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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배병민 |2006.07.24 19:00
조회 30 |추천 0

 

나는 사랑한다

늦봄 해질 무렵

첫 키스의 그 순간처럼

머리가 혼미해질 정도로 콧속으로 파고들던

라일락 향기를

 

나는 기억한다

91년 오월의 막바지,

종로 거리에서 맡았던 신나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현기증 나게 비릿했던 피의 내음을,

학교 앞 막걸리집 탁자에 배여있던

열정과 절망의 향기를

 

나는 좋아한다

한여름 산사에 내리던 시원한 빗줄기에

묻어 오던 파릇파릇한 풀내음,

미세하지만 머리카락이 쭈삣해질 만큼 코를 자극하던

향불 냄새를

 

나는 갈망한다

밤새 신문 조판을 마치고 난 일요일 새벽,

피로에 젖은 몸을 일으켜 찬바람 스미는 창가에 앉아

피워 물던 담배의 보랏빛 연기,

설익은 단감처럼 달콤 씁쓰름하던 그 냄새를

 

나는 추억한다

친구이자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그녀와 함께 걷고 달렸던

산길, 바닷가, 들길, 호수가, 거리들,시장들, 공원들에서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간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냄새를

 

나는 잊지 못한다

안암동 뒷골목 먼지 쌓인 자취방,

블루스타에 끓고 있던 라면국물 냄새와

새벽잠을 깨우며 불쑥 찾아온

실연한 친구가 따라준 소주 한잔의 냄새를

 

그리고, 나는 

미치도록 그립다

밤 깊은 캠퍼스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함께 노래부르며 들이키던

초가을 밤공기의 알싸한 냄새가

 

그 때 그 사람들의

맑은 샘물같던 영혼의 향기가...

 

 

 

               

              

 

              -- 냉혹한 실용의 시대.. 살벌한 무한경쟁의 시대..

                  정의나 사회적 평등과 같은 가치는

                  효울의 논리에 밀려나

                  식은 커피버리듯 외면당하는 시대...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30대 중반의 마이너리거에게도

                  젊은 날들을 추억할 권리는 있다...

 

                  세상과의 적당한 타협과 자기합리화로 연명하는

                  지금의 '실존'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내 삶을  지금의 이 남루한  '길위의 날들'로 인도한 

                  내 젊은 날들을 부정할 생각 또한 추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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