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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너무너무 억울해요~~ 도와주세요...

축구부 홧팅~! |2003.01.30 11:06
조회 1,796 |추천 0

이 글을 올리면서 부끄러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저 자신이기에 저의 실명부터 밝히겠습니다. 저는 현재 부산 덕천초등학교 축구부 감독선생을 맡고 있는 6
3년생 김용석입니다. 18년간을 덕천초등학교 한 곳에서만 오로지 유능한 축구 인재의 발굴과
양성에 힘써 왔으며, 비록 계약직이지만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는 지위에서 하늘을 우르러
한점 부끄럼 없이 축구부 감독직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런 그간의 교직생활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저희 덕천초등학교에서 아주 마음아픈 일을 겪게
되어, 그 사정을 알리고 우리 교육계가 진정 참교육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글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축구부에 경제사정이 매우 열악한 학생이 한명 있습니다. 지금 졸업반입니다
. 집은 경남 원동에 있고 거기서 기차로 덕천초등학교를 통학하고 있습니다. 부모는 모두 타
계하시고, 82세의 할머니와 함께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어 있고, 그 학생은 지금 소년소녀
가장의 위치에 있습니다.(이하 원동소년이라 칭하겠습니다) 예전에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이나 운동을 했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릅니다. 축구선수 하
나 제대로 키울려면 지금은 학부모의 한달 월급이 채 모자랄 정도로 많은 돈이 들어 갑니다
. 이런 상황에서 원동소년의 통학 문제와 학비, 식비, 축구화와 유니폼 등 각종 운동용품비
문제를 축구부 학부모들이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보태어 원동소년은 여태까지 잘 운동을 해
왔습니다. 원동소년은 현재 신체조건과 기량의 발전 가능성이 아주 높은 학생입니다. 다만 아직은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지 못하여 다른 상급학교 축구부의 주목을 받는 정도까지는 못됩니다. 이제 곧 졸업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일반 축구선수들처럼 평범하게 상급학교 축구부로 진급하면 되는데, 원동소년은 통학문제와
계속 축구를 하기 위한 비용 문제가 걸렸던 것입니다. 제가 백방으로 뛰어 다니면서 저와
덕천초등학교 축구부 학부모들이 원동소년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운동하게 해 왔던 것처럼
중학교에서도 그렇게 해 줄 수 있기를 각 중학교 축구부 관계자들에게 호소해 봤으나 아직
원동소년의 가능성을 보지 못한 탓인지 그렇게까지는 하기 곤란하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습
니다. 결국 이대로 졸업을 시켜 버리면 이제 원동소년은 설사 중학교 축구부에 적을 둘 수 있다고
할지라도 당장 생계문제와 운동을 위한 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고, 운동을 포
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원동소년도 국가대표가 꿈이고, 죽으나 사나
축구밖에 모르는 그야말로 꿈나무입니다. 아무런 대책없이 이대로 진급시킨다는 것은 곧 원
동소년을 그냥 길거리에 방치하는 것에 다름 아니고, 결국 문제아로 되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것이 냉정한 현실이고 솔직한 예상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다시 저는 축구협회 관계자 및 교직자들 등과 논의하여 대책을 강구하였는 바, 원동
소년을 유급시키는 방안이 대두되었습니다. 원래 원동소년은 한살 일찍 입학하였는데다가, 교육관계 법령집 등을 검토한 결과 초중등교
육법 제13조 14조 동시행령 28조 128조 등에 의하여 유급이 가능하다는 법률전문가의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법령을 잘 살펴보면 유급사유로서 '질병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규정되어 있고, 원동소년의
사정을 알게 된 모든 법률전문가와 관계교육공무원들이 하나같이 법령이 규정하는 '부득이
한 사유'가 이런 것 아니겠냐며, 유급이 최상책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일년정도
더 충분한 영양보충으로 체력을 키우고 기량을 연마하면 그때는 누구한테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음을 자신하는 저로서는 이것이 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축구협회에 사정을 설명하고 유급동의서의 발급을 신청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축구협
회는 그동안 나이를 속이는 부정선수 문제라든가, 아프지도 않으면서 진단서를 떼어 유급을
받는 사례가 많아 언론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아 왔기에 아무리 경미한 하자라도 조금만
의심스러우면 유급동의서 발급 신청을 반려해 왔습니다. 동아일보에도 지난 7월 유급신청자
14명 가운데 13명을 반려한 사정이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원동소년에게는 흔쾌히 유급동의서를 발급해 주었습니다. 선수 하나 살리자고 말입니
다. 협회 관계자들도 모처럼 보람있는 일을 하는 것 같다고 뿌듯해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유급에 관한 결정권자인 교장께서 유급에 반대를 하신 것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동의해 주실 것처럼 말씀하더니, 뒤에 말을 바꾼 것입니다. 교감께서 유급은 의무교육과정인 초등학교에서 있기 어렵고, 수업일수를 거의 다 채웠으며,
혹시라도 이 일이 바깥에 알려지면 예의 그 부정선수 시비가 일어 교장선생님이 다칠 수 있
다는 조언(?)이 있고나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것이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음을 법전을 일일히 지적해가며 설득했고, 유급
여부는 오로지 교장선생님만이 결정할 수 있는 재량사항이라는 점과 그 결정에 대해서는 그
것이 재량권의 일탈 남용이 아닌 이상 대통령도 간섭할 수 없다는 점을, 정말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설명하고, 때로는 호소했습니다. 심지어 제발 행정편의적인 시각은 버리시고 참교육자적 입장에서 원동소년을 살리는 방향으
로 생각해 달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저대로 진급하면 길거리에 깡패밖에 안된다는 것을 교장
선생님도 너무 잘 아시지 않느냐고 하면서, 평소 축구부에 워낙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신 분
이고 개인적으로도 존경해 왔던 분이기에 정말 끈질기게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추위를 타기 시작했는지 요지부동이셨습니다. 정말 교장님을 설득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부 학부모들
까지 나서서 탄원서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원동소년의 할머니와 사정을 잘 아는 고향의 면장
이하 이웃들도 나섰습니다. 끝까지 복지부동이십니다! 저는 축구를 통해서나마 아이들을 가르치는 제 직업에 누구보다 자부심을 가져 왔습니다. 이제 그 자부심을 버리려 합니다. 저 어려운 원동소년 하나 구제 못하는 제가 무슨 얼어죽을
놈의 교육자입니까? 저는 그동안 교장선생님께 가졌던 존경심도 이젠 거두려 합니다. 축구부를 그동안 학교발전에 이용해 먹을려고만 한 것은 아닌가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
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일신의 안일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선생님'이라는 말을 붙여
줄 수 있겠습니까? 물론 교장께서도 일말의 변명꺼리는 있을 겁니다. 유급을 해 주고는 싶은데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유급의 '정당한 사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허나 사정을 들은 모든 사람들이 하
나같이 유급이 최선책이라는데, 원동소년의 경우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 안된다면 도대체
어떤 경우가 해당되는 것이냐고 반문합니다. 부정선수 시비가 이렇게 원동소년을 죽이는구나 싶어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가슴이
미어집니다. 원동소년도 부정선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유급을 해 줄 수 없다는 교장 교감
의 말씀에는 원동소년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해주고 고려해주는 마음의 배려를 저는 정말
털끝만큼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축구부 학부모들도 교장과의 면담에서 아예 다른 소리는 말
라면서 유급불가를 고집하는 태도를 보고 분통을 터뜨리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말 교육자가
아니구나! 물론 축구계의 부정선수 시비는 종식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원동소년은 아프지도 않은 몸을
아프다고 하거나 나이를 속이거나 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 지금 상태에서는 유급 외에 달리
도리가 없는 상황입니다. 유급을 위한 '정당한 사유'에 현재 우리 원동소년이 처해 있습니
다. 그리고 이런 정당한 사정에 의한 유급은 다른 학교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허용되어져
왔습니다. 구체적 예를 대라면 얼마든지 들 수 있습니다. 교장 교감도 이런 사정을 너무도 잘 알면서 단지 부정선수 시비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
로 한 아이의 장래를 망쳐놓고 있습니다. 보신주의의 전형이 아닙니까? 공무원들에게 쏟아지는 비난 가운데 하나가 자기 몸 하나만 건사하기를 바라면서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는 복지부동일 것입니다. 교육공무원에게서도 이러한 비난이 그대로 들어 맞는다
는 것을 확인한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감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실천해 가고 계신 여러분! 저는 이 글이 다시 한번 우리 교육자가 가야 할 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
기를 바랍니다. 덕천초등학교 교장, 교감께서도 이 글을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시고 진정 '스승'이라는 거룩한 이름에 걸맞는 자리로 되돌아 오시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
. 제가 어른 욕보인 개망나니로 비난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이제 원동소년을 어떻게 살릴까 앞이 캄캄합니다. 혹시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이 있지도 않나 싶습니다. 원동소년을 살릴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있는 분은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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