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코난도일의 추리 방식~~
어떠한 사건에 있어서 홈즈는 두 가지의 추리방식을 가진다. 첫 번째 추리방식은 그 사건을 주변 인물들에게 이야기해 나가면서 진행시킨다. 두 번째 추리방식은 홈즈 자신만이 실마리를 가진 채 사건을 관찰해 나가다가 결론에 도달하고, 사건이 해결된 후에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이유를 밝히는 식이다.
“침대가 바닥에 못으로 박혀 있더군. 자네는 움직이지 못하게 못 박혀 있는 침대를 본 적 있나?”
“없네.”
“언니는 침대를 움직일 수 없었다네. 침대는 환기구멍과 그 줄에 대해 언제나 같은 위치에 있어야만 했던 거야. 그것은 밧줄이라고 보아도 좋을 걸세. 초인종용이 아니었던 게 분명해.”
나는 외쳤다.
“홈즈, 나도 이제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희미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네. 우리는 아주 교묘하고 무서운 범죄를 예방하는 데 마침 알맞게 왔군.”1)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두세 가지 점에 대해 홈즈는 다음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설명해 주었다.
“나는 처음에 전혀 잘못된 결론에 이르렀네. 불충분한 자료를 가지고 추측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가르쳐 주는 일이지. 집시들이 있었다는 것, 언니가 말한 ‘끈’이라는 말-그 말은 성냥불로 어른 본 것의 겉모양을 말해 주려고 한 것인데, 이 두 가지 근거만으로도 나를 전혀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어가기에 충분했네.
그러나 방안의 사람한테 위해를 가하기 위해 창이나 문으로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나는 곧 그 생각을 고쳤는데, 이것만은 자랑할 수 있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내 주의력은 환기구멍과 침대 위로 늘어진 초인종 줄에 얼른 이끌렸네. 초인종 줄이 가짜라는 것과 침대가 바닥에 못 박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곧 이 줄이 환기 구멍을 통해 침대까지 연결되는 다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었지."
이러한 두 가지 추리방식 중 홈즈가 보편적으로 취하는 것은 두 번째 추리방식이다. 즉, 사건에 대해 자신이 먼저 해결점에 도달한 후에 통보하는 식의 추리방법인 것이다. 이러한 추리방법은 우선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시킨다. 즉 상황만 주어진 상태에서 홈즈는 어떠한 실마리도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궁금증은 배로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독자는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사건에 집중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렇듯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가지게 한 뒤에 사건을 해결하고, 해결한 후에 홈즈는 차근히 사건에 대한 설명을 해나간다. 독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궁금증에 대해 결론부터 제시함으로써 의문은 더해가는 것이다. 이유인 즉, 독자는 자신들 나름의 추리를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에서 내리는 홈즈의 추리는 독자의 상상을 뒤엎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어 나갈 것인가에 국한 되었던 궁금증은 왜 홈즈가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였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게 되는 것이다.
독자와 추리소설의 추리가 일치하게 되면 흥미가 반감될 뿐만 아니라 긴박감도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개의 추리소설은 우선 독자들을 사건의 현장으로 안내하고 나서 여러 가지의 단서를 제시하고 하나하나의 단서마다 복선을 깔아놓은 다음에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그 여러 개의 복선 가운데 어느 것을 따라 가겠는가.’ 가령 어떤 소설 속 살인사건에서 여러 명의 용의자가 등장한다. 그 가운데는 물론 범인이 포함돼 있지만 일단 작가는 독자들이 범인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혐의 선상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한다. 왜냐하면 범인이 누구인지 아무나 알 수 있는 사건은 추리소설로서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범인이 실제로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아주 멀리 있는 듯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추리소설에서 말하는 이른바 트릭(trick)이다.
그래서 추리소설은 우선 사건이 미로를 헤매는 것처럼 복잡해야 하고, 가급적 용의자가 많이 등장해야 하며, 진범은 끝까지 은밀하게 감춰져 정체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정석이다. ‘추리한다.’ 는 것은 본래 논리의 영역에 속하지만 추리소설에서 논리는 중요하지 않다. 논리는 다만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고 가기 위해 이용될 뿐이다. 그래서 수수께끼와 논리는 물과 기름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추리소설에서의 수수께끼와 논리는 적대자의 관계가 아니라 공범자의 관계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밀실살인’은 전형적인 예에 속한다. 아무도 들어가거나 나오기가 수비지 않은(경우에 따라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밀폐된 곳에서의 살인은 사실 그 설정 자체가 비논리적이다. 그러나 그 비 논리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추리소설의 묘미다. 그래서 그 결말은 독자들의 예측을 뒤엎는 게 보통인데 그렇다 해도 독자는 자신의 예측이 빗나간 데 대해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교묘한 트릭에 감탄하기 마련이다. 이 계열의 추리소설은 기상천외한 범행 수법에다가 범인이라고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사람이 범인으로 밝혀지는 등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은 있으나 스릴과 서스펜스, 그리고 흥미만점의 아기자기한 구성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