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매 ]
"또 술자시고 저리 됐지. 결국 술때문에..."
곰녀는 듣기 싫다. 억순이는 또 말을 곱게 못한다.
자기도 맘이 아프면서 또 말을 저렇게 하고있다.
중환자실 앞에서 곰녀는 면회 시간이 되기까지 기다린다.
할매가 좋아하는 사탕을 두 봉지 사들고
억순이가 시키는대로 물병도 하나 들고가
찬 물을 담아 놓는다.
시계를 만지작 거린다.
밥차가 왔다.
문이 열린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들어간다.
할매...
해골같이 가죽만 붙어있는 할매가 보인다.
찌를 곳도 없어 보이는 손에 링거가 꽂혀있다.
저 손에 바늘을 꽂은게 용하다는 생각을 한다.
산소 호흡기와 오줌 주머니가 보인다.
할매 팔이 온통 멍 투성이다.
수술 후에도 억척스런 할매는
오줌 줄을 빼버리고, 링거를 뽑고, 움직이려 했으리라.
한 동안은 말을 잘 들을 때까지
두 팔을 단단히 매어 두어야만 했으리라.
죽을 떠 먹인다.
애기같이 잘도 받아 먹다가
몇 술 안뜨고 이내 밥상을 치우라 한다.
"한 입만 더..."
달래가며 몇 술을 더먹여 본다.
"사탕줄까 할매?"
"사탕?"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할 줄 알았어 할매..)
할매가 좋아하는 커피맛이 나는 사탕으로 골라
하나 까서 입에 넣어 준다.
곰녀는 기분이 좋다.
한 움큼 집어 환자복 주머니에 넣어 주고는
할매 손을 갖다 댄다.
"여기 있으니가 나중에 먹어"
할매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본다.
손을 넣고 만지작 거린다.
여기 사탕이 있어..잊어먹으면 안되..하듯이..
손을 넣고 빼질 않는다.
식판을 치우고 컵을 닦아 놓고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앉았다.
중환자실이라 병실 안에 간호사 데스크가 있었다.
저 쪽엔 꽤 상태 좋은 아주머니가 혼자 밥을 떠 먹는다.
건너편에서 기도 소리가 들린다.
의사가 기도를 한다....
사람들이 훌쩍인다...
시체처럼 누워 잠만 자고있는 한 할배가 있다.
곰녀는 갑자기 눈이 뜨거워 진다.
가슴이 아파온다.
참 못된 할매였다..
억순이에게도, 곰녀에게도 참 못되게 굴던
시어머니, 할매였다.
그런데..그런데...가슴이 아파온다.
약을 먹이고 짐을 챙긴다.
"할매, 나 갈게."
"응..아가씨 집이 어디라?"
가슴이 내려 앉는다.
"우데 사냐고. 집이 어디라? 아가씨 누구야?"
"할매, 나 몰라?"
"몰라. 누군지 모르겠어"
곰녀는 주저 앉아 버린다.
또 눈이 뜨거워 진다.
한참을 넋이 나가 바라본다.
"규남이라?"
곰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손을 잡아본다.
가죽만 남은 몸을 쓰다듬어 본다.
다리도 만져본다.
팔도 부벼 본다...
어느 덧 30분이 지나 사람들은 다 사라지고
병실엔 간호사와,
숨쉬는 것으로 살아 있다는것을 겨우 인식할 수 있는
시체같은 노인들과
곰녀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면회 시간이 십오분도 더 지나 있었다.
문이 닫힌다.
할매.
사탕 잘 먹고 밤새 지금 처럼만 있어줘.
더도 안바라고 지금 처럼만 있어줘.
걷는 내내 눈물이 쏟아진다.
차 속에서도 눈물이 마르질 않는다.
노을이 질까 두려워 진다.
노을이 보이더라도
눈을 가리고,
고개를 획 돌리고
집으로 뛰쳐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