특한 웃음코드가 내장돼 있다. 직원을 뽑는 채용공고는 딴지일보답게 패기만만한 엽기적 웃음으로 가득하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는 ‘알아서 써라’ 하고, ‘발빠른 넘이 먼저니 가능한 빨리 지원하라’며 마감기한도 들쭉날쭉하다. 하지만 단순히 웃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웃음 속에 담겨진 심오한 철학이 있기에 유머에 담금질된 기업이라도 결코 가볍지 않은 법이다.

 

같은 일을 해도 즐겁게 웃으면서 하고, 그 유쾌함을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기업. 21세기에는 신명나게 ‘웃기는’기업이 성공의 열쇠를 거머쥐지 않을까.

CEO리포트

파일작성자 연수팀)지식경영그룹 KCenter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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