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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 ''바퀴 떼고 올해는 복고다!''

김흥태 |2006.07.21 19:03
조회 450 |추천 0
바퀴달린 가방 대신 하드케이스 트렁크 바람이 분다. 인테리어용(?)으로 더 각광받던 빈티지 하드케이스 트렁크를 꺼내 들고 제트기를 타고 신대륙으로 날아가거나 초호화 유람선에라도 승선하려는 걸까. ''짐짝'' 취급을 받아온 하드케이스 트렁크의 화려한 부활의 속사정은? 티셔츠와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젊음을 담보로 떠나는 배낭여행도 의미 있지만 어떤 이들은 일생에서 황태자나 부호들처럼 지중해의 특급호텔과 호화유람선에서의 호사스럽고 우아한 휴가를 꿈꾼다. 화려한 드레스와 가방, 하이힐이 가득 찬 커다란 트렁크를 쌓아올린 카트를 뒤로하고 호텔 로비라운지를 유유하게 가로질러 가는 상상. 바퀴 없는 여행 가방이야 말로 진정한 부(富)의 상징이다. 바퀴 없는 여행가방은 가방주인이 아닌 운전기사, 도어맨, 벨 보이가 들어주는 가방이니까. 지난봄 럭셔리 브랜드 프라다는 헤리티지(Heritage) 컬렉션을 선보였다. 프라다의 ''헤리티지 라인'' 트렁크들은 1900년대 초 왕족들 위해 탄생한 디자인이었던 만큼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프라다의 헤리티지 라인 출시가 놀라운 것은 낙하선 방수원단으로 여성용 핸드백을 만들어 혁신적이고 트렌디한 패션을 지향해왔던 회사이기 때문이었다. 프라다와 마찬가지로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은 심혈을 기울여 클래식 여행가방을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행가방의 대명사, 루이비통을 비롯해 크리스챤 디올, 구찌, 가방전문브랜드 글로브 트로터, 쌤소나이트 등 소재와 기능은 업그레이드 하되 디자인만큼은 시공을 초월한 전통 디자인 라인을 내놨다. 트렌드를 창조하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왜 갑자기 먼지 묻고 낡아빠진 케케묵은 디자인을 들춰내는 걸까? 트렁크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여행 가방이다.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역사적인 현장에 동반했고, 수많은 왕족과 귀족들, 그리고 최초의 젯셋(Jet-set: 전용 비행기로 세계를 돌아다니는 상류계급)족인 캐네디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이며 트렌드세터(Trend Setter: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였던 재키를 대표적으로 국가원수와 퍼스트 레이디의 순방길에도 함께 했다. 먼 곳으로의 여행은 마차, 배, 철도, 자동차 등 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여행자는 인내를 필요로 했다. 1841년 함부르크에서 베를린까지 기차로 9시간, 1946년 파리에서 벨기에의 브뤼셀까지는 12시간이 걸렸다. 대륙을 건너려면 더 많은 시간을 선상 위에서 보내야 했다. 식사 때마다, 심지어 차 마시는 시간에도 격식을 갖춰 하루에도 서 너 차례 옷을 갈아입어야 했던 신사들과 귀부인들은 수십 벌의 드레스와 수트, 거기에 어울리는 각각의 모자와 구두, 장신구들을 갖춰야 했다. 그러한 까닭에 안전하고 편리한 수납 기능의 가방은 필수적이었다. 트렁크의 역사에는 수트와 드레스(둥근 철제가 내장된 크리놀린드레스 전용의 돔형 트렁크도 있었다!)전용 수납과 화장품과 향수를 위한 전용 트렁크, 주얼리 전용 트렁크, 온갖 식기를 담은 트렁크와 악기 전용 트렁크, 심지어 자전거를 넣을 수 있는 전용 트렁크까지 있었다. 다양한 용도와 크기로 까다로운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킨 결과였다. 오늘날 수많은 여행책자 속의 여행가방 꾸리기 팁은 ''짐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가방 안은 여유 공간을 둔다''이다. 하지만 셔츠 한 벌, 칫솔 하나만 달랑 들고 떠나는 ''소박한 여행''은 위대한 문필가와 사상가들에게나 가능한 일. 난생처음 발 디딜 그곳에서 어떤 비상사태가 벌어질 줄 알고 빈손으로 떠날 수 있는가! 일주일 여행이라면 최소한 7벌의 옷가지와 속옷을 챙겨야 한다. 리조트로의 여행이라면 두벌 이상의 비키니와 디너파티를 위한 칵테일드레스가 필수다. 옷뿐인가. 여행책자와 가벼운 소설책과 에세이집, 수첩과 필기구, 디지털 유목민의 필수품인 노트북과 카메라, 로밍휴대폰, MP3, 갖가지 충전기까지. 21세기를 대표하는 젯셋족, 힐튼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은 자신의 패션노하우를 소개한 ''패리스 힐튼 다이어리''의 ''상속녀처럼 여행하기'' 편에서 여객기 일등석과 전용비행기로 여행하려면 값비싼 여러 개의 트렁크는 필수 목록이라고 말하고 있다. 필요한 물품의 3배는 더 챙겨야 하고 또 그만큼 쇼핑한다고 하니 트렁크 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주의다. 물론 ''짐이 많을수록 대접 받는다''는 그녀의 주장에 어이없어 할 수도 있겠지만 먼 나라에서 스타일 구기고 싶지 않다면 품질 좋은 여행 가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긍정할 수 있다. 필수적인 생활용품이 늘어난 현대인들에게 더 크고 견고하며 공간 활용이 기능적이고 편리한 트렁크는 여행의 훌륭한 동반자가 된다. 상속녀 만큼은 아니어도 여행가방을 쇼핑품목으로 채우는 것도 여행지의 또 다른 즐거움이니. 빈티지 하드케이스 트렁크의 부활은 과거에 대해 ''향수''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덧붙여져 있다. 하지만 더욱 많?짐을 효율적으로 운반하면서, 낮선 곳에서 손님대접을 제대로 받고 싶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패리스 힐튼을 ''외모만 앞세운 버릇없는 허영덩어리 부잣집 딸내미''라고 손가락질하면서도 그녀의 핑크색 다이어리를 훔쳐보는 우리들을 보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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