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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덧씌워진 소비와 허영의 이미지

Heavenmn Y M |2006.08.09 17:54
조회 49 |추천 0
여성에게 덧씌워진 소비와 허영의 이미지 [일다 2006-08-09 06:15]
최근 ‘된장녀’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각 언론들이 ‘된장녀’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된장녀’의 이미지는 낯설지 않다. 비싼 트리트먼트, 화장, 유명 메이커 의상으로 중무장을 하고, 외국계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헬스를 하면서 자신이 ‘뉴요커’ 스타일로 산다고 착각을 하는 한편, 아버지에게 애교를 부려 용돈을 긁어내고, 학교에서 복학생들에게 밥을 사달라고 떼를 쓰는 등 남의 돈에 의존하며, ‘선배 졸려염’과 같은 쓸데없는 문자질에 공부는 하지 않는다. 나아가 ‘극단적 페미니즘을 신봉하여 남성을 혐오하면서도 남자들에게 붙어 이득을 챙기려는 이중적인 여자들’을 일컫는 말로 그 의미가 확산됐다.

‘된장녀’처럼 남의 돈에 의존하며 사는 허영심 많은 여성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비난하는 풍조는 그 역사가 오래됐다. 1920~1930년대, 언론의 입방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던 존재가 바로 ‘신여성’이다. 거리에 구걸하는 이들이 가득하고 지식인들은 대부분 실업자로 몰리는 열악한 식민지 사회에서, 이른바 ‘모던 걸’들은 “삼사십 원 하는 치맛감에 삼사 원 하는 양말에 이삼백 원 하는 보석 반지와 사오 원씩 하는 화장품, 일이 원 하는 머리모양으로 사치를 부리고 초가집을” 나서는 허영과 방종의 상징이었다.

특히 ‘신여성’들이 하고 다녔던 금니와 십팔금 손목시계, 다이아몬드 반지는, 경제적으로 아무리 어려워도 사치를 부리겠다는 여성의 허영심을 보여주는 물품이었다. 심지어 당대 여학생들이 금시계를 보이기 위해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팔목을 드러내고 간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김주리 참조) 그러나 그 시대에 여학교 졸업생들의 실업률이 매우 높았으며, 여성노동자의 월급은 바닥을 기었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 자체가 금기시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신여성’을 둘러싼 혐오와 공격들은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집단을 만만하게 보는 시선을 반영할 뿐이었다.

허영과 방종의 소비문화가 정말 여성의 문제인가. 자본주의 소비체제가 성립되면 상품을 소비하는 행위는 사회와 경제의 일부분이 된다. 누구나 소비를 한다. 그리고 소비는 그 특성상 ‘과시’와 ‘허영’을 부추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주로 여성의 ‘취향’으로 이야기될 뿐이다. 식민지에 백화점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 시인 김기림은 상품을 욕망하는 군중들을 비판하면서 특히 여성의 허영심 때문에 백화점이 운용된다고 통탄한 바 있다. (서동욱 참조) 그리고 지금 인터넷에선 스타벅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며, ‘된장녀’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은 생산과 노동의 주체로서 인정 받지 못한 채, 오로지 소비하는 사람으로서의 이미지가 각인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선 대를 이을 아들이란 이유로 부모의 돈에 의지한 채 방종한 생활을 하는 남성들이 많지만, 이들을 성별로 집단화시켜 ‘허영남’이라고 비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자친구나 아내의 노동과 재력에 기대어 소위 ‘등쳐먹는’ 남자들이 많지만, 이들을 소비하고 과시하는 남성집단의 이미지로 희화화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된장녀’에 대한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사실 ‘된장녀’ 이미지가 한국의 이성애 문화와 관련이 깊은 만큼, 그리고 남성이나 여성이나 경제력과 소비문화나 데이트문화가 다른 만큼, ‘된장녀’ 이미지에 대해 분개할 수도 있고 실제 그런 여자를 만나봤다고 반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 제시된 전문가 의견은, 대체로 외국계 커피전문점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의 ‘취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의견은 소비문화가 여성의 ‘취향’으로만 여겨져 왔던 왜곡된 역사를 긍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된장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조롱하는 것에는 사실상 여성 전체에 대한 무시와 희화화가 깔려있다. 갑부도 아니고, 룸살롱이나 고급호텔에 가는 것도 아닌, 스타벅스나 헬스클럽에 가는 정도의 경제력에 대해 허영과 방종이라고 광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적으로 만만하게 여겨지는,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기 싫은 여성들에 대한 돌 던지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터넷에서 ‘된장녀’를 둘러싼 공격은 위협적일 정도로 격한 수준이다. 그 결과 그리고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비춰질 것인지 검열하게 된다. 남성과는 달리, 어린 시절부터 ‘여자는 ~해선 안 된다’고 주입 받아온 여성들에게 검열이 또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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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김윤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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