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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도 길다

최효진 |2006.07.18 00:21
조회 101 |추천 1

그남자

 

어 나야. 뭐 해? 별일 없어?

어? 아직 밥 먹어?

아니 뭐 다른 건 아니고

아까 통화했을 때 깜빡한 게 있어서.

우리 다음주 토요일에 영화 보러 가기로 한 거

그거 네시 걸로 예매할까. 여섯시 걸로 할까?

 

아니, 뭐 아직 날짜가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미리 해 놓으면 좋잖아.

어? 알아서 하라구?

그래, 뭐 그럴게.

 

근데 무슨 밥을 아직 먹어?

너 아까 나랑 통화했을 때

밥하고 있다고 그랬잖아.

 

뭐? 밥 먹으면서 술도 마셔?

무슨 술? 무슨 술을 마시는데?

 

야, 너 지금 제정신이야?

너 소주 못 마시잖아!

너 나도 없는데 거기서 소주 마시면 어쩌겠다는 거야!

 

어? 너는 안 마신다고? 사이다 마셔? 진짜야?

그럼 진작 그렇게 말하지.

 

아니이~ 감시라니!

나는 니가 워낙 술에 약하니까

내가 걱정이 돼서 그러지.

 

어? 이거 무슨 소리야?

뭐 배터리 다됐어?

야, 그런 건 미리미리 딱딱 충전해 놔야지!

너 충전기 안 가지고 갔어?

야, 넌 그런 걸 왜 안 챙기고 그래!

1박 2일이면 당연히 챙겼어야지!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여자

 

어, 끊어졌네

정말 충전기를 가지고 올 걸 그랬나?

전화를 한 시간 간격으로 해대니까

배터리가 하루를 못 가네.

어제 밤에 꽉 충전한 건데!

 

하여튼 이럴 때 보면

남자들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우리 아빠가 그렇거든요.

엄마가 외가에 며칠 가겠다고 하면

그러라고 선뜻 말씀을 하세요.

그래 놓고는 계~속 전화하시는 거죠.

 

"봐라, 가위 어딨노?"

"봐라, 냉장고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봐라, 전화번호 적어 놓는 공책 어디 갔노?"

 

말씀이야, 뭐가 어디 있냐

그런 거 물어 보신다지만

사실은 시위하는 거잖아요. 빨리 오라고~

 

우리 집 식구가 되려는지

남자 친구도 오늘 보니 똑같아요

오늘 하루 종일 전화를 하는데요.

 

"우리 이번 주말에 뭐 먹을까?"

"다음다음 주에 무슨 영화 볼래?"

"나 머리 자르러 혼자 갈까. 너 오면 같이 갈까?"

 

평소엔 내가 뭐 하자고 해도 귀띰으로 안 듣더니

아니, 그럴 거면 처음부터 가지 말라고 하던가!

 

물론 그런다고 내가 안 올 건 아니었지만

뭐, 그게 아니면 차라리 솔직하게

딴 남자들하고 너무 친하게 놀지 말라고 말을 하던가.

 

아닌 척하면서 어찌나 샘도 많고, 걱정도 많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지 혼자 둘 수가 없다니까요.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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