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5시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 골프클럽.
전국에 집중호우가 강타해 나라 전체가 전시에 준하는 비상체제 속에서 수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경기도당 고위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1박2일 골프 라운딩을 즐긴 사실이 경인일보 취재진에 의해 밝혀졌다.
막대한 인명피해와 엄청난 국토훼손 사태에서 수해 복구에 앞장서야 할 정치인들이 중앙당의 골프 금지령도 아랑곳 않고 망중한(忙中閑)을 보낸 것이다.
이들이 골프를 즐긴 곳은 이번 수해에 가장 피해가 막심했던 강원도 지역이다. 강원랜드 골프클럽은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수재민의 절망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골프를 즐길 배짱을 부릴 사람이 거의 없으니 당연한 풍경이었다.
산과 하늘만 보여 `골프요새'로 불리는 이곳은 수해복구 열기로 뜨거운 바깥 세상과는 달리 조용한 여름 휴양지였다.
꼬불 꼬불 산길을 따라 3시간50분간 달려간 골프장에는 오후 1시께 부터 홍문종 경기도당위원장과 이재영(평택을), 홍영기(용인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김용수·김철기 도당 부위원장 등이 2개조로 나눠 라운딩을 즐기고 있었다. 골프를 하지 않은 정웅교(안산단원을)당협 위원장은 저녁시간에 술자리에 합류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인사는 당협 위원장급 인사들과 사업가 등 10여명이다.
파란 잔디에서 `굿~ 샷'을 외치며 마냥 즐거워하는 이들의 표정에는 10일 넘게 수마가 할퀴고 간 국가적 재앙은 안중에도 없는 듯 했다. 고작 하루전 당 지도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의원과 당원들의 외유 및 골프 금지령을 내리고, “365일 동안 현충일 같은 기분으로 임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이들에겐 공염불이었다.
반면 이들이 라운딩을 즐기는 시간, 당 지도부에서는 전국 피해지역에 수해진상조사단을 파견하고 서울 강원 전남 충북 등 권역별로 대권 주자는 물론 당 지도부가 총 출동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당 지도부가 나서 수해현장을 누비고 있는데 이들이 재력가와 외지에서 은밀히 라운딩을 한 것이다. 이날 모임은 홍 위원장과 그의 대리인격인 김철기 도당 부위원장이 주선했고 130만원 정도의 그린피는 김 부위원장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력가 K씨는 골프부킹과 골프텔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홍 위원장 초대로 모임에 참석한 당협 위원장들은 공교롭게도 지난 7·11 당대표 경선때 강재섭 대표를 지원한 핵심 인사들이어서 대표 당선 축하 모임 성격도 없지 않아 보였다. 저녁 시간에는 골프장 인근의 한 유명 식당에서 회동을 가졌지만 대화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홍 위원장 일행은 저녁 식사 후 골프텔로 다시 돌아와 최고급 VIP 룸에서 하루를 묵었다. 일행이 묵은 골프텔 3××호는 카지노 VIP 고객이 묵는 호화 스위트 룸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 위원장은 지난 2월에도 도내 위원장급 인사 20여명을 대동하고 제주도에서 호화판 단합대회를 추진해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한편 강원랜드 골프클럽은 해발 1천100m 이상의 고지로 여름에도 시원하게 골프를 칠 수 있는 명문 클럽이다. 그러나 이날 저녁부터 또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 너머 골프장 전경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