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 : 어릴 적 광대패를 처음 보고는 그 장단에 눈이 멀고,
광대가 되어서는 어느 광대놈과 짝 맞추어 노는게 신이 나 눈이 멀고, 한양에 올라와서는 구경꾼들이 던져주는 엽전에 눈이 멀고,
그러다 얼떨결에 궁에 들어와서는 이렇게 눈이 멀고,
그렇게 눈이 멀어서는 볼 걸 못 보고,
어느 잡놈이 그 놈 마음 훔쳐가는 것을 못 보고,
그 마음이 멀어져 가는 걸 못 보고...
장생 : 내 평생을 맹인연기만 하고 살았는데
막상 맹인이 되고나니,
맹인연기 한 번 못해보고 죽는게 한이네그려.
이제 제대로 한 판 놀 수 있는데 말이오...
공길 : 그래 눈이 정말 머니까 그리 좋냐? 이 잡놈아!
장생 : 그래 좋다!
공길 : 네 놈은 다시 나면 뭐로 나고 싶으냐?
다시 태어나면 뭘로 태어날래?
양반으로 태어나련? 아님 왕으로 태어나련?
장생 : 싫다! 이 세상 한바탕 놀다가면 그만인 것을...
다음 생에 태어나도 당연히 광대로 태어날란다.
공길 : 이 놈, 목숨 놓고 광대짓하다 죽게 생겼으면서도 또 광대냐?
장생 : 그러는 네 년은 다시 태어나면 무어가 되고프냐?
공길 : 나야 두말할 것 없이 광대, 광대지!
-왕의 남자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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