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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사라진다 (하)
서론
경제학의 1+1=2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금 이 나라의 경제를 좌우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보따리를 싸야 하기 때문에 1+1=2 앞에서 눈을 감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외국 펀드들에 매력적인 먹이감이다. 시장 규모가 작고 지배주주의 지분이 적은 데다 세계적 우량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자본들은 막대한 돈을 한꺼번에 쏟아 부어 주로 블루칩(우량주)물량을 싹쓸이함으로써 사들인 종목의 주가를 스스로 끌어올린다. 그 결과 외국인들에게 치인 개인들은 증시를 등질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후 7년, 그동안 외국인에 대한 배당과 차입이자로 빠져나간 돈은 총 64조 원이다. 초우량 기업 삼성전자 주식의 시가총액이 60조 원이니 삼성전자 하나가 날아간 셈이다. 이 돈은 또 국민기업이라는 포스코(16조 원)를 4개, 시장점유율이 20%로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13조 원)을 5개 넘겨준 것과 같은 액수이다.
외국인의 주식 보유 비중이 큰 기업들은 주식 배당률이 높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는 것보다 배당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내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고율의 배당을 한다. 유상감자(減資)를 통해 자본금을 챙기기도 한다. 외국인끼리 협력해 경영진을 교체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한다. 1999년 영국계 홍콩 펀드 BIH에 인수된 브릿지 증권은 70%의 고배당을 함으로서 BIH는 앉아서 200억 원을 회수하였으며 2004년 여름에는 전체 주식의 67.6%를 줄이는 유상감자를 실시하여 1,300억 원을 회수함으로서 투자 자금의 절반 이상을 거두어 들였다. 그리고 이제는 회사 매각 차익을 노려 매각을 추진 중이다. 외국인이 국내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되팔아 남긴 돈도 순 유출된 돈이다. 1998년 이후 2004년 11월 말까지 외국계 투자기관이 매입한 서울의 주요 업무용 빌딩 총 51개중 되판 빌딩은 21개로 매각차익 4,000억 원이 이들 손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고소득층과 중산층의 해외 이민, 공장의 해외 이전 등을 통한 기업이민으로 내국인의 국부가 빠져나가고 있다. 이들이 유출한 국부는 총 22조원으로 해외 직접투자가 5조 원, 외국 유가증권 투자 5조 원, 유학·이민 등 증여성 송금 4조 원, 외국 여행 지출 1.5조 원, 환치기 등을 통한 불법 송금 1.5조 원 등이다. 기타 불법 자본 유출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불법 외환거래액만 3.5조원으로 현대건설(1.5조 원) 두개가 빠져나간 셈이다.
돌파구
유럽의 소국인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등은 개방을 수용했으나, 국적자본을 키우고 다스리는 방식으로 국민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기했다. 예를 들면 미래를 대비해 국내기업들에게 투자적립금을 쌓아두게 하거나, 국적은행을 통해 지역-산업정책을 추진하거나,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통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 내거나, 혹은 유력기업의 지배권을 보호하는 대신 자본의 사회적 책임을 추궁하였다. 국가는 끊임없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노동을 통한 복지를 구현하고, 개개인이 시장을 통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교육과 의료, 주택을 책임졌다. 한마디로 '형평과 복지'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고 믿고 실천했다.
특히, 스웨덴의 평등주의가 스웨덴의 경쟁력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도(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는 일차적으로 사회적 형평을 달성하려는 시도였지만, 그 자체에 경쟁력을 의식한 치열한 구조조정의 메커니즘이 담겨 있었다. 높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연대임금의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실물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여지가 더 많이 주어졌고, 이윤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연대임금의 수준을 맞추기 어려워 가혹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다.
스웨덴에는 한국의 삼성을 능가하는 발렌베리(Wallenberg)가문이라는 막강한 재벌이 있다. 발렌베리의 산하 14개 상장기업군이 스톡홀름 증권시장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첨단기술의 개발로 국가의 기술경쟁력에 기여하며 벌어들인 돈을 국가의 복지사회구현을 위해 투명하게 세금으로 내놓음으로 소유와 지배를 문제 삼을 필요가 없었다. 또, 국가경쟁력의 근본이 노동시장의 안정에 있다고 보고 계급타협을 통해 노동시장의 안정을 추구했다. 이로써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경영,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과감한 설비투자, 인력의 기술향상을 겨냥한 끊임없는 교육훈련 투자, 이를 지지하는 국가의 산업정책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있다.
외국자본이 한국에 투자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한국 기업의 주가가 싸다는 것이다.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이 많아 나중에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한국과 대만뿐”인데 “특히 한국은 대만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주식 거래금액도 많아 외국 펀드들이 선호한다.” 여기에 외국인의 주식 투자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는 것도 외국자본이 한국에 투자하는 또 다른 이유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주주가치 패러다임이 뿌리를 내려 금융부문은 실물경제와 유리되었고, 국민 대중은 일자리의 전망을 상실하였다. 자본은 속성상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사회적 목표의 달성과 경제의 안정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이에 협력하는 지본과 그렇지 않은 자본이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사회적 통제를 수용하는 국내자본을 대상으로 소유지배권의 안정을 기해줘 국민경제의 성장 동력을 회복하고 동시에 사회적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국내의 보수진영(대자본)과 진보진영(노동) 간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내야 한다. 그리고 “외국 자본과 국내 자본을 막론하고 단기 차익만을 노려 규모가 작은 한국시장을 교란하는 투기자본에 대해 더 많은 규제를 가해야 한다.”
우리 기업을 우리가 지켜야 하는 이유는 외국인 지분이 높아서가 아니라 더 많은 부가가치가 계속해서 우리나라에 남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경영을 잘하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 기업이 경영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을 우리가 지키는 또 다른 방법은 우리가 우리 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와 단기 자금시장에 떠돌고 있는 수백조원의 국내 부동자금과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수백조원의 연기금들로 하여금 우리 기업에 투자하게 하는 게 우리 기업을 지키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투기사례 분석 - 뉴브리지 캐피털과 제일은행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장사해 세금을 제대로 내면 바보다. 한국은 외국인의 稅테크 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세정을 비웃는 외국인 투기성 자본의 행태와 대응할 길은 없는가? 있다. 세정당국의 의지가 문제다. 외국계 자본이 한국의 조세제도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 즉 조세협약과 조세회피지역(Tax Haven)이다. 우선 본사의 소재지를 세금이 거의 없는 조세회피지역에 설치한다. 사무실도 직원도 없는 말 그대로 서류상의 회사(paper company)일 뿐이다. 본국으로부터의 감시도 피할 수 있다. 한국에서 매매차익이 발생하면 먼저 조세협약 밑으로 숨는다. 이중과세 방지협정 상 세금 부과는 회사가 등록된 곳에서 걷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지분에 1% 이상 변동이 생겼을 때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2002년 가을 제일은행 지분의 51%를 보유한 뉴브리지 펀드의 대주주 소프트방크가 보유 지분 30%를 넘김으로써 소프트방크가 KFB 뉴브리지 인베스트먼트 LP의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7조6,000억 원의 국민혈세(공적자금)가 들어간 제일은행을 단 5,000억 원에 인수해 5년 만에 다시 판 뉴브리지 캐피탈이 얻은 차익은 1조2,000억여 원으로 세금은 단 한 푼도 물지 않았다. 만일 뉴브리지 캐피탈이 한국기업이라면 최고 4,300억여원의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이제 뉴브리지 캐피탈은 삼성생명 주식을 넘보고 있다. 국내 통신시장도 투기대상이다. 은행과 보험ㆍ정보통신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데는 앞서간 정보력과 자금력이 깔려 있지만 세금으로부터의 자유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투기사례 분석 - 론스타와 외환은행
론스타는 대출채권과 부동산, 부실자산 등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자산운용 회사다. 19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 부실을 기회로 성장했고 투자자는 공공연금과 기금, 대학기금, 국제금융기구, 은행지주회사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현재 7호까지 나와 있고 세계적으로 200억 달러 규모를 굴리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후 1998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부실채권 5천6백억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스타타워 빌딩(2001년) 극동건설 및 외환은행(2003년)을 인수하는 등 약 10조원을 한국에 투자해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지난 2001년 6월, 사들인 스타타워 빌딩의 경우 작년 말 9천억 원 이상의 가격에 싱가포르 투자청(GIC)에 팔아 3년6개월여 만에 2천억 원 이상 차익을 올렸다.
론스타는 한국 땅에 들어와 불법적으로 은행을 소유하면서 직장폐쇄 단행, 노동자 불법해고, 부당보임발령, 노사협약무시, 강제구조조정 실시,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산업기업들을 인수, 합병에 나섬으로써 끊임없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이 같은 불법의 연쇄사슬은 론스타의 은행대주주자격을 박탈하거나, 론스타가 금융기관 혹은 금융지주회사로서 정당한 관리감독을 받아야만 끊어질 수 있다. 검찰과 공정위는 론스타의 불법행위를 철저하게 밝혀내고, 금감위는 한시바삐 론스타의 대주주적격심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구조조정 등을 통해 매력적인 매물로 포장해 내다팔 것이다. 그러면 다시 한번 막대한 차익과 세금 회피를 당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국내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금융회사거나 금융지주회사여야 한다. 다만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대주주가 될 수 있다. 2003년 7월 25일 금감위 안건은 론스타가 국내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것에 대한 대책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에 해당되지 않지만 잠재부실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경영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채택하였다. 그 근거로 "1999년 12월 뉴브리지 캐피털이 제일은행을 인수할 때도 제일은행은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었다"는 선례가 적용됐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1997년 이후 한번도 8%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규정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예급 지급이나 차입금 상환이 정지된 적도 없었고 외부 자금 지원 없이 회생 불가능한 심각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러나 금감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나리오를 내세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정당화하였다. 2005년 하반기 무렵 외환은행이 하나은행에 합병된다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예상 인수가격은 8600원에서 많게는 1만900원에 이른다. 이 경우 론스타의 시세차익은 무려 2조1139억 원에 이르며 콜옵션이나 최근 논란이 됐던 드래그 얼롱 계약까지 끌어들이면 론스타의 이익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론스타와 뉴브리지 캐피탈뿐 아니다. 올초 씨티은행에 한미은행지분을 매각했던 칼라일펀드의 경우 3년3개월 만에 수익률 145%, 차익7,017억원을 챙겼다. 세금을 한푼도 안 냈음은 물론이다. 0.1%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피 말리는 경쟁이 펼쳐지는 금융시장에서 이만큼 벌어갈 정도로 한국은 외국인에게 땅 짚고 헤엄치는 시장이다.
투기사례 분석 - SK와 JP모건 그리고 소버린
국제적 투기자본인 소버린펀드의 적대적 M&A 시도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SK사태의 발단은 1996년 JP모건과의 파생상품 거래에서 시작되었다. JP모건은 2002년 말에 확실히 모든 것을 정리했지만 SK는 그 후유증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신음하고 있다. JP 모건과의 토털리턴스왑(TRS: Total Return Swap) 거래를 뒤처리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간 보증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총수가 구속되면서 주가는 6000원대까지 하락했다. 결국 이 사건을 계기로 SK에 대한 공격을 오랫동안 준비해 온 소버린펀드는 SK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SK주식을 평균 9000원 정도의 아주 싼 가격에 14.99%(19만주)씩이나 매집한 소버린펀드는 2004년 11월 현재 주식 평가차익으로만 1조 원가량을 벌어들이는 쾌거를 올리고 SK의 경영권마저 장악하려 하였다. 우리나라의 유명 대그룹이 이처럼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른 데는 JP 모건과의 토털리턴스왑 거래가 큰 역할을 하였다. SK는 국제적 금융자본인 JP모건과의 거래에서 1차로 손해를 보고 이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소버린펀드로 부터 2차로 공격을 당한 것이다.
SK증권은 1997년 2월 JP모건과 2건의 1년 만기 토털리턴스왑 계약을 맺었고, 이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약 3억 5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였다.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SK증권은 일단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JP모건은 뉴욕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1999년 말에 SK는 JP 모건과 화해계약을 맺었고 이 과정에서 채무를 완납하지 못한 채 채무 중 일부를 3년간 연장하면서 JP 모건의 요구대로 SK의 자회사인 SK글로벌 싱가폴과 SK글로벌 아메리카가 SK증권에 대한 보증을 서게 되었다. 이는 SK증권이 발행하여 JP 모건에게 준 2500만 주의 주식에 대해 3년 후에 6000원에 되팔 것을 보장하는 풋옵션(put option)을 주는 방법이었다. 3년 후 2002넌 11월 SK증권 주식은 6000원에 훨씬 못 미치는 1500원이 되었다. JP모건은 우선 2500만 주를 국내시장에서 약 1500윈 정도에 매각하여 375억 원을 챙긴 후, 다시 풋옵션을 통해 주당 6000원 - 1500원 = 4500원을 SK글로벌 싱가폴과 SK글로벌 아메리카로부터 변제받았다. 변제총액은 2500만 주 x 4500원 = 1125억 원이었고 모든 상황은 일단 끝났다.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부활되면서 SK(주)의 모회사인 SKC&C가 보유한 (주)SK주식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그 만큼의 주식을 총수가 직접 매입하는 전략이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비 상장주식인 워커힐 주식과 SK(주)의 주식이 교환되면서 워커힐 주식이 비싸게 매각되었다고 시민단체가 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검찰은 이 사건을 이유로 총수를 구속했고, 1만 3000원이었던 주가는 6000원 대까지 떨어졌다.
국가 주요 산업인 에너지 분야의 간판 기업 SK(주) 주가가 급락하자 모나코 소재의 다국적 투자회사 소버린 자산운용은 2003년 3월 이후 크레스트씨큐러티즈 명의로 이 회사의 지분 14.99%를 확보했다. 주당 9,292원에 사들인 SK 주식은 유가 급등 등의 호재에 힙입어 1년8개월 새 6만1,600원으로 올랐고, 소버린 측은 1조 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올려 466%의 수익률을 보였다. 소버린 측은 2004년 3월 SK(주) 정기 주주총회 때에는 이사 선임 건을 놓고 최태원 SK(주)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였다. 이것이 실패하자 같은 해 10월 이사 자격 규정과 관련한 정관 개정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였다. 이사 선임에 관여하려는 것은 국가 주요 산업 분야의 개별 기업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투기사례 분석 - 진로와 골드만삭스
2004년 10월 3일 국내 소주 1위업체인 진로가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1924년 설립된 진로는 1954년 두꺼비가 처음 등장한 이후 1975년부터 약 30여 년간 한국 소주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진로는 1997년 9월 부도를 맞아 화의에 들어갔고, 지금까지 법정관리중이며 최근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매각수순을 밟고 있다. 진로의 파산신청은 월가의 유명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의해 2003년 3월에 이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경영 상태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진로의 경영자문을 맡았었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적대적인 채권자로 변신하여 진로를 파산시킨 것이다.
진로는 강력한 브랜드파워와 주요 해외시장에서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가진 선도적 다국적기업으로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기업이었다. 특히 진로소주는 1990년도 중반부터 일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으며, 미국 및 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만큼 강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또 지배적 시장점유율로 인한 안정적 현금흐름이 있었다. 진로소주는 한국 내에서 55% 이상, 서울 및 경기도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다.
1990년 초반을 시점으로 진로는 소주 및 주류사업에서 사업다각화를 위한 공격적 시도로 수많은 인수 및 투자가 이루어졌는데, 이 자금의 대부분은 대출로 조달되었다. 과거 모든 재벌기업의 성장모형처럼 진로의 새로운 자회사는 신규사업 운영을 위해 설립되었고, 모회사인 진로는 은행대출에 보증을 서서 자회사를 지원하게 된다. 그런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외환위기가 터져 이들을 운영할 기회도 없이 채무상환에 쫓기게 되었다. 1997년 하반기 진로의 채권자들은 진로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고 진로는 갑작스런 단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1997년 9월 진로는 화의를 신청하고 1998년 3월 화의승인을 받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1997년 11월 진로의 채무구조개선 및 화의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재정적 자문을 해주면서 진로의 경영진에 접근하였다. 1997년 11월 골드만삭스와 진로는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하였다. 이 비밀 유지 협약 하에 형성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진로는 골드만삭스에 광범위한 영업비밀 및 진로와 자회사에 관련된 비밀정보를 제공하였다. 진로가 제공한 정보에는 진로의 구조조정계획, 자산, 재정상태, 현금흐름, 마케팅 및 수출전략, 기타 영업 비밀 등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고도의 영업비밀이 상세하게 담겨있었다. 이 모든 정보는 진로가 최소한 5년간은 화의계획 아래 채무에 대한 이자(년이율 8-11%)지급 의무를 이행할 수 있으며, 진로의 자산이 실질적으로 모든 부채를 변제하기 충분하다는 사실을 확신시키는 것들이었다.
이후 골드만삭스는 아일랜드에 설립된 서류상의 회사 등을 통해 진로 채권을 매입하였고 한편으로는 2000년 및 2001년 진로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여 다른 투자자의 투자의욕을 꺾어버렸다. 즉, 1998년 9월에 진행된 KAMCO의 1차 채권공매절차에서 나온 매각채권의 대부분은 진로가 발행했거나 보증을 선 것들인데 골드만삭스는 액면가의 15-20%에 진로채권을 매입하였다. 이후 진로는 2000년 1월부터 2003년 2월까지 3년간 화의계획에 따라 연 8-11%의 이자를 지급했고, 골드만삭스는 이미 자신의 투자액을 회수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골드만삭스는 진로 홍콩이 발행하고 진로가 보증한 금리연동부 채권(FRN) 총 2800만 달러를 1998년 10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3년에 걸쳐 매입하였다. 고수익의 진로 홍콩은 일본 소주사업을 운영하는 진로재팬의 모회사로서, 진로 홍콩의 채권으로 진로의 일본 소주사업을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채권매입은 진로그룹의 경영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는 행위였다.
2001년 1월 진로가 제3의 투자자와 일본 소주사업 매각에 대한 합의에 근접하게 되자, 골드만 삭스는 진로에게 진로홍콩의 FRN을 전액변제해줄 것을 요구하고 홍콩, 일본 및 한국에서 법적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위협한다. 이어 2001년 12월, 골드만삭스는 진로 홍콩에 청산의 소를 제기한다. 청산이 되면 일본 소주사업의 소유권은 골드만삭스 또는 공동 투자자에게로 넘어간다. 그리고 2002년 5월 골드만삭스는 일본 내의 진로 상표소유권을 차지하기 위해 법적절차를 개시함으로써 일본소주사업의 제3자 매각을 차단하였다. 2003년 4월 골드만삭스는 법원에 진로에 대한 파산을 신청한다. 진로 미변제 채권의 50% 이상을 보유한 채권자들이 파산신청을 반대했고, 이들은 진로 경영진에게 채무구조개선을 위해 6-9개월의 유예기간을 주려고 했지만 법원은 골드만삭스의 편을 들어 진로에 파산을 선고하였다.
골드만삭스의 적대적 의도가 명백해졌을 때, 진로는 2002년 3월 비밀유지협약을 위반하여 진로 채권을 매입한 골드만삭스 및 홍콩사무소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관련 모든 회사들은 해외에 있었고 한국 내에는 사무소 및 직원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법원은 한국에 없는 피고에 대하여 인적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 또 골드만삭스의 투자금융부서와 부실 채권부서 간에 진로의 비밀정보를 공유한 사실을 나타낼 수 있는 내부메모, 답장, 내부문서 등을 강제로라도 제출하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현행규정은 실질적으로 이러한 제출을 강제할 수 없게 되어있다.
진로는 1998년 3월부터 한국 내에서 화의상태였기 때문에 국내채권자들은 진로를 상대로 개별적인 법적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와 같은 외국채권자들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진로채권이 화의계획 하에 한국파산법원의 감독을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홍콩과 일본에서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2004년 9월 진로 매각을 위한 주간사로 메릴린치가 선정되면서 여기저기서 인수 의향을 밝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매각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98년 10월 ‘참眞이슬露’가 처음 출시된 후 지난해 7월 말까지 무려 70억병이 팔려 삶의 고난을 소주로 달래고 있는 우리 서민들의 쌈짓돈이 고스란히 외국인들의 주머니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투기펀드가 별다른 위험부담 없이 삼켜버릴 수 있는 순한 고깃조각과 같은 처지인 데 반하여 이에 대한 대처능력은 최하위급이다. 투기펀드의 본질적 특징으로는 팀을 이뤄 표적을 공격한다는 점과 단기수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힘을 결집해 최대한 쉽게 공략하는 것이 이 게임의 법칙이다. 한국이 이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방어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먼저 투기펀드에 대한 적절한 감독 및 평등한 세금부과가 필요하다. 투기펀드들은 표적을 결정하고 지목해 인수한 뒤, 이익을 나누어 먹는 공동의 목적을 공유한다. 따라서 한국기업과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자신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끊임없이 상의한다. 투기펀드들은 기업의 장기성장 가능성 또는 고용안정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으로 발전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각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도기업이 될 수 있는 기업을 표적으로 삼는다. 강력한 브랜드파워, 건전한 현금흐름, 매각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고정자산 등의 특징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의 성장잠재력을 갖춘 회사도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상당기간 동안 엄청난 자금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은행 또는 기타 대출기관으로부터 쉽게 저리의 지속적인 대출을 받던 시대는 외환위기와 함께 끝났다. 따라서 정부는 유동적인 자본투자시장을 발전시키는 데 주요한 장애요인을 밝혀내어 가능한 한 그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중소기업들의 이중과세를 방지하는 것이 자본투자시장을 조성하는 하나의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중산층의 지속적인 감소세를 막기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지원해야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경영자를 위해 상속 및 퇴직저축에 대한 보다 많은 세금감면 혜택을 주어야 하며, 다양한 세금을 줄이고 점진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
이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