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무섭다. 클리블랜드로 이적 후 14경기에서 15타점. 48타수 18안타 0.386에 시즌 전체 타율은 0.322. 시애틀에서 11타수 1안타를 기록한 풋내기의 성적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특히 빅리거로서는 작은 체구지만 18안타 중 장타가 8개라는 사실은 놀랍다. 친정팀 시애틀과의 경기에서의 결승 홈런과 MLB의 간판 파이어 볼러인 조쉬 베켓의 97마일 포심 페스트볼을 안드로메다로 보낸 만루홈런은 그의 장타 중 하이라이트. 영어권에서 기차의 기적소리를 뜻하는 CHOO라는 성을 가진 턱에 폭주기관차라는 별명을 따냈고 '성급한' 언론에서 또 다른 괴물이 등장했다고 떠들어 제낄만하다. 그러나 진정 추신수는 괴물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추신수의 요즘 모습에서 최희섭을 떠올린다. 빅리거를 능가하는 그의 당당한 체구는 금새 화제가 되었고 시카고 컵스는 그를 유망주로 지목했다. 물론, 불의의 부상이 있긴 했지만 빅리그 입성 초기의 최희섭은 투수 박찬호에 이은 간판 "made in korea" 야수가 될 듯 보였다. 그러나 지금 최희섭은 어디에 있는가.
그를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MLB가 아무리 정면승부를 선호하는 리그라고 해도 변화구 공략에 약점을 지닌 그는 금새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약점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 몇 번 호되게 당한 상대팀들은 최희섭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했고 그것으로 최희섭의 고공행진은 막을 내렸다.
추신수는 '직구라면 100마일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좌투수에게 약점을 보이고 있으며 변화구 대처 능력에서는 의문부호를 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빅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수들의 변화구 구사능력이라는 것은 누누이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팀에서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당장 내년 시즌부터 플래툰 시스템에 시달릴 수 있고 오프시즌 동안에 그의 자리에 어떤 전력보강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이제 빅리그 입성이 채 한달도 안된 상태에서 크레이지 모드에 들어가 있다. 따라서 클리블랜드가 아무리 시즌을 포기했다고 해도 포스트 시즌에 사활을 건 팀들에서부터 그에 대한 견제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추신수가 빅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5-tool의 재능을 갖춘 선수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그의 활약이 그 재능의 완벽한 발현이라고 결론 내리기에는 성급한 감이 없지않다. 적어도 시즌이 끌날때쯤 그가 보여주는 스탯과 팀 기여도를 봐야 그에 대한 더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를 보는 것은 90년대 후반의 박찬호를 보는 것 만큼이나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성적에 고취되어 혹시라도 그가 빅리그의 시련을 겪게될 때 그를 외면하고 폄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식으로 얼마나 많은 선수들에게 상처를 주었던가. 가만히 기다리며 조용히 그를 응원하자. 추신수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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