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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하늘 아래에서...

최진화 |2006.08.17 12:58
조회 19 |추천 0

 

오늘이라는 날도 벌써 자정이 지나 새벽 3시가 넘었고,

 

올해 들어 10월도 벌써 반이나 지났구나.

 

어젠 너무도 피곤해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어 버린 것 같아.

 

손은 자꾸만 내 책상 속 서랍으로 가려고 하는데

 

내 두 눈엔 점점 커튼이 드리워지고...

 

이젠 집에 갈때만 만나곤하는 너와의 지난 기억을

 

꺼낼 시간도 없이 말이야......

 

그렇게 죽어버린듯 잠을 자다 가끔 깨어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과, 오후와, 저녁의 빛을 봤는데 보면 볼 수록

 

잠에서 깨어나고 싶기는 커녕.

 

이불 속으로 점점 숨고만 싶어져.

 

야행성 동물처럼 이젠 '빛' 이라는 것에 대해 친근감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나봐.

 

많이 피곤하면 할수록 네가  많이 생각나는 것 같아.

 

네가 있었다면 나 이렇게 하루를 잠에 빠지지 않고

 

널 위한 아침을 준비하며 행복했을 텐데.

 

바삭하게 구운 식빵을 갈색 옻 칠이 된 목각 쟁반위에 깔고,

 

로션맛이 나서 나는 꺼리곤 하지만 

 

네가 좋아하는 블랙 올리브 4알을 4잎 클로버처럼

 

포개어 놓고, 설탕과 겨자 머스타드를 섞은 참치 셀러드를

 

올리브 옆에 한 움큼 놓고, 이번엔 네가 싫어하는,

 

내가 좋아하는 쓴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치 약 먹기 싫어하는 어린 아이에게 먹이려드는.

 

그런 행복. 그런 행복감...

 

말로는 이뤄질수 없는 이런 작은 행복의 희망들.

 

하지만 이젠 그러지 못하리라는 사실에 절망하는 나만의

 

커다란 자책감.

 

오래된 LP판을 수없이 듣고 들을때 컴퍼넌트의 바늘이 닳고

 

닳아서 더 이상은 아름다운 음악이 들리지 않고

 

귀에 거슬리는 '치지직' 거리는 잡음만이 남아 있는.

 

그런 오래되어버린 기억.

 

듣고 들으면 닳아서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너의 노래소리.

 

그걸 알면서도 언제나 항상 듣고 싶어서 너의 노래가

 

사라져버릴 때까지 듣던, 바보처럼 욕심부리던 내 모습.

 

 

 

 

 

 

 

너를 알고나서 내게 '글' 이라는 재능이 생긴걸 보면

 

너는 내게 아마도 내 온 세상 환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뮤즈 인것 같아.

 

'희망' 이라는 창녀에게 내가 빠져있을때 그녀는 나에게

 

이뤄질수 없는 많은 미래를 보여줬었어.

 

그녀는 너를 찾게 만들어 준다며,

 

나에게 온갖 희망을 찾는 법을 알려줬었어.

 

너를 찾는 방법을.

 

그녀가 말하는 그 모든 방법을 가지고,

 

너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자랑스럽게

 

너를 찾으려 떠났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부질없는 짓이였다는걸 알게 됐어.

 

그녀를 믿고, 그녀의 말대로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을 했더니

 

그녀는 내가 하면 할 수록 더 큰 걸 하라고 시켰고,

 

결국 더 큰 것을 해내면 또다시 더 큰 것을 시키고,

 

그러다 결국 내게 마지막으로 하나를 시키며 이것만

 

해내면 이번엔 정말 널 불수 있게 해준다기에.

 

마지막이니 나에게 그걸 할수있냐고 묻더군.

 

난 뒤의 말은 듣지도 않은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했지.

 

결국 '희망' 이라는 그 창녀는 내게 그 방법을 알려줬어.

 

난 하기 싫어도 할수밖에 없었고.

 

삶의 여유나 삶의 이기심이 남아있었다면 안했을 일이지만

 

그때 내겐 오로지 너 하나를 찾는 것이 전부였거든.

 

그래서 그녀와의 마지막 계약서에 웃음으로 사인을 했지.

 

단지 너를 찾기 위해서. 송어가 고향을 찾아가는 것 처럼.

 

그녀와 약속을 한 뒤. 그 어느날 그냥 바람이나 쐬러

 

오토바이를 끌고 나간 날. 그녀는 예고없이 하필이면 그때

 

나를 찾아왔어. 지금이 그 때 라며.

 

난 속으로 생각했지.

 

'젠장. 뭐가 때가 돼었다는 거야? ' 라고.

 

1시간쯤을 새벽 도로를 향해 달리자 결국 그녀가 한 말이

 

어떤 뜻인지 알았지 뭐야.

 

그녀가 말한대로, 다시 내 천사를 찾게 해준다는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 그래서 결국 그녀가 시키는대로 했지.

 

그녀와의 약속을 지킨 뒤 아주 한참 뒤.

 

난 약속을 지켰기에 곧 내 사랑을 볼 수 있을지 알았는데

 

눈을 뜨자마자 시작된건 완전한 고통.

 

왼쪽다리가 마치 잘린듯 소름마져 끼칠 정도로,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15년간 꿔왔던

 

악몽속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내 커다란 머리로도 상상조차 못할만큼 괴롭던 고통. 

 

부숴진 오토바이의 차체에 폐가 짓눌려 그 겨울

 

숨을 쉴때마다 터져나오는 쇳소리와

 

반쯤 달아난 입술과 뺨, 그리고 뒤로 꺾여버린 왼쪽 무릎의

 

관절을 보며 터져나오던

 

'아직은 좀더 살고 싶다는 욕심'

 

널 보지도 못한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과 이런게 결국

 

그 희망이라는 창녀를 믿었던, 쓸데없던 댓가였다며 절규하던

 

그 자리에서의 울음.

 

그 희망을 믿고 그녀에게 모든것을 주고나니 결국 남은건

 

그런 배신이였어. 그녀는 내 사랑엔 처음부터 관심조차

 

없었지. 그녀는 사랑에 버려진, 지친 사람을 유혹해,

 

병든 영혼을 가져가는 케르베로스 같은 존재였던거야.

 

절망의 허무함은 마치 희망과도 같다는 말을 이제 알것 같아.

 

 

 

 

크리스마스때 산타의 선물은 어린아이들만의 추억이듯

 

인생의 가장 행복한 사랑을 기억할 때의 추억은

 

내겐 바로 너야.

 

네가 내 모든 존재의 이유고, 내가 아직도 믿고 싶어하는

 

산타의 선물.

 

그 선물의 의미가 바로 너야.

 

희망은 이제 안믿어.

 

너와 나의 세상에선, 너와 내가 다시 사랑하게 되리라는

 

그런 희망은 없다는걸 알아.

 

그래서 기다리려고.

 

내년이 아닌, 내 후년도 아닌...

 

다음 세상.

 

지금 네가 만난 사람과 다음 세상에서 만나고 싶다면

 

그럼 난 그 다음 다음 세상을 기다릴께.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다시 널 찾겠지.

 

영원히 마주치지 않아도 돼.

 

그냥 네 곁에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 이런 전생의 기억 없이

 

내 강아지가 너의 뜰에 실례를 한다는 이유로 싸워도,

 

내 아이들이 너의 아이들과 놀다가 싸워서 우리끼리 싸워도,

 

그런 사소한 문제로 싸움질하는 이웃으로라도 만나고 싶어.

 

나와 다시 사랑안해도 괜찮아.

 

나 아니라서 너만 행복하다면.

 

너 웃을때 내가 항상 엄지손가락으로

 

너의 왼쪽 입술을 쓰다듬던 그 때만 기억할 수 있다면.

 

 

 

 

 

12년전.

 

비 오는날. 교복을 입은체 너의 집 앞 놀이터에 앉아

 

무지개를 보며 네가 내게 했던 말.

 

"너 나 사랑해?"

 

"그럼. 그걸 말이라고해?"

 

"우리 언제나 그럴수 있을까?"

 

"당연하지. 마. 그런말 하지마."

 

"비 빨리 그쳤으면 좋겠다..."

 

"왜.?"

 

"너 옷 젖어서 춥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래야 니가 나 안아주지..."

 

 

 

 

 

 

사랑해.

 

그날 그런 약속 뒤로도 항상, 언제나 사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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