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나는 소중하기 때문에' 고급 샴푸를 써야 하고, 외출복으로는 청바지 대신 미니스커트를 선택하며, 에치원피스에 구라다 가방을 들고 등교하고, 손에는 늘 스타벅스나 커피빈 컵이 들려있고, 자신을 응큼하게 쳐다보는 상대방을 혐오스럽게 쳐다본다. '뉴요커의 눈'으로 창밖을 보고, 복학생 남자 선배에게 점심을 얻어먹으며 '아는 오빠'를 꼬셔 고급 레스토랑이나 커피점을찾고, 먹기전에 열심히 사진을 찍은 뒤 집에와서는 싸이에 올린다..
요것이 된장녀의 하루? 나는..
고급 샴푸를 쓴다. 왜냐하면, 작년에 염색한 곳이 아직도 거칠고 향기가 거슬리지 않으니까.
외출복으로는 주로 미니스커트나 원피스를 입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다리나마 덜 뚱뚱하다는 얘기 들으니까. 또 남자친구가 좋아하니까. 이뻐보이는게 나도 좋으니까.
구라다 가방은 없지만, 종종 비싼 가방을 들고 등교한다. 하지만 비싼 가방은 하나 내지 두개라는 거, 가끔 엄마꺼 들고 나간다는거. 남자든 여자든 오래 쓰는 가방 한두개는 있어야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싼 가방은 1년 내지 2년밖에 못 쓰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말하는 비싼 가방은 계절을 안 타서 좋으니까 한두개는 마련해두고프다.
손에는 늘 스타벅스나 커피빈 컵은.. 없다. 하지만 가끔 스타벅스 로고가 새겨진 보온 컵을 들고 다니긴 한다. 선물받았는데, 보온이 무지 잘 되니까. 그리고 커피는 테이크아웃 점에서 사 마신다. 왜냐하면 맛있으니까. 그리고 컵을 바로 버리지 않는 이유는, 환경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하여.
나를 응큼하게 쳐다보는 상대방을 혐오스럽게 쳐다본다. 왜냐하면 기분 나쁘니까. 살짝 맨살이 드러난 옷일 때는 적당히 넘어가지만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고 있으면 기분 나쁜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나는 남자가 아무리 딱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어서 민망한 부분이 너무 눈에 띄더라도 뚫어져라 보지 않는다. 그게 예의니까.
뉴요커의 눈으로 창밖을 보는 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복학생 오빠에게 점심을 얻어먹는다. 하지만 자주는 못 얻어 먹는다. 우리 학교 복학생 오빠는 돈이 없으니까. 그리고 다음 점심은 내가 산다. 적어도 아침 강의 있는 날 삼각김밥 하나는 사다준다. 아침 못 먹고 오는 일이 많은 것 같아서.
복학생 오빠가 아닌 '아는 오빠'일 경우 가끔 페밀리 레스토랑에서 얻어먹기도 했다. 남자친구 생기기 전에는. 왜냐면, 사주겠다고 하니까. 그리고 아무 뜻도 없이 사준다 했을까. 나 또한 호감이 있으니 얻어먹는다. 마찬가지로 커피 혹은 영화는 내가. 할인카드 제시는 꼭.
사진도 찍어서 싸이에 올린다. 왜냐하면 예쁜 카페나 패밀리레스토랑같은 곳은 조명이 좋아서 사진이 잘 나오니까. 그리고, 패밀리레스토랑이 아니어도 찍어 올린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아주 맛있는 칼국수 집. 친구들아, 여기 진짜 맛있어 꼭 먹어봐, 하고.
나도 된장녀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휴가를 맞아 해수욕장으로 여자 친구들과 피서를 갔다. 얼마나 된장녀 열풍이 거센지, 무슨 일만 했다 하면 '우리 된장년데?'하는 말이 나왔다. 예를 들어 간단히 맛있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아주 약간 값이 더 얹어진 맥주를 마시거나(과일맛 나는거) 또는 주구장창 사진을 찍는다거나 또는 운전대 잡은 모습을 찍는다거나 좀 비싼 썬글라스를 쓰고 있는다거나 할 때(하지만 우리 엄마는 항상 말씀하셨다 눈은 한번 나빠지면 돌아오기 힘드니까 썬글라스는 좋은 걸 써라 눈 나빠지지 않게).
된장녀, 된장녀 하는데 내가 정말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걸까. 솔직히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나도 뒤늦게 된장녀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신데렐라 컴플렉스와 허영에 시달리는 여자들을 지칭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또한 나도 동의했다. 내 옛날 친구중에 집안 사정은 별로인데 절대 티 안 내고 남자친구 카드로 명품으로 싸고 다니고, 공부나 자기 관리는 하지 않는 그런 친구가 있었다. 관리하는 것이라고는 오직 미용. 그 친구가 돈 좀 번다는 남자친구 잡아서 하는 꼬락서니를 보고 내가 얼마나 아니꼬왔는지. 하지만 살아가면서 내 주위 친구들 중에 그 애 하나 뿐이다.
"사진 찍어서 싸이에 올려야지, 된장녀의 필수 아이템이잖아."
농담삼아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나누었다. 오늘 된장녀 논쟁 어쩌고를 또 광장에서 마주하면서 솔직히 불쾌한 마음이 좀 든다. 분명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싸이하는 사람들일텐데 ... 여자만 싸이하는 건 아니지 않나? 솔직히 여자들이 예쁘게 보이고싶고, 외모나 미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아아주 오래 전부터 그래왔던 것이고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 위에 있는 된장녀의 하루에 비추어봤을 때 나도 75% 정도는 된장녀일지 모르겠다. 많은 여자들이 그럴 것이다. 한 설문조사를 보니, 대학생들에게 주변에 된장녀가 얼마나 있냐고 물었을 때 18%가 대부분 여자들이 된장녀라고 대답했다 한다(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물론 나도 된장녀이다.
된장녀를 비판하는 댓글들을 보면 감정 섞인 댓글들 중 남자를 이용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았던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 남자가 밥값 내야된다고 생각하는 것. 내 주변에는 그런 친구 없다. 그것도 처음에 한두번 남자들이 자기 이미지 관리 하느라 내지 그 다음부터는 글쎄. 된장녀라는 말에 남성들의 자격지심이 많이 깔려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아니라면 말고..
하지만, 자기 여자친구가 그렇다면 내가 정말 할 말이 없다. 얼른 헤어지라는 말 밖에는. 나는 특별히 남자친구한테 헌신하거나 하는 편이 아니고 아주 평범하게 일반적으로 연애하는 타입이다. 오히려, 둘 다 똑같은 돈이 있다면 여자가 밥값이나 데이트비용 등을 내고 남자 돈은 저축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자같은 경우는 지갑이 하나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쓸 돈을 꺼내놓고 저축하거나 따로 주머니를 챙기는 편이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대신 남자친구가 쓰잘데기 없는 곳에다 돈 뿌리지 않고, 나와 데이트 할 돈으로 저축을 하는 것을 방향으로. 결국은 나도 좋은거니까(이 남자와의 끝이 좋다면). 나의 생각이지만, 내 친구들 또한 여기에 대부분 동의한다. 돈 없는 남자만 만나서도 아니다. 남자친구가 부자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누이좋고 매부좋은게 이것 아니겠는가.
여기서 하고싶은 말은, 여자를 제대로 아는가 하는 것이다. 여자가 무슨 우주에서 온 괴물이나 단물 쪽쪽 빨아먹는 요괴도 아니고 똑같은 인간인데 된장녀니 뭐니 하면서 온 여자를 몹쓸 년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
그런 여자만 만나왔다면, 그대 또한 문제가 크다.
여하튼, 그 기준에 따르면 나도 된장녀일지 모르겠다. 그치만 나는 내가 제대로 가고있다고 생각한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여자들이. 제대로 가고있지 않은 여자들때문에 욕먹고싶지 않다.
* 개인적 사정으로 두어 줄 삭제하였습니다. (미안한 사람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