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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장위3동에서 죽어간 친구

최진화 |2006.08.18 12:20
조회 39 |추천 0

이른 새벽이였다.

 

반 지하에 들어찬 습기가 간밤의 차가운 공기와 맞닿아

 

성애가 작은 창문에 얼어있었다.

 

입과 콧속으로 들어가는 얼음같은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건물 뒷켠으로 돌아가

 

열기가 꺼져가는 보일러의 뚜껑을 열고

 

하얗게 변한 연탄을 새것으로 바꿔넣었다.

 

그 새벽에 그 아이가 일어나 그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아이 집은

 

영락없이 북극의 구멍뚫린 이글루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지만 낭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아이에게 능글맞게 미소짓곤 했다.

 

학교가 끝나면 학교뒤의 뒷 산에 놀러가 떨어진 밤송이를

 

낡은 솜털자켓 주머니에 가득히 줏어와 새벽마다

 

연탄을 갈때 아궁이에 집어넣어,

 

그렇게 시작되는 매일 아침마다 익은 밤의 냄새를 맡고

 

아궁이에 몰려든 쥐들을 연탄집게로 쫒아내며

 

어머니와 동생에게 잘익은 군밤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낭만은 그 아이에게 그다지

 

오랜 즐거움은 주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은근히 알지 못하는 곳에서 피어올라

 

결국 좁은 양 어깨를 짓눌러버리던,

 

무섭도록 거대했던 삶의 무게.

 

바람나 집을 나가 몇해째 소식조차 없는 아버지와,

 

제대로 먹지도 못해 걷지 못하고,

 

항상 기어다녀서 무릎이 새빨갛게 벗겨진

 

2살짜리 동생녀석과,

 

몇해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마다 연탄불을

 

갈러 가는 바람에

 

감기가 끊이질 않던 아이.

 

가끔씩 견딜 수 없는 졸린 잠결에 연탄불을 갈다 불에 데여

 

손가락 마디 마디가 노랗게 퉁퉁부어 오르던 아이.

 

더 가끔 보일러실에서 잠들다

 

병균에 찌든 쥐에게 물려서 손가락 마디에 계절이 다 가도록

 

낫지 않던 상처.

 

이 두 아이와 '가정' 을 보살펴야 하는 남편의

 

기나긴 외출 때문에 영혼조차 삭아버린듯한

 

그 아이들의 병든 어머니. 그 아이들의 어머니는

 

정신적인 자책감에 스스로 몸을 던지시어

 

아이들 몰래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미리 정해 놓으셨었다.

 

그 어미가 밤마다 아이들 잠들때 몰래 쓰시던 수첩속 일기.

 

연탄불을 가는 일을 맡던 녀석은 어느날 그 꼬깃한

 

수첩속의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아이의 어머니가 쓴 시와, 일기같은 글로 가득했다.

 

그 아이는 어린 나이였었지만 날짜마다 계속 반복되는

 

단어들을 몇개 발견해버렸다.

 

"내 사랑하는 아들."

 

"자살을..."

 

"저 어린것들은..."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그 아이는 솔직히 그런 글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은 했지만 그 이상은 알고싶지 않았다.

 

그 반대로 행동했다.

 

할수 있는 심부름을 하며 일부러 무언가를 하나씩

 

빠트리기 시작했다.

 

일부러 가끔 연탄도 갈지 않았다.

 

그 아이는 대견스럽게도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내가 모든 것을 잘 하면 어머닌 마음놓고

 

나와 동생을 놔두고 떠나시겠지?"

 

그 뒤로 허구언날 욕을 들으면서도 그 아이는 뿌듯해 했다.

 

"어머니가 너무 화가나셔서 때리면 한 대 맞고,

 

욕 한번 들으면 난 어머니를 살릴수 있다."

 

팽이와, 딱지와, 구슬치기와, 병따꿍 따위의 놀이를

 

말그대로 놀이로 여기며 웃으며

 

흙먼지 위에서 뒹굴어야할 때에 두 손에 움켜쥔 몸과

 

마음의 빈곤을 거울삼아

 

새벽마다 시작되는 추위속에서 연탄불을 갈때 발등위로

 

오르는, 긴 꼬리의 커다랗고,

 

비릿한 기름기가 흐르는 까만털의 쥐새끼들을 쫒아내며,

 

얼어붙은 보일러실에 잠에 취해 웅크리고 앉아,

 

연탄불에 눈썹이 다 타는 줄도 모르고,

 

본능에 의해 조그만 손에 입김을 계속 불며

 

양 손바닥을 비비던 아이.

 

 

 

그 뒤로 일년이 흘렀을까...

 

그 아이는 용기를 내어 숨겨진 어머니의 그 수첩을 꺼내어

 

맨 마지막 장에 꼬불거리는 글씨로 어머니에게

 

무언의 편지를 썼다.

 

 

 

"아빠 때문에 엄마 일부러 아픈거였다면 내가 엄마랑

 

동생한테 아빠할께.

 

나 이제 다 컸잖아. 우리 엄마 내가 나중에 커서

 

엄마한테 보석반지랑, 목걸이랑,

 

그런거 다 사주기로 했잖아. 엄마가 사달라고 졸랐으면서

 

왜 자꾸 아퍼..."

 

 

 

그 뒤로 이틀동안 생과 사를 헤메이시다 

 

이튿날 새벽녘에 웃는 얼굴로 고이 가셨던

 

그 아이의 어머니.

 

 

 

 

 

 

 

 

 

새벽에 심장이 멎기전에 잠시나마 경련을 일으키다

 

이내 조용해지셨던 어머니의 멈춰버린

 

젓 봉오리에 귀를 대고 울부짖던 아이.

 

근데 분명 무언가 박동소리가 느껴졌었던 기억.

 

사후 경직에 손가락 마디가 이미 굳어 거꾸로

 

심하게 뒤틀려버린 팔을 바로 잡지도 못했지만

 

어머니의 젖 가슴속에서 심장소리가 들린다고,

 

아직은 엄마가 살아있다며 울던 아이.

 

빈민촌 같은 비포장 도로와, 주소지 조차 상세히

 

기록된것이 없던 그 동네에

 

구급차는 30분이 지나도 오질 않았고, 그 아이는

 

미치도록 터질듯한 괴로움에

 

정신을 잃고 맨발로 포장이 되지 않은,

 

눈에 미끄러지지 말라며 연탄재와 유리조각을

 

뿌린 동네를 미친듯 뛰어다녔다.

 

염산으로 가득찬 바다로 뛰어들어 살이 녹아들기 시작할때

 

그 터진 생 살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은 고통이

 

밀려왔지만 절망이 더 먼저 밀려왔다.

 

50분이 지나 구급차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길목에

 

들것 만이 비집고 들어왔다.

 

그제서야 그 아이는 한 시름 놓고 그제야 좀 쉬려는 듯

 

땅바닥에 걸터 앉았다.

 

새벽에 온 동네를 에워싸던 소란에 이웃집 사람들이

 

너도 나도 모여 그 아이의 얼굴을 봤다.

 

거지를 보는 듯한 동정어린 눈길들.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집나간 아비새끼의 행각에

 

분노의 눈길을, 누군가, 어떤 나이 많은 할머니가

 

행주같은 것을 들고 그 아이에게 왔다.

 

겨울에 맨발로 매마른 흙과, 날카롭게 깨진 유리조각을

 

밟고 뛰어다녀 발바닥의 살점이

 

찢겨진 라면 봉지처럼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그 할머니는 행주로 피범벅으로 변한 넝마같은

 

그 아이의 발바닥을 싸매 주시며 노린내나는

 

긴 한숨을 쉬셨다.

 

하얀 행주가 빨간 수건처럼 물들어 갈때 반 지하

 

그 아이 집에서 들려나오는 들것이 보였다.

 

희색 얇은 천으로 무언가를 뒤 덮은...

 

드라마에서 보던 죽은 사람의 의식이였다.

 

얼굴을 뒤덮은 하얀 천. 울음조차 더이상 나오질 않았다.

 

어린 동생은 그 아이의 발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 때문에

 

겁에 질려 울부짖고 있었다.

 

아까 엄마의 가슴에서 울리던 그 심장 박동소리는

 

울며 절규하던

 

그 아이. 자신의 터질듯한 심장소리였던 것이였던 것을

 

뒤 늦게 알게 되었다.

 

 

 

 

 

 

 

 

 

 

 

 

 

 

 

 

 

 

ps: 한 남자가 20년전의 기억을 할때면......

 

그 시절. 20년전의 그 어린 아이에겐 '삶' 이 라는 녀석은 

 

참 모질게 굴었던 친구였었다.

 

 

 

 

난 저 아이에게 지금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친구인 내가 너에게 어줍잖은 친구라는 말로

 

너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내 고통은 너에 비하면 비참하리만치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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