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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구왕수 |2006.07.28 00:43
조회 71 |추천 0

오늘 새로 산 재털이에

담배 꽁초가 불을 끄고

시체가 되어 눕는다.

 

나의 재털이들은

오래가지 않는 친구처럼

새로운 친구가 되어 자리하게 된다

.

그 이유는 간단하다.

 

비우기 싫고 귀찮으면

쓰레기통에 그냥 버려버리는 지독한 나의 습관 탓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사람이라 실수를 하지 않는가

이럴때 짜증은 치밀어 오르게 되기도 한다.

꽁초가 수둑한 재털이를  비우려고 들었는데

손에서 떨어져 산산 조각 났을 때

널부러진 꽁초야 주어 담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깨진 재털이를 다시 쓸수는 없는 일.

 

때론 재털이가 없을 땐 옆에 있던 컵이 재털이가 되기도 하고

사발그릇이 재털이가 되기도 하는 내 집에 있는 것들은

존재의 가치를 잊고 재털이의 운명으로 탈바꿈 하기도 한다.

 

이렇게 나의 책상에 재털이와 담배가

새로운 모습으로 자주 바뀌어 등장하게 된다.

 

애연가인 나는 여러 담배종류를 차례대로 펴 봤고

맛들을 음미한 후 더욱 더 땡기는

담배를 골라 피게 된다.

 

사람도 그럴까?

사람의 심리란 참 오묘하다.

 

좋아서 만난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식상하게 됨은 담배의 운명과 흡사하다.

 

몸을 사르며 타들어가며 진하게 피어오르다가

그 몸을 다 사르고 나면 버려지는 운명.

 

나의 담배 초이스처럼

깨지거나 버려지는 나의 재털이의 운명처럼

나 또한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고 바꿔가는

지독한 습관을 갖게 된 것은 아닌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밤이다.

 

지독한 이야기

사람들과의 이야기.

그 진부한 때론 쇼킹한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담배연기처럼 피어나다가 사라지고

버려지는 담배꽁초 신세가 되고 마는 아이러니.

 

그렇게 우리도 모르게

사람을 피우다가 버리는 담배처럼

여기진 않았는지

때론 잠에 들지 못하는 밤

많은 생각들로 복잡해질 때면

나만의 정의를 내리고 입엔 담배를 물게 된다.

 

사람은 담배꽁초와 흡사하다.

새로운 긴 담배를 피는 시간은 즐거우나

다 피고 짧은 꽁초가 되어 버려지는 운명.

 

너무 직설적인 표현이 아닐수 없으나

지독한 생각속에서 마무리 짓는 마침표를 찍기엔

더없이 좋은 소재가 바로 지금 내 입에서

연기를 내 뿜으며 타고 있는

담배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시 웃다가 새로 산 재털이에

고히 꽁초로 순식간에 변신한

담배를 바라보며 묵염을 눈 깜짝할 사이 한 후

이젠 침대를 바라보며

좋은 꿈 꾸며 깊은 잠에 들기를 기도하며

두손을 모으고 있다.

 

지독한 이야기여

마침표를 찍으라.

 

재털이에 누워 운명을 다한 담배꽁초처럼....

 

 

writer: koo wang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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