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패션은 여느 멋진 모델 못지않게 매력적인 사진 소재이며, 따라서 패션사진은 단순히 옷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보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한다. 현대 사진과 패션의 만남이 찰떡궁합이란 말까지 있을 정도다. 특히 사진에 있어 패션은 매력적인 대상이다. 사진이나 패션이나 다 예술이면서 상업적 지향성이 강하다. 그러니 상업적인 둘의 만남이 철저히 상업적임은 말할 나위가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둘의 만남인 현대 패션사진은 단순히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의상이나 모델을 강조하는 방식에서 탈피하고 있다. 대중적이면서 환상적인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사진작가의 창조적 이미지 표현이 수반되는 예술의 한 장르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과 상업이 만나는 최전선에 자리한 패션사진은 분명 예술의 존엄성과 상업주의가 결합된,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독특한 이미지임이 틀림없다. 패션사진에는 초상사진과 초현실주의 사진, 포토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등 모든 사진 작업의 형태가 혼재돼있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하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지평을 확장해 나가는 패션사진의 현주소를 확인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경복궁 옆 대림미술관(종로구 통의동 소재)에서 19일∼9월30일 열리는 ‘프랑스 현대 패션사진전―시어터 오브 패션’엔 세계적인 정상급 패션사진작가 16인의 작품이 선보인다.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문화행사의 하나로 프랑크 페랭, 데보라 튀르브빌, 사라 문, 프랑수아즈 위기에, 제라르 위페라 등 프랑스 국립현대예술기금(FNAC)이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현대패션 사진가들의 작품사진, 카탈로그, 영상 100여 점이 걸린다.
이 사진작가들은 샤넬, 크리스티안 디오르, 장 폴 고티에, 존 갈리아노,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소니아 리키엘, 야마모토 요지, 이세이 미야케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의 패션세계를 다루고 있다. 또 보그(Vogue), 하퍼스 바자(harper’s Bazaar), 마리클레르(Marie Claire), 엘르(Elle)와 같은 패션잡지와 함께 작업하면서 패션모델과 의상뿐만 아니라 잡지를 위한 기획사진, 조형예술가들이 만든 작품, 패션쇼에서 볼 수 있는 액세서리까지 종합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패션사진 이외에 카탈로그와 룩북, 영상도 전시된다.
패션쇼 무대에 관심을 보이는 프랑크 페랭, 중세풍 고성에서 열린 패션쇼를 준비하는 모델들을 찍는 데보라 튀르브빌, 등장인물들을 몽환적으로 담아내는 사라 문, 모델 대신 의상에만 주목하는 발레리 브랭과 낸시 윌슨 파직, 모델에 집착하는 프랑수아즈 위기에와 제라르 위파라 등 한창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패션사진가들의 사진에서는 패션디자이너, 모델, 잡지 편집자, 아트디렉터, 무대 디자이너, 조명 담당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프로들이 공동으로 빚어내는 패션쇼 무대가 사라지기 전에 포착해 기록한 패션사진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패션사진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아주 많이 보는데다가 누구나 즐기는 장르이지만, 예술적 가치는 저평가되곤 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예술성과 상업성의 만남을 생각해보는 계기로서 의미가 크다. ☎02-720-0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