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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도일]주홍색 연구-1.셜록 홈즈라는 사나이.

이남희 |2006.07.15 17:32
조회 39 |추천 0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et)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 지음]

 

 제1장. 와트슨 박사의 회고록

 

1. 셜록 홈즈라는 사나이

 

나는 1878년 런던 대학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군의관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을 따기 위해 네틀리 육군 병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규정된 교육을 끝내고 노섬벌랜드 연대 소속 군의관으로 임명되었다.

그 무렵 이 연대는 인도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내가 현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제2차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일어났다.

나는 봄베이에 상륙해서야 나의 연대가 적진 깊숙이 공격해 들어간 것을 알았다.

 그래서 길을 재촉하여 그 뒤를 쫓아가 무사히 연대를 만나 새로운 임무에 종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전쟁에서 나는 연거푸 재난과 마주쳐야 했다.

마이완드에서 격전에 참가했다가 어깨에 탄환을 맞아 뼈가 으스러지고 동맥까지 다치게 되었던 것이다.

 다행히 전령을 맡고 있던 부하 머레이가 충직하고 용감한 사람이어서,

 나를 말 위에 짐짝처럼 싣고 무사히 아군의 진지까지 데리고 돌아왔으니 망정이지,

만일 그가 없었다면 나는 잔인한 적의 수중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나는 후방 병원으로 보내졌다.

그 곳에서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되어 병원 안을 걸어 다니기도 하고,

 베란다에 나가 일광욕도 할 만큼 회복되었는데,

 운수 사납게도 이번에는 장티푸스에 걸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몇 달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하고는 조금씩 건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쇠약해져서 하루라도 속히 본국으로 돌아가 요양하라는 충고를 받았다.

그래서 수송선에 태워져 1개월간의 항해 끝에 보기에도 처참한 몰골로 영국 남쪽의 포츠머스 항에 상륙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가족이나 친척이 없었기에,

외롭기는 했지만 공기처럼 자유로운 몸이었다.

 얼마 동안은 런던의 스트랜드 가에 있는 호텔에서 묵으면서,

 갖고 있던 돈을 앞뒤 가리지 않고 쓰면서

 무의미하고도 바보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말았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주머니속이 가벼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런던을 떠나 어디 한적한 시골에 틀어박히거나 생활 태도를 싹 바꿔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나중 방법을 택하기로 하고,

우선 호텔에서 나와 옹색하기는 하지만 돈이 덜 드는 하숙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막 그런 결심을 한 날이었다.

내가 어느 술집 앞에 서 있자니,

누군가 뒤에서 등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돌아다보니,

그는 세인트 바솔로뮤 병원에 근무할 때 내 수술 조수를 했던 스탬포드 청년이었다.

넓은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아는 얼굴을 마주친다는 것은,

 외로운 사람에게는 아주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스탬포드와 뭐 유별나게 친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서.

 

“점심이라도 같이 하세.”

 

하고 말하며 지나가던 마차에 그를 밀어 올렸다.

마차가 런던의 번화가를 달리기 시작하자 스탬포드는 자못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와트슨 씨. 요즘 뭘 하고 계십니까? 몸은 철사 토막처럼 바짝 말랐는데도 얼굴과 손은 구릿빛으로 타 있으니 말입니다.”

 

 나는 그 동안에 겪었던 이야기를 간단히 들려주었는데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목적지인 식당에 도착했다.

스탬포드는 내 이야기에 놀라움과 동정을 드러냈다.

 

 “그거 참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래, 지금은 뭘 하고 계십니까?”

 

“하는 일은 없고, 값 싸고도 그럴듯한 방을 빌릴 수 없을까 하고 돌아다니는 중이라네.”

 

 “그렇습니까? 나는 그런 이야기를 두 번째로 듣습니다.”

 

“누가 또 그런 말을 했는데?”

 

“병원의 화학 실험실에 있는 사람입니다. 좋은 방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혼자 살기에는 부담이 커서 누군가 반부담할 사람이 없을까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뭐, 그게 정말인가? 만일 그 사람이 공동으로 방을 빌려서 하숙비를 반부담할 사람을 찾고 있다면, 나야말로 그 상대가 아니겠는가. 나도 혼자 살기보다는 말동무라도 있는 편이 백번 낫고말고.”

 

스탬포드 청년은 악간 묘한 얼굴로 포도주 잔 너머로 나를 바라보았다.

 

“박사님은 아직 셜록 홈즈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함께 살다보면 아마 넌더리가 날지도 모를 사람입니다.”

 

“뭐 좋지 못한 소문이라도 있는 사람인가?”

 

“아뇨, 나쁜 소문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단지, 그 사람이 머리가 좀 유별나답니다. 어떤 종류의 과학에 몰두하고 있는데, 내가 아는 한 인간성은 아주 좋은 사람이지요.”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인가?”

 

 “아뇨,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나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해부학에 통달해 있고 화학자로서도 일류급이지만 의학을 진지하게 공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관성 없이 색다른 연구만을 골라 하는데, 교수들도 놀랄 만큼 폭 넓은 지식을 갖고 있답니다.”

 

“뭘 하려는 건지. 본인에게 물어본 적은 없나?”

 

“없습니다. 쉽게 본심을 털어놓을 사람도 아니고요. 하기야, 마음만 내킨다면 이야기도 곧잘 합니다만.”

 

“꼭 만나보고 싶군 그래. 이왕 함께 하숙하려면,

학구적이고 조용한 사람이 내게는 맞을 것 같네.

 아직 몸이 성한 편이 아니니까.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견디기 어렵지.

그런 생활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컷 맛봤으니까. 그래, 자네가 안다는 그 사람은 어떻게 만날 수 있나?”

 

“지금쯤 실험실에 가보면 있을 겁니다. 몇 주일씩이나 얼굴을 내밀지 않다가도 나타났다 하면 하루 종일 처박혀 꼼짝도 안 합니다. 좋으시다면 식사를 끝내고 가보시지요.”

 

“부탁하겠네.”

 

병원으로 가는 도중, 스탬포드는 그 인물에 대해서 좀더 자세한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만일 그 사람과 틀어진다고 해도 날 원망하지는 마십시오. 나는 실험실에서 가끔 만나 알고 지낼 뿐이니까요. 이 이야기는 박사님이 꺼낸 거니까, 내 책임은 아닙니다.”

 

 나는 스탬포드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게 된다면 하숙을 옮기면 될 일이지.”

 

그렇게 해서 우리는 좁은 오솔길을 걸어가, 큰 병원의 어떤 건물로 통하는 뒷문으로 들어섰다.

냉기가 도는 돌계단을 올라가 우중충한 밤색 문이 즐비하게 서 있고 흰 석회로 발라진 복도를 걸어갔다.

막다른 곳에서 복도가 좌우로 갈라지는데 왼쪽으로 구부러지니 그곳에 화학 실험실이 있었다.

그 곳은 천장이 높은 방으로 수많은 약병이 들어차 있고,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실험대가 즐비했다. 실험대 위에는 레토르트나 시험관, 푸른 불꽃이 타고 있는 분젠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 보니 실험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안쪽 실험대에 허리를 구부리고서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쪽을 바라보고서 난데없이 소리를 질렀다.

 

“발견했소! 발견했단 말이오!”

 

그는 시험관을 들고 이쪽으로 달려와서는 흥분해서 스탬포드 청년에게 힘차게 설명을 했다.

 

 “혈색소가 섞이면 침전되지만, 그 이외의 것에는 절대로 침전이 되지 않는 시약을 발견했단 말이오.”

 

금광맥을 발견한 것보다도 더 기쁜 얼굴이었다.

 

“이 쪽은 와트슨 박사이십니다. 그리고 이분은 셜록 홈즈 씨.”

 

스탬포드 청년이 인사를 시키자, 상대방은 예상외로 세찬 힘으로 내 손을 잡아 흔들며 마치 오랜 친구처럼 말을 걸어 왔다.

 

 “반갑습니다. 당신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오신 모양이군요.”

 

나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홈즈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니, 별 것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이 혈색소 말입니다. 이 발견의 중대성은 당신도 알아주셔야겠습니다.”

 

“화학적으로 재미있는 발견이겠지요. 하지만 실제적인 용도는…….”

 

 “잠깐 이것은 법의학상 대단히 도움이 되는 발견입니다. 핏자국이 있느냐 없느냐에 관해서 확실한 증명을 할 수 있으니까요. 자, 이리 와 보십시오.”

 

홈즈는 내 옷소매를 잡아끌다시피 해서, 아까 허리를 구부리고 있던 실험대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새로운 피가 필요합니다.”

 

 하고 중얼거리더니, 핀 끝으로 자기 손가락을 찔러 피 한 방울을 슬라이드 위에 떨어뜨렸다.

 

 “자, 이 한 방울의 피를 1ℓ의 물속에 넣어봅시다. 보십시오. 피를 섞었지만 보기에는 보통 물과 조금도 다를 바 없습니다. 피의 분량은 그 비율이 100만 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혈색소 특유의 반응을 얻어낼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용기 속에 무엇인가 흰 결정체를 조금 집어넣고 나서, 다음에는 투명한 액체를 몇 방울 떨어뜨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용기속의 물은 붉은 갈색으로 변하고 유리 용기 밑바닥에 검붉은 침전물이 생기기 시작했다.

홈즈는 마치 어린인가 새 장난감을 손에 쥐었을 때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어떻습니까?”

 

“무척 정밀하고 신속한 반응이 나타나는군요.”

 

“그렇습니다! 틀림없지요! 과거에 의한 구식 검출 방법으로는 번거롭기도 하고 불확실합니다.

현미경으로 혈구가 있나 없나를 찾아보는 것도 그렇고요.

더구나 현미경으로는 여러 시간 지난 피 흔적을 검출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약을 사용하면 혈액이 새것이든 오랜된 것이든 동일한 반응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검출 방법이 좀더 일찍 발견되었더라면, 지금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범죄자들이 그 보상을 받았을 겁니다.”

 

“그렇겠군요.”

 

 “범죄 사건에서는 늘 이점이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사건이 발생한 지 몇 개월이 지난 한 남자가 살인 혐의를 받았다고 합시다.

그 사나이의 옷이나 내의를 조사해 보니 갈색의 얼룩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핏자국인지 아니면 진흙이나 녹물,

혹은 과일즙의 흔적인지를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늘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지요. 그것은 왜냐? 믿을만한 시험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셜록 홈즈 방식이 창안된 이상, 앞으로는 그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홈즈는 그렇게 말하며 열기로 달아오른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마치 박수갈채를 요란하게 보내주는 관중에게 답례를 하듯 가슴에 한쪽 손을 대고 정중히 허리를 구부렸다.

나는 홈즈의 흥분된 태도에 놀라면서 말했다.

 

“축하를 드려야겠습니다.”

 

 홈즈가 말을 이었다.

 

“작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피솝 사건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 방법이 알려져 있었다면, 그 녀석은 틀림없이 교수형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밖에 우리 영국에서 활개 치던 브래드포드의 메이슨이나, 악명 높았던 멀러,

프랑스 몽펠리에의 르페블, 그리고 미국 뉴올리언스의 샘슨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했음직한 사건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스탬포드가 웃으면서 말했다.

 

“홈즈 씨는 범죄 사건의 살아있는 사전 같군요. 이 방면의 신문이라도 발행하시면 어떻겠습니까? ‘과거의 형사 범죄 신문’과 같은 제호로 말입니다.”

 

“읽을거리기로선 재미있겠구먼.”

 

 홈즈는 핀으로 찌른 손가락 위에 작은 반창고를 붙이면서 대꾸했다. 그리고 나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말했다.

 

 “늘 독극물을 만지기 때문에 조심을 하지 않으면 화를 입기 쉽답니다.”

 

홈즈가 내민 손을 보니 콩알만한 반창고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고,

살갗은 강한 산성 약품으로 퍼렇게 되어 있었다.

스탬포드 청년이 높은 삼각의자에 걸터앉으면서 용건을 꺼냈다.

 

 “실은 상의할 이야기가 있어 찾아왔습니다.

와트슨 박사님이 하숙을 구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홈즈 씨도 공동으로 방을 쓸 상대가 없을까 찾고 있는 것 같기에,

두 분을 만나게 하려고 온 겁니다.”

 

홈즈도 나와 공동으로 방을 빌리는 데는 싫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내가 알아본 방은 베이커 가에 있습니다.

나무랄 데가 없는 하숙방이지요.

단, 지독한 담배 냄새를 참을 수 있다면 말입니다.”

 

나는 픽 웃고 말했다.

 

“괜찮습니다. 나도 냄새가 독한 마도로스 담배를 피우니까요.”

 

“그거 다행입니다. 그리고 나는 화학 약품을 집에 두고 수시로 실험을 합니다만…….”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또, 나에게는 무슨 결점이 있더라?

그렇군요. 나는 가끔 생각에 잠겨 며칠이고 벙어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 뭐 내가 화난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니 개의치 마십시오.

 내버려두면 곧 원상으로 돌아갑니다.

자, 선생께서는 밝혀둘 일이 없습니까? 한 지붕 밑에서 살자면, 미리 서로의 결점을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겠기에…….”

 

나는 쫓기는 꼴이 되어 웃고 말았다.

 

 “난 불도그 새끼를 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경을 다쳐서 소란스러운 것은 질색이고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거니와, 좀 게으른 편이지요. 건강이 회복되면 또 다른 나쁜 버릇이 도질 것입니다만,

지금 현재로선 그 정도입니다.”

 

홈즈가 걱정이 된다는 얼굴로 물었다.

 

“바이올린 켜는 것도 소란스러운 축에 듭니까?”

 

“그거야 연주하는 사람에 달렸겠지요. 능숙한 연주라면 하나님도 귀를 기울이시겠지만, 엉터리라면 글쎄…….”

 

홈즈가 유쾌한 듯이 웃었다.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자, 이야기는 다된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물론 방을 보시고 결정할 일이겠지만.”

 

“언제 보러 갑니까?”

 

“내일 정오에 이리로 오십시오. 함께 가서 정합시다.”

 

나와 홈즈는 악수를 나누었다. 홈즈는 다시 약품을 상대로 연구를 시작했기에,

우리는 조용히 그곳을 물러나왔다.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스탬포드에게 물었다.

 

“이상하군. 그 양반, 어떻게 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것을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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