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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찬지 원고 <<아비뇽에서 만난 사람들>>

김현진 |2006.08.07 09:37
조회 27 |추천 0

 

 

         >>2006년 아비뇽스케치

             "아비뇽에서 만난 사람들..."

                                                                                                                   대외협력팀 김현진

 

   


2006년 7월13일 목요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사무처의 아비뇽 탐방단은 꼬박 만 하루가 걸리는 여정 끝에 아비뇽 성에 도착하여 그 곳에서 닷새 동안 머물면서 축제를 경험하였다. 이 글은 탐방기간 중 우리가 만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탐방단이 경험한 프랑스, 아비뇽 축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고자 간추린 내용이다.

 

§ 아비뇽 첫째 날 06.7.14(금) 민박집 Madame Joelle Chaix

   

 

우리 일행은 아비뇽 체류기간동안 아비뇽 성 내 rue de la carreterie 에 위치한 Madame Joelle Chaix의 집에서 머물렀다. 단단하고 무거워 보이는 녹색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둡고 좁은 복도를 통과해서 유럽식 작은 정원이 있다. 녹이 슬었지만 보기에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하얀 철제 테이블과 의자들, 가늘고 어린 나무 몇 그루가 전부지만 이 정원 덕분에 집 안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다. 정원이나 복도를 통해 다시 계단을 올라가면 2층은 주인 부부의 방과 거실, 주방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주인 부부와 2층의 주방을 함께 쓰고 침실로는 1층과 3층의 손님용 방을 배정받았다. 호텔만큼은 못하지만 침대 하나 덩그라니 놓인 방이 오히려 정갈해 보인다. 그리고 방마다 한두 점씩 걸려있는 그림들. 특별히 예술에 대한 애호가 있다기보다는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이다.


불편한 것도 있었다. 남자 4명, 여자 2명이 같이 써야하는 3층에 하나 뿐인 화장실 겸 욕실 문에 잠금장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임시방편으로 사용 중 이라는 팻말을 만들어서 걸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서 샤워를 할 때는 일부러 물을 세차게 틀어놓기도 했다. 다행히 닷새 동안 누군가가 무심결에 문을 확 열어버리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식사를 하고 나가면 저녁 늦게 들어오는데 비해 이들 부부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머무르는 내내 불편함이 없는지 챙겨주었고, 아비뇽을 떠나는 날 아침에는 아비뇽 TGV 역까지 배웅해주었다. 역으로 향하는 길 그녀가 자신의 직업을 영어로 설명하느라 애쓰던 모습, 도저히 단어가 떠오르지 않자 힘들게 숨을 내뱉으며 나중에 남편이 설명해줄 수 있을 거라며 웃던 얼굴까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아비뇽 셋째 날 06.7.16(일) 왕란

   

 

프랑스에서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어딜 가나 그래피티(graffiti art)를 만날 수 있다. 아무렇게나 흘겨 쓴 일종의 낙서예술인데... 프랑스 정부 차원의 장려정책이 있었는지 흉하게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시멘트벽이 없다. 마르세유 이프 섬을 들렀다가 아비뇽으로 돌아오는 길, 기차 안에서 중국 아가씨 왕란을 만났다. 자리 잡는 것을 도와주면서 몇 마디 중국어를 주고받다가 본격적으로 영어로 대화를 시작, 거의 1시간 내내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왕란은 텐진에서 대학을 마치고 프랑스 기업에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전공은 화학, 주말을 맞아 친구(빠오)와 함께 프랑스 남부를 여행 중이라고 한다. 중국은 인문계보다 이공계가 대학을 들어가기 두 배는 어렵다. 일단 졸업하면 보수가 좋은 일자리에 취직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 아가씨 외국은 처음 나온 거라는데 영어가 아주 유창하다. 내가 만난 중국의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똑똑하고 영어를 잘한다. 그리고 아직은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순박함과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열정이 묻어난다. 그래서 더 이쁘다.


왕란에게 들은 얘기를 종합해보자면, 요즘 중국에는 한국어를 제 2 외국어로 채택하는 학생들이 많단다. 한류 때문이다. 왕란 역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지만 한국에 와본 적도 올 계획도 없다. 이런... 이래서 우리 한류는 절음발이 소리를 듣나보다. 왕란과 같이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빠오는 중국말로 가방이라는 뜻. Bag이라고 놀렸더니 씨익- 웃고 만다. 이 친구는 영어 외에도 간단한 불어 몇 마디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광활한 국토와 거대한 시장, 풍부한 자원, 거대한 인력을 가진 나라 중국. 특히 중국의 젊은이들을 볼 때면 "萬事具備, 只次東風(모든 것은 다 준비되었고 동풍만 불면된다)" 는 중국 속담을 실감하게 된다. 앞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국제박람회가 있기 전에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베이징과 상하이를 제외하면 물가가 엄청 싸다고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준다. 우리는 서로의 메일을 교환하고 아쉽게 작별인사를 했다. 또 만날 인연이 되기를.

      

§ 아비뇽 넷째 날 06.7.17(월)

Le College De La Salle 극장 ‘Meme pas seul' 을 보러온 모녀.

   

 

파리에서 아비뇽으로 놀러 온 모녀. 딸의 이름은 Agnes, 14살이란다. 공연이 끝나고 남녀간 사랑을 묘사한 현대 무용이 좀 야해 보여서 괜찮으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렇지도 안단다. 오히려 물어본 내가 촌스럽게 느껴진다. 이들 모녀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할 때 박수를 열심히 친다. 하지만 공연이 어땠냐는 나의 물음에는 “It's not very good.” 이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들 뿐 아니라 커튼콜 때 쏟아지는 아비뇽 관객들의 박수는 공연 그 자체에 대한 감동보다는 무대 위에서 혼신의 힘을 쏟은 배우들을 격려하는 의미가 더 크다. 그래서 아비뇽에서 다섯 번 이상의 커튼콜은 일상적이다.


영국의 Edinburgh Festival과 함께 세계 2대 공연예술축제로 불리는 Avignon Festival.

아비뇽 관객의 대부분은 프랑스인들이다. Avignon Festival 사무국 행정부감독 Tristan Marseille의 말에 따르면, 주요 관객은 아비뇽 시민 35%, 파리시민 32%, 파리를 제외한 나머지 프랑스 전역에서 오는 관객 25%, 해외에서 오는 관객은 8% 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세계적인 축제의 시작은 예술을 통해 아비뇽 시민들을 즐겁게 하려는 작은 노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활기찬 축제 도시 아비뇽의 명성이 오늘날 전 세계의 예술가들을 아비뇽으로 불러 모으는 원동력이 된다. 


§ 아비뇽 다섯째 날 06.7.18(화) Mr. Virgile

   

 

지난 2005년 12월 한국어교실에서 자모반(한국어 기초) 학생으로 처음 만난 프랑스인 Mr. Virgile. 이 친구는 아비뇽 대학 불문과를 나와서 현재 인천대학에서 불문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우리는 아비뇽 체류 기간이 서로 달라서 파리로 떠나기 하루 전에야 짬을 내어 만날 수 있었다. 오후 6시 경, Mr. Virgile이 우리 숙소로 찾아왔다. 이 친구의 도움으로 해독불능의 불어판 공연 안내책자를 보면서 답답했던 의문점을 풀었고, 개인적으로는 서울에서만 보던 친구를 아비뇽에서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Mr. Virgile은 1996년도부터 매년 Avignon Festival을 봤다고 한다. 그의 눈에 비친 지난 10년간 Avignon Festival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그는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예술가들 덕분에 OFF 프로그램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고 했다. IN과 OFF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보는 편이고, 전날 우리가 관람한 IN 프로그램 Les Babares의 공연티켓을 보여줬더니 그 작품의 연출가 Lacascade는 프랑스에서 아주 유명한 연출가란다. 2005년 Avignon Festival 협력 예술가였던 Jan Fabre와 비교하면 누가 더 유명하냐는 질문에 두 사람의 스타일과 활동영역이 다르다고 말했다. Jan Fabre는 신체의 움직임, 무용을 쓰는 현대적인 스타일인데 반해. Lacasede는 주로 정통연극을 연출한단다. 그는 IN 프로그램 중에 하나인 Battuta 를 보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떴다. Battuta는 2006 Avignon Festival의 화제작으로 일찌감치 매진된 공연인데 그날 아침 사무국에서 운 좋게 당일티켓을 구했단다. 물어보고 싶은 말은 많지만, 서로 일정이 바빠 한국에서 다시 볼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들 모두 집 떠나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한번 스친 인연이지만 시간이 지나 여행에 대한 설렘, 그 때 느낀 감동마저 희미해지면 이 사람들에 대한 기억만 또렷하게 남겠지. 흔히 여행 후에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한다. 이번 축제를 탐방한 후 내게 남는 것은 사람. 8박 10일 동안의 프랑스 체류기간동안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이 중에는 한번에 그치지 않고 깊은 인연을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리라 기대한다.


끝으로, 이번 축제 탐방을 함께 한 우리 일행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결코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지만 덕분에 맘 편히 좋은 구경 많이 했노라고...  

 

 



첨부파일 : 0804_3.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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