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19th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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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하루중 남중고도가 가장 높다는, 가장 밝다는 열두시에도 날이 어둑어둑해서 마치 저녁 네시 같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마냥 뒹굴고 있으니 시간은 더더욱 빨리 흘렀다. 어느새 네시, 집을 나와 일터로 향해야 했다.
성국이네로 가는 길, 가기 싫다고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끊임없이 투덜거렸다. 너무 가기 싫어서 일부로 버스 몇대를 보내고 탔다. 느리게 가길 바랬던 버스는 비가 오는데도 아주 신속히 스펀지에 도착했다. 스펀지가 그다지 먼거리도 아니라지만 날 희롱하듯이 신속히 도착했다. 그만큼 조금이라도 개기다 들어가고 싶었지만 결국 정시 출근해서 출근카드를 찍고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지옥의 시작을 준비했다. 지각할 용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담당업무를 적어놓은 화이트 보드를 확인하고 주문서를 뒷주머니에 몇 개 꽂고 목에 펜을 걸고 일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매장을 둘러보니 오늘은 궂은 날씨탓에 사람이 굉장히 없었다. 평소의 반에 반도 되지 않았다. 너무 너무 행복해서 한참을 행복감에 떨었다. 궂은 날씨가 준 축복이었다.
하지만 이런 축복 속에도 할일은 당연히 있었다. 그 일을 하나 하나 하다보니 시간은 흘렀고 평소라면 시계도 못 볼만큼 제일 바쁜 시간대인 저녁 여덟시가 되었다. 어제의 저녁 여덟시라면 한가로이 창 밖을 보는 건 꿈도 못 꾸었겠지만 오늘은 창밖을 바라볼 여유가 있었다. 창 밖을 보았다, 통유리창 밖의 세상은 회색빛으로 우중충하게 죽어있었다. 그리고 고요한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듯 했다. 오늘은 좀 쉬게해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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