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포르투칼 준결승전이 열리기 바로 전날.
나는 베중이에게 전화를 했다.
나 : 자기야~.
베중이 : 응.
나 : 찜방 가서 축구보자.
베중이 : 찜방이 뭐에요?
나 : 찜질방요.
베중이와 나는 동갑에 같은 동네 사람이며 동성이다.
그런데도 친구는 아니다.
애인도 아니다.
우리의 관계는 정말 4차원 적이다.
가끔 나도 의문이 든다. 우리는 뭘까??
베중이 : 그러죠.
그리고 우리 둘은 우여곡절 끝에 새벽 3시에 찜질방을 갔다.
그것도 잠실대교를 넘나들며......
2차를 간 곳이 1차를 갔던 곳이었고......
먹은 안주는 찜방 간다고 준비 했던 사과 1개와 참외 2개였다.
결국, 우리는 안주로 접시와 과도를 시켰다.
(그 와중에도 술집 사장이 주방에서 내가 준비한 과일을 깎아다 주었다. 물론, 그 친절함의 이유를 알았을 땐 참으로 슬펐다.
접시에 썰어져 나온 참외를 조립했을때 참외는 1개였다.)
암튼, 옷을 갈아입고 찜방으로 들어선 나는 시원한 녹차가 생각이 났다.
나는 매점을 찾았고, 새벽 3시 30분 쯤에 졸고 있던 아주머니를 깨웠다.
아주머니 : (목을 긁으며) 뭐 줄까?
나 : (일부러 상냥하게) 저는요. 어, 잠시만요?
그러고 보니 어디가나 눈에 띄는 베중이가 안 보였다.
쭉 둘러보니 저 끝에서 배회하는 베중이가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늦은 새벽에 깨운 잠이라서,
바로 주문하지 못 하고 내 앞에 붙잡아 둔 아주머니에게 미안했다.
뭔가 변명이 필요했다.
그래! 그거야!!
나 : 죄송해요. 같이 온 친구가 있는데, 외국에서 왔어요.
그래서 이런 곳을 잘 몰라요. 좀 기다려 주세요.
아주머니 : 그랬구나. 외국인 친구는 어디 있어?
나 : 저기요.
나는 베중이를 향해서 손짓을 했다.
그러자 베중이가 고맙게도 어리숙한 동남아 사람 표정으로 와주었다.
나 : (베중이를 옆에 두고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이해해 주세요. 동남아에서 왔거든요.
베중이는 생각보다 눈치가 빨랐다.
아님, 장난기가 발동했는지도......
베중이는 고개를 끄떡이며 동남아 버젼으로 맞장구를 쳐주었다.
베중이 : 목. 말. 라!
나 : 난 녹차를 마실거야. 넌 뭐 마실래?
(미숫가루를 가리키며) 음... 코리아 트래디션 드링크?
베중이 : (역시, 동남아 버젼으로 엄지를 지켜세우며) 좋. 아! 좋. 아!
나는 아주머니에게 열쇠를 건네며 말했다.
나 : 얼마죠?
아주머니 : 여긴 현금이야.
나 : 열쇠로 찍고, 나갈때 계산하면 안 되나요?
아주머니 : 여긴 모두 현금 결재야.
나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돈 가져 올게요.
(베중이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동남아 사람에게 말하 듯)
기. 다. 려. 돈. 돈 알지? 가. 져. 올. 게.
베중이 : 돈? 있. 어. 나. 돈. 있. 다.
정말이지 베중이의 연기력은 뛰어났다.
순간 나도 동남아 사람하고 이야기 하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베중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꼼지락 대더니 천원짜리 지폐를 여러장 꺼냈다.
그리고는 내 앞에서 지폐를 비비며, 씨익 웃었다.
베중이 : 여. 기. 있. 어. 돈.
아, 이런! 베중이의 치아는 까만 피부에 비해서 정말 하얗었다.
뭐랄까... 정말 순박한 동남아 청년?
그에 비하면 나는?
베중이가 돈을 계산하는데,
나를 바라보는 아주머니의 표정이 조금전과는 다르게 싸늘했다.
뭐랄까... 저 시선은... 흔히, 악덕 업주를 바라보던 그 까칠함?
개그프로에서 동남아인이 했던 '사장님 나뻐요' 딱 그 표정이었다.
그렇게 주눅들고 있는데, 터져나온 아주머니의 한 마디!
아주머니 : (몹쓸 짓을 한 사람을 바라보 듯 나를 바라보며.... )
쯧쯧~ 외국인이 더 낫네!
아~ 한국에 살며 한국인으로써 한국인에게 무시 당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후......
나는 텔레비젼이 놓인 찜방 한 귀퉁이에서 베중이와 말없이 빨대를 물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새벽 4시. 프랑스 대 포르투칼!
험난했던 하루!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체력이 밀린다~
나는 그대로 고개를 쳐박고, 빨대를 물은 체 잠이 들었다.
...
꿈에서 베중이 미소에 가위를 눌려 깼는데,
베중이는 코를 골며 편안히 자고 있었다.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텔레비젼을 바라봤더니,
노현정이 나오는 아침뉴스가 보였다.
프랑스가 이겼단다......
아~ 축구처럼 이 악몽도 끝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