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음식점에서 알바한지 2개월 정도 된 대학생입니다.
사회생활, 성질만 죽이면 만사형통이란 말만 믿고 무모하게
시작한 아르바이트. 그 음식점에서 만난 여러 종류의 손님들의
행동을 차근차근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입니다. 읽기 전에 그 점을 미리 알아주세요.
#1. 담배를 절제하지 않는 사람
버젓하게 ‘금연’이라고 써붙여진 곳에서 담뱃불을 붙이고
알바생을 불러 재떨이 가져오라는 사람들. 바로 옆 테이블에
아기가 있든 임산부가 있든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아무리 금연구역이라고 이야길 해도 ‘이미 불 붙인거 이것만
피우고 안 피울게.’라는 아저씨들. 그런 아저씨들이 꼭 밥 먹는
그릇에 담뱃불을 지져 끄고 가시죠. 자기는 밥을 다 먹었으니
상관없다는 생각인가 봅니다. 제발 음식점에서는 특히, 아이들이
있는 경우에는 밖에서 담배 좀 피워주세요.
#2. 초면부터 알바생에게 반말 쓰는 사람
저희 가게는 명찰을 달고 일하기 때문에 손님들이 제 이름을
쉽게 아실 수 있습니다. 친근의 표시인지, 제가 자기 자식 같아서
그런지 몰라도 초면부터 ‘영희(가명)야, 삼겹 오인분하고 콜라 한 병.’
(꼭 이런 분들이 뒷말도 짧더라구요.)이라고 하시면 참 곤란합니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넘어가겠지만 젊디 젊은 30대, 40대 초반의 아저씨 아주머니께서
그러시면 주문 받고 나오며 입에서 오만 상스러운 소리가 다 나옵니다.
가끔씩 알바생을 뭐라고 부를지 몰라서 언니, 아줌마, 저기요 라고
부르시는 분들은 그럴수도 있겠다 생각하지만, ‘야!’라고 부르시는
분들. 반성하세요. 나를 언제부터 알았다고 반말이십니까?
버튼을 눌러서 콜링하시면 되는데, 하다못해 ‘아가씨, 학생’이라고
불러주시면 얼마든지 기분 좋게 갈 수 있을텐데, ‘야!’라뇨.
말 좀 길게 늘여서 하십시오. 저도 귀한 남의 집 자식이란 말입니다.
#3. 내가 내 돈 내고 먹는데 좀 떠들면 어때 라는 사람
네, 돈 내고 음식 사서 드시는 거죠. 알바생들은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고요. 하지만 손님이 낸 돈으로 가질 수
있는 권리는 동행한 사람과의 오붓한 시간과 맛있는 식사, 친절한
서비스, 식사하시기에 불편함이 없는 환경, 거기까지입니다. 타인 역시
기분 좋은 식사를 하기 위해서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시고 계신 중이라면 굳이 고함치지 않으셔도 들릴만한 거리에
앉아계시지 않습니까? 제발 다른 사람도 좀 생각해주세요.
#4. 독촉하는 사람
“아까아까 추가 시켰는데 왜 아직도 안 오는거예요?”
콜링을 받고 테이블에 당도했는데 손님이 짜증섞인 말투로 저렇게
말하시면 저는 뭐라고 말해야 합니까? 제가 주문 받은 것이 아닌데
저한테 짜증을 내시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거죠. 한 번 알아보겠다고
말하고 다른 알바생들에게 물어보면 주문하신지 채 1~2분도 지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1~2분 가지고 아까아까라뇨? 먹는데 맥
안 끊기고 계속 드시고 싶은 기분 이해하겠는데요, 그럴거면 미리미리
추가 주문을 하셨어야죠. 무슨 음식이 주문서에 체크만 하면 바로바로
튀어나오는 줄 아십니까? 제가 무슨 램프의 지닙니까? 볼펜으로 주문서만
문지르면 음식이 툭툭 튀어나오게? 독촉하지 마세요. 때 되면 다 알아서
나오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알바생의 실수로 주문이 누락되었다고요?
-_- 그런 경우는 손님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십시오. 뭐 서비스 없냐고
이렇게 물어보면 알바생은 쭈뼛쭈뼛 거리며 음료수 몇 병이라도 가져다
드릴겁니다. 이왕에 기다린거 알바생한테 화를 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이득을 얻으십시오. 내고 나면 자신의 기분도 좋지 않은 화를
왜 내십니까?
#5. 연쇄적으로 시키는 사람
“상추 좀 더 주세요.” 라고 하시길래 상추를 가지고 와 테이블에
내려놓는 순간 말씀하시더군요. “쌈장도요.” 다시 열심히 뛰어 쌈장을
가지고 와서 내려놓으니 “고추도 좀 더 주세요.” 그래서 다시 뛰어
가져다 드렸더니 “이 고추말고 매운거. 매운거. 매운거로 다시 갖다
주세요.” .......................................-_-엥숑, 니가 가져다 쳐 먹어!
라는 말이 목구녕에서 움찔움찔 합니다. 하지만 저는 힘 없고 나약한
알바생이기에 썩은 미소를 날리며 다녀올 수밖에 없습니다.
몇몇 손님이 그러신다고요? 오바라고요? 아니요. 시간마다 저런 손님
꼭 있습니다. 결코 흔치 않는 유형이 아닙니다. 종업원을 부를 때
무턱대고 부르지말고 뭐가 더 필요한지 한 번 더 살펴보시고 불러주세요.
손님이 테이블을 한 번 휘 둘러보시는 짧은 시간으로 음식이 나오는
주방까지 왔다갔다하며 허비하는 알바생들의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습니까? 물론, 알바생들이 한가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는
여러번 시키셔도 화낼 알바생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을 시키면
오히려 알바생 입장이 더 낫거든요. (아무일도 안하고 식사하시는 손님만
쳐다보고 있자면 참 민망합니다;) 하지만 음식점이 분주할 때는
제발 한 번에 몰아서 시켜주세요ㅠㅠ
#6. 음식에 이물질이 나왔다고 알바생한테 화내는 사람
드시는 음식에서 사람이 먹지 못 할 것이 나왔다고요? 어쩜 그런 일이!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알바생도 많이 당황해합니다. 그리고 죄송하고
몸둘바를 모르죠. 그런데 손님, 이건 아셔야죠. 알바생은 음식을 나른
죄 밖에 없습니다. 손님이 드시는 음식이 재조되는 과정에서 알바생의
손은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알바생을 불러세워놓고 화내고 욕하고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은... 뭔가 번지수를 잘 못 찾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십니까?
드시는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면 알바생을 부르셔서 “음식에서
이런게 나왔는데 매니저나 점장을 불러주세요.”라고 점잖게 말씀해
주세요. 알바생은 자신의 노동력을 음식점에 파는 사람이지, 손님께
음식을 파는 사람이 아닙니다.
#7. 자신의 아이를 돌보지 않는 사람
제가 일하는 음식점은 어린 아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아주
즐겨드시는 음식을 주 메뉴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포함한 손님들이 가장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음식점에 함께 들어 온 그 순간부터 아이는 놀이방에
엄마는 홀에서 식사를! 이와 같은 방식의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아이들이 보채는 바람에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 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모님들의 편의성을 봐드리는
것이 음식점이 갖추어야 할 요소 중에 하나이기도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뜨거울 뿐더러 가스불 혹은 숯불을 이용해
직접 구워드시거나 데워드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와다다 뛰어다니는데, 입으로만 “철수야, 뛰지마.”.
하하-_- 반성하십시오. 그렇게 뛰어다니다가 무거운 불판이나
세팅된 음식물을 나르는 알바생이랑 부딪히면 누구 탓 하실겁니까?
아이에게 화상자국 남기고 누가 그랬냐고 따지실 겁니까?
뭣하면 알바생은 가게 그만두면 됩니다. 일하다가 입힌 상처니
완벽한 자신의 과실도 아니구요. 음식점도 보상을 해주면 그만이죠.
헌데 아이에게 남은 상처는요? 찢어지고 멍들고 데이고 찍히고...
적어도 부모라면, 만약의 상황에서 아이가 다칠 것을 염두해서
행동 조심을 시키고 말로 듣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잡아서 앉혀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다른 알바생 친구가 불판(식은 것)을
나르다가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바람에 피하지 못 하고
부딪혔는데, 그것을 본 아이 아버지가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점장님께 당신 사과는 필요 없으니 아까 불판 나르던 그 놈
데리고 나오라고 막 소리를 지르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음식점 안을 마구 뛰어다니던 시간, 아이의 부모와 함께 저녁을
하러 온 친척들은 어쩌고 있었는지 아십니까? 다 같이 모여서
기분 좋게 깔깔 웃으며 잔에 술을 채워 건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내 아이 어디갔는지 챙기지도 않고 술 마신 주제에, 이제와서
내 새끼 다치게 한 놈 나와라니- 그 놈은 바로 당신 아니십니까?
아이의 아버님?
부모님은 술에 취해 흥에 겨워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지만,
그 순간에 아이는 몇 번이고 무겁거나 뜨거운 것을 나르는
알바생과 부딪힐 번 하고, 화장실이 가고 싶지만 어딘지를
몰라서 그 자리에 싸버리고, 심지어 놀이방에서 응가를 하고
음식을 만드는 주방에 까지 들어와서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다는 것.
제발 알아주세요. 그리고 아이들을 좀 챙겨주세요.
당신이 열달동안 품고 있었던 당신에겐 가장 소중한 아이 아닙니까?
제발 무관심으로 아이들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마세요.
이야기가 주절주절 너무 길었습니다.ㅠㅠ
하지만 정말 음식점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이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지켜주지 않으셔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기분이 상하고, 손님들 입장에서도 기분이
상하는 것을 보면... 참 마음이 안 좋아서 이렇게라도
글을 올려봅니다.
이 글로 인해 단 한 분의 행동이라도 변화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리플을 읽어보니 음식점에 대한 매너가 아닌 알바생에 대한
매너라는 글 같다는 의견이 많아서 제목을 바꾸었습니다ㅠ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 손님은 왕 아니냐? 라는 말-
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라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어요. 속풀이 시원하게 할 곳 없는
소심한 알바생이 이렇게라도 속 마음을 털어놓고자
함을 이해해주세요^^; BEST에 오르고 보니 일이 너무
커진 것 같아서 걱정되지만ㅠ 그래도 글솜씨 부족하고
사회경험 미숙한 학생이 주절거렸다고 생각하시고
화내지는 마세요-_ㅜ 저 상처 받습니다;
아, 그리고- 홀서빙 알바생들에게 좀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빈말이라도 "학생, 힘들죠? 불판 무거워 보이는데..."
이런식으로 말씀해 주신 손님, 진짜 알바생은 그 손님
잊지 않고 뭐 가져다달라고 하면 최대한 빨리 한 개 줄 것도
두개 드리고 싶고 그렇습니다.(하다 못해 그 손님이 마늘 좀
더 달라고 하면 수북히 퍼서 가져다 드립니다)
알바생은 심하게 말하면 부려먹는 사람이지만,
사람을 부리는 것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요.
효과적인 방법으로 좀 부려먹어 주십쇼!-_ㅜ
이왕이면 윈윈, 서로 기분 좋게요.
-2006.7.8. 신변노출 될까봐 링크도 끊고 조마조마
내일 다시 알바하러 가야하는 한 알바생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