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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맨 14

장우영 |2003.02.01 18:46
조회 122 |추천 0

...

 

 아침이 밝아오자 남자는 자신이 차고 있던 검을 들었다.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왕의 검은 아직도 시퍼런 검기를
뿌리고 있었지만 검을 들고 있던 남자는 아무런 패기도
남지 않은 듯 풀이 죽은 표정이었다.

 

"아쉬가네, 나의 자랑스런 검이여...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것은 부정하고 싶은 현실이란 말인가.."

 

 이미 모든 것을 체념했기 때문일까, 남자의 말에서는 아
무런 희망도 남아있지 않고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부정만이 가냘프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 우우우웅

 

 마법이 깃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주인의 운명을 예감했
기 때문일런가, 검은 울었다.

 

"너만이 나를 이해하고 있었구나.. 아쉬가네, 나의 검이여."

 

 남자는 검을 검집에 넣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이름은 로언,
바리스의 국왕이었다.

 

"들어오라! 배신자들이여..."

 

 그는 있는 힘을 다하여 소리쳤다. 자신을 배신하고 그 모진
삶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에게 하는 소리이자 가장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한스런 외침이기도 했다.

 

- 구우우웅

 

 거대한 왕실의 문이 열리고 날카로운 병장기를 들고 있는
병사들이 내부로 들어와 왕의 주위를 둘러 쌓았다. 병사들이
만든 원안에 갇힌 왕, 로언은 들고 있던 왕의 검 아쉬가네를
힘없이 떨구었다.

 

- 채에에앵

 

 그와 동시에 출구쪽을 쌓고 있던 병사들이 몸을 비키기 시작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여인과 남자가 로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소, 나의 사랑하는 아내여...그리고 나의 친애
하는 형제여.."

 

 그들은 그를 배신한 그의 아내 힐가레이스 왕비와 그의 친동
생인 로나르왕자였다. 그들의 얼굴은 혈연마저 버리는 굳은
결심으로 인하여 굳어저 있었으며 눈은 깊은 슬픔과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그들은 애써 로언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 순간 로언의 가슴에서는 참았던 비애와 슬픔, 그리고 증오
가 끌어올랐다, 그는 자신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쌓았다. 온
세상은 하얗고 검게 변하기를 반복했고 그는 누군가의 손에 이
끌려 어디론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고개를 들라, 바리스의 국왕 로언이여."

 

 근엄하기 이를 대 없는 목소리가 로언의 귓가에 감돌았다.
그러나 로언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내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반역의 댓가로 그대를 불사의 상자에 1000년간 봉인하겠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이대로 쓰러진다는 것이 매우
증오스러웠으나 그는 운명에 거부할 힘마저 빼앗기고 만 상태
였다. 그리고 이젠 죽음을 선택할 기회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

 

- 스렁!

 

- 사악!

 

 날카로운 무기의 소리가 나며 살점이 배어져 나갔다. 처음엔
팔이 그리고 다리가, 배와 가슴이, 마침내 목이 배어진 바리스의
국왕 로언은 육신이 자그마한 상자에 담겨지게 되었다. 자신의
육신이 모두 잘려 상자에 담기는 것을 모두 지켜보는 그의 눈은
마약에 취한듯 아무런 힘도 없었다. 최대의 고통을 주기 위하여
마법으로 온몸의 통증을 잠시동안 제거했기 때문이었다.

 

 법의 집행관은 그의 육신을 담은 상자를 깊은 지하 감옥으로 가
지고 간 뒤 비어있는 곳에 두고 나왔다. 이제 곧 마법이 풀리고
나면 인간으로서는 참기 힘든 고통의 비명이 들려질 것이기 때문
이었다.

 

...

 

 상자의 의지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참을 수 없는 고통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망각하고 말았기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로언.. -

 

 나는 있는 힘껏 고대의 주술이 봉인한 상자를 쥐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상자는 고통어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주위에 있던 망자들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삽시간에 주
위는 지옥처럼 변하고 말았다.

 

- 끄아아아아악!!!!! -

 

- 끄아악! -

 

- 끄으으으 크카아악! -

 

 다시 한번 온 몸의 힘을 집중하자 상자는 서서히 균열하기 시작했
고 그 틈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불사의 저주로 인
하여 영원한 고통을 받고 있는 로언의 피였다. 피는 천천히 바닥으
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얼마 후 마지막 한방울의 피가 바닥에 떨어
지자 상자는 거짓말처럼 부수어져 가루가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바닥은 피로 흥건하였으며 고통에 울부짖던 망자
들의 모습은 어느틈에 사라지고 없었다. 손에 있는 가루들이 어디
에서 불어온 바람에 날리자 그 안에서 오래된 팬던트가 하나가 드
러나게 되었다. 천천히 그 팬던트를 열자 행복한 표정의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팬던트에 새겨진 여인은 핏물 속에 쓰러진 이름모를 여인과 매우
닮아있었다. 나는 그 팬던트를 쓰러진 여인의 목에 걸어준 다음 그
녀를 안고 광산의 출구로 향했다.

 

 밖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 속에서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슬픔이 흐
르고 있었다. 편히 쉬시오...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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