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에야 깨달은 진실이지만, 삶에서 이런 저런 상황이나 조건이란, 그저 요리의 재료 같은 것이다. 재료 하나가 빠졌다거나, 부실하다고 해서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 해도 싱싱하고 탐스러운 한 덩어리의 삶이 있지 않은가...... 다만 미소를 섞을 수만 있다면, 시니컬한 미소라 해도, 우리는 누구나 남다르게 생겨먹어서, 어차피 남다른 양념을 쓸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저마다 다른 맛을 창조할 수 있다, 맑거나 깊거나, 맵거나 심심하거나, 칼칼하거나 구수하거나...... 그래서 세상은 좋은 것이다. 제발 재료 한두 가지가 없거나 부실하다고 해서 나머지 재료들이 시들어 가도록 요리를 한없이 유보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생은 지금이다. 이 땅 위에, 하늘 아래, 우리가 살아가는한, 항상 있는 것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 전경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