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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짜장면인가?

국정홍보처 |2006.07.11 11:41
조회 32 |추천 0


왜 짜장면인가? 어른을 위한 동화 『짜장면』을 출간하고 나서였다. 어느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할 때였는데, 젊은 여성 아나운서는 표지에 큼지막하게 쓰인 ‘짜장면’을 놔두고 자꾸 ‘자장면’이라고 발음을 하는 것이었다. 맛있고 낯익은 ‘짜장면’을 두고 맛없고 낯선 ‘자장면’으로 소리를 내야 그녀는 직성이 풀리는가 보았다. 직업의식이 남달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이해할 수도 있었지만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나는 억울하고 답답했다. 그날 나는 일부러 ‘짜’를 강하게 발음하는 강짜를 부렸다. 국어의 표기 문제에 시비를 걸자는 게 아니다. ‘짜’라는 된소리로 인해 우리의 기억 속에 배어 있는 그 냄새가 훨씬 그윽하게, 더욱 적극적으로 코를 자극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짜장면의 마력은 뭐니뭐니해도 그 냄새가 퍼뜨리는 힘으로부터 나온다. 그 냄새에 슬쩍 감염되면 지위고 체통이고 다 내려놓을 준비를 해야 한다. 가족도 국가도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그 냄새 앞에서는 백기를 들고 투항할 수밖에 없다. 시각 이미지를 신처럼 떠받들어 모시던 근대인도 그 냄새를 맡았다 하면 아예 눈을 감고 코만 킁킁거리게 된다. 가장 미련한 감각으로 치부되던 후각이 일시에 반란을 일으켜 세상을 평정하는 것이다. 귀부인의 값비싼 향수도 그 어떤 고약한 냄새도 짜장면 냄새를 제압하지는 못한다. 그 냄새의 유혹이 없었다면 받아쓰기 만점을 위해 연필 끝에 침을 발라 또박또박 글씨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면발이 콧등을 치는 줄도 모르고, 볼이며 턱밑에 검은 얼룩이 점점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젓가락질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면발을 빨아들일 때 후루룩거리는 소리가 남의 귀에 들리든 말든 우리는 짜장면 때문에 온순해지고 이만큼 키가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짜장면이 황해를 건너와 이 땅에 귀화한지 백년이라던가. 고맙다, 짜장면아.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시골 면소재지에도 기어이 간판을 내리지 않고 있는 중국집들아. 달랑 한 그릇을 주문해도 싫다는 내색 없이 달려오는 오토바이들아, 고맙다. 부디 영원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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