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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시. 나팔꽃은 피어있지 않다. 결국 잠들지

오헤레나 |2006.07.27 15:34
조회 19 |추천 0

  새벽 다섯시. 나팔꽃은 피어있지 않다.

결국 잠들지 못하였다. 커튼을 열자 빛이 들어왔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익숙치 못한 새벽의 냄새.

새벽의 창밖에는 언제나 하루를 일찍 시작한 부지런한 이들이 있다.

신문배달부, 우유배달부, 재수생, 운동을 나가는 어르신, 학생,

아줌마, 아저씨...

 

  거리에 켜져있던 네온등들이 하나,둘 꺼져나간다. 점점 더 하늘은 밝고, 맑아져가고 아침이란 녀석은 새벽을 밀어내 그 자리를 차지하려한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창틀에 매달려있는 빗방울이 오늘따라  왠지모르게 슬퍼보인다.

 

  근처의 초등학교(그래, 나의 최종학력인 그학교.)에서는 연신 닭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닭똥냄새나는 닭장에 가지 않을지도 벌써 몇년째인지 모른다.

 

  다섯시반. 멍하니 앉아있지만 말고 나가서 운동이나 할까 생각해보았다. 역시...귀찮다. 지금은 줄넘기를 하고 있다. 검도를 하고 싶었는데 비용과 시간면에서 손실이 너무 큰듯해서 그만두었다.

 

  구름낀 하늘, 아파트 옥상에 까치가 운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면 언제나 나는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곤 하였다.

비비린내, 풀냄새, 캔커피 그리고 방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그런 나의 행복을 깨는것이 있으니 그것은 개념없는 아저씨가 새벽에 청테이프를 찌익 - 찢는 행위를 함으로써 하는 소리.

너무 간단하게 테이프 찢는 소리가 나의 행복을 깨버렸다.

 

이상하다. 어째서 아버지가 일어나시질 않는걸까...?

 

모기장에 앉은 벌레를 학대한다.

다리를 라이터로 지졌다.

 곧 날아가버렸다. 어쩌면 떨어져버린걸지도 모르겠다.

나방은 날개에 불을 붙혀 '불나방'으로 만들곤했다.

개미는 집을 부수고 홍수를 내는 형벌을 내리곤했다.

'생물학대'도 엄연한 유전이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버지 본인도 인정하신거니까.

 

이 아파트에 산지도 벌써 13년이다.

이렇게 앉았으면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나는 잡생각이 너무많다.

 

담배냄새가 들어온다.

 

아, 학대하지 않는 벌레가 있다.

무당벌레, 책벌레(사람).

아, 매미도.

매미는 내가 학대하는게 아니라 매미가 나를 학대하는거다.

울면 시끄러워서 견딜수 없다.

매미가 모기장에 붙으면 연습한 사격실력을 200%활용,

죽여버리겠다.

 

잡생각...잡생각..

잡생각, 이렇게 혼자 생각을 하다보면 내 머리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 아니, 사람들, 어쩌면 그냥 사람이 있다.

 

식물을 기르는것을 나는 싫어한다.

살아있는 동안은 내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수가 없다.

말라죽어버린 식물에게 다시 마음한구석을 빼앗겨버리는 것 또한 씁쓸해서 싫다.

 

다시는 식물따위는 기르지 않으리라,

 

 

 

 

 

2006년 그해여름이 끝나가도록 나팔꽃은 피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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