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많은 소녀가 있다.
그녀는 두 평 남짓한 자신의 골방에 틀어박혀,
난 분명 저 멀리 우주에서 온 어느 별나라 공주일 거야...라고 상상한다.
그녀의 상상속에선 분명 근사한 남자친구도 등장하리라.
자신이 어떤 어처구니없는 짓을 해도,
언제나 자기만을 위하고,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진실한 남자 말이다.
그러나 그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에 도달할 순 없다.
그건 너무 동화적이라, 유치하거든...
소녀의 로망은 약간의 비극으로 완성되는 법이다.
<도마뱀>은
이런 소녀적 환상의 극단이다.
현실과의 마찰이라곤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고,
순진함이란 가면 뒤에 무지함을 숨긴 골방 소녀의 환상!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이 말했다.
"혀 짧은 소리가 귀여운 건 네 살 까지야!"라고...
<도마뱀>을 보고 나서,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처구니없는 소녀적 감성이 용서되는 건 열 일곱 살 까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