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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의 독백

이호철 |2006.07.31 01:33
조회 37 |추천 0

심청의 독백



인당수 물이 푸르다
뱃머리 부서지는 파도가 날카롭다
파란 하늘 갈매기의 하얀 깃털
물비늘에 투영된 금빛 햇살
이 모든 선명함들이
혼미한 내 의식을 조롱한다
뱃놈들의 사소한 말다툼
북채 진 왜소한 녀석은
어제 먹은 술이 과했다고
그래서 북소리도 나지 않는다 푸념이다
누구하나 곧 몸 던질 나를
애처로이 여기질 않는다
그래..
어떤 위안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뿐이겠지
나를 위한 마지막 배려라고 여기자
갑판이 많이 흔들린다
선장의 누군가에게 눈짓한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나 보다
내가 가야할 시간이 다 되었나 보다
그래 깨끗이 떠나자
이래도 저래도 내 던져질 목숨
구걸하지 말고 집착하지 말고
미련 없이 이 세상 떠나자
나를 건져 올릴 연꽃일랑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조용히 가라앉고 나선
바다새들의 허기진 배만 채워 주면 될 뿐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게
산산이 쪼개져 없어지자
그래 그렇게 하자
내 멋진 삶도, 내 눈부신 사랑도
같이 붙들고 잠겨 버릴란다
잘 있거라.. 세상아
잘 있거라.. 내 사랑아..

치마로 눈을 가린다
마지막 순간 혹 네 얼굴이
네 고운 얼굴이 내 눈앞에 나타날까
그것이 한(恨)이 되어
나 쉬이 가라앉지 못할까 하여..


이호철 詩





첨부파일 : wallpaper02_1024-tomak89(5106)_0400x0334.s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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